Tuesday, March 13, 2018

가늠하기의 과학 ─ 가치를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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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이자 장관이고 현 작가인 분 (이하 갑)이 팟캐스트를 통해서 전했던 전 정치인이고 전 행정인 그리고 현 무직인 분 (이하 을)에 대한 이야기는 유명하다. 갑이 행정부 장관이였고 을은 당시 야당의 대표였다. 국민연금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갑은 당시 대통령에게 백지위임장을 받아 야당 대표 을과 협상을 했었지만 결국 결렬되었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정부 측 갑이 내놓은 안은 삼백오십만명 (350만명) 에게 월 9만원을 지급하는 안이였고 야당은 오백만명 (500만명) 에게 월 20만원을 지급하는 안이였다. 그런데 협상이 이루어지지 않은 이유를 궁금해 하던 갑이 협상 관계자들에게 물어본 결과 을이 마지막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는 것이다.

"왜 3000억원밖에 차이가 안나는데 우리의 안대로 안 해주느냐"
─ 당시 (2006년 4월 ~ 6월) 야당 (한나라당) 대표 을


그리고 갑은 이에 대해서 "그 때 '이 사람은 안 되겠구나'라고 생각했다"며 "협상대표로 나온 사람이 허위보고를 했다하더라도 산수만 할 수 있다면 여야안의 차이를 알아야 하는 것 아닌가" 라고 전했다. 정리를 하자면,

  • 갑의 제안: 90,000 KRW/PERSON·MONTH × 12 MONTH/YEAR × 3,500,000 PERSON ≒  3,780,000,000,000 KRW/YEAR (방송에서는 3조2천억원)   
  • 을의 제안: 200,000 KRW/PERSON·MONTH × 12 MONTH/YEAR × 5,000,000 PERSON ≒  12,000,000,000,000 KRW/YEAR

인데 야당 대표인 을은 이 둘의 차이를 3,000억원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정책의 수립 그리고 협상의 과정 사이에서 간단한 산수만 할 수 있었다면 둘의 차이는 3,000억원 차이가 아니라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었단 말이다. 정치적인 이야기를 위해서 시작한 내용은 아니다. 흔히 어떤 정책에 필요한 예산이 얼마이다 말할 때 쉽게 결과만 듣기 쉽다. 아마도 야당 대표까지 할 정도였다면 정책 결정에 있어서 본인 당의 제안과 정부의 제안을 서로 비교할 수 없는 정도의 지적 능력을 가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어쩌면 당의 산적한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정부안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협상 대표로 참여한 사람의 이야기만 듣고 결론을 내렸을 수 있다.

을이 두가지 안을 알고 있다고 한다면 예산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간접비용을 제외한다면 지급 대상 인원수와 지급액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단순히 산수를 해서 계산을 할 수도 있었지만 만약 두가지 안의 중요한 요소 즉, 지급액과 지급 대상 인원수를 파악하고 있다면 9만원보다 을의 안인 20만원은 대충 2배 (이상) 정도 차이가 나고 350만에 비해 을의 안인 500만을 비교하면 7분의 10 ( 10 / 7 ) 배 더 많이 소요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을의 안이 12조 예산이 소요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대충 4분의 1정도인 3~4조임을 파악할 수 있다.


하기 ... 

영어 표현에 자주 듣는 말이 figure out 이란 말이 있다. 다양한 상황에서 자주 쓰이는 표현이란 뜻이 많은 경우이다. figure out 이란 말도 그런 경우이다. figure out 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생각해 내다', '알아내다', '이해하다', '계산해 내다' 와 같이 다양한 뜻이 존재한다. 누군가 문제를 냈는데 잘 모를 때 'I will figure it out' 과 같이 말하면 한번 알아보지란 뜻이고 'I can't figure him out' 하면 그가 누군지 모르겠다 란 뜻이다. 동사 뿐만 아니라 명사로도 figure 는 다양한 뜻을 가지고 있다. 익숙한 표현으로는 논문이나 책에 나온 도표나 그래프 등을 Figure 라고 부른다. 또한 형태나 모양 등으로 알아볼 수 있는 실체가 있는 모양에도 figure 란 말이 사용된다. 이렇게 많이 사용되는 단어이지만 figure 의 가장 첫번째 뜻은 수 (number) 혹은 수치 (numbers) 이다. 여기서 수는 의미를 가지는 수를 말한다.

론에서 소개된 일화에서 산수 calculus 로 계산한 것은 12조 혹은 3조 와 같은 계산된 값 value 이지만 수많은 자릿수 digit 모두 계산하지 말고 계산 결과에 영향을 주는 요소만 고려해서 계산하는 것은 산수의 영역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가늠하기 (figuring) 이다. 많은 경우 계산하다 혹은 이해하다 생각하다 와 같이 표현하지만 figure out 은 생각의 근거를 숫자와 계산을 통해서 가늠하여 자신의 생각을 결정하는 과정에 더 가까운 표현이다. 따라서 12조의 반의 반토막 ( one quarter) 정도에서 조금 많은 정도가 갑의 안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그 차이가 3천억원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즉, 가늠하기를 잘못한 것이다. 즉, 가늠하기 (figuring) 이란 비교 대상과의 차이가 나는 요소를 파악하고 숫자의 규모혹은 자릿수 order of magnitude 가 몇개인지 빠르게 파악하는 것이다.



만약 경우 해외 뉴스에서 백만달러 혹은 천만달러 와 같이 나오면 한국에서만 살았던 사람들 머리 위에는 비슷한 말풍선이 보인다. 바로 자신이 쓰는 통화 가치로 환산하는 과정이다. 자릿수도 다르고 환율도 정확하게 달러당 1,000원이 아니기 때문에 항상 대충 얼마정도인지 파악하려고 한다. 달러는 1,000원에서 1,200원 정도로 생각해서 쉽게 계산하고 자주 나오기 때문에 익숙할 수 있지만 오만달러라고 하면 얼마인지 쉽게 가늠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이는 오만달러를 머리 속에서 50,000 으로 숫자로 늘어놓고 여기에 1,000 혹은 1,200 을 곱해서 50,000,000원 으로 계산해서 오천만원에서 육천만원 정도로 생각한다. 순간 육백만불의 사나이는 비싼 놈일까 싼 놈일까 고민하게 된다. 우선 숫자가 아닌 '육백만'는 몇 자릿수일까 궁금해진다. 6,000,000 이기 때문에 달러당 1,000으로 계산하면 6,000,000,000 이 된다. 대충 60억 정도이다. 숫자를 표현할 때 6000000000 이 아닌 6,000,000,000 으로 표현하는 것은 인간이 쉽게 가늠하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인간의 실수를 막기 위한 아주 괜찮은 표현이다.

달러를 많이 쓰다 보면 환율을 가늠하는 방법은 조금 달라진다. 예를 들어 육백만불이라고 하면 육백+만 으로 나누어서 600에서 한 자릿수를 빼고 억을 붙이기 시작한다. 즉, 바로 육백만불은 60억이라 생각하고 칠천오백만불이라면 칠백오십억 정도라 생각하면 된다. 억단위의 큰 돈이야 그렇게 생각하지만 해외여행을 가서 밥값이 45불이 나왔다고 하면 내가 먹은 식사에 적당한 가격인지 아닌지 고민하며 환율을 적용한다. 계산기를 꺼내 계산해본다. 오늘의 환율에 적용해서 계산할 수 있지만 비싼지 가치 판단을 하기 위해 십의 자리나 일의 자리는 중요하지 않다. 환율의 변동에 의해서 45불은 항상 변동된다. 5만원이 넘지 않을 수도 있지만 5만원을 넘어 환율이 달러당 환율이 1,200원 이상이면 5만5천원이 넘어간다. 개인적으로 45달러는 단순히 45,000원으로 생각한다. 환율은 국가 대 국가의 가치의 변동이지만 현지 물가를 고려한다면 45달러는 지속적인 가치로 정해진 값이다. 다양한 문화 경제 및 시장의 환경에 맞게 정해진 값이다. 십진법에 모두 익숙해진 인류에게는 자세히 설명할 수 없지만 1달러는 항상 1,000원이라고 생각하고 현지에 적응하는 것이 더 편할 때가 많다.

농담같은 이야기지만 해외에 가면 소주가 비싸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소주는 현지 화폐 가치로 20달러라는 것이다. 미국에 가면 미화 20달러 (USD) 이고 싱가포르는 20싱가포르달러 (SGD) 호주에 가면 20호주달러 (AUD) 란 이야기다. 소매점에서 쉽게 찾을 수 없기에 한국 음식점을 중심으로 판매되기에 가격이 다소 높긴 하지만 15~20달러 사이에서 판매가 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제품과 서비스의 가격은 시장의 수요 공급에 의해서도 결정되지만 십진법의 묘수도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7.99 달러라고 판매하는 음식은 판매자가 한국이라도 만원 정도 하는 가격으로 맞추기 위해서 정한 가격이라기 보다 단지 8달러 정도라는 10달러가 되지 않는 가격이라는 점을 더 고려했을 것이다. 2006년에는 1 싱가포르달러 (SGD) 는 600원이라 생각하고 계산했다. 그러나 현재는 환율은 1 SGD 당 815원 (2018년 3월 초) 정도이다. 거의 30% 이상이 상승하였다. 싱가포르달러로 돈을 벌어 한국에서 소비하는 사람이라면 이득인듯 보이지만 싱가포르에서 거주하는 사람에게는 큰 차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싱가포르의 물가가 상승했다면 실질 수입은 감소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가늠하는 작업은 정확하게 계산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오히려 버릴 것은 과감하게 버리고 내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부분만 확인한다는 의미이다. 그런 의미에서 figuring 의 가장 첫번째 기능은 정확하게 계산하는 수가 아니라 내가 의사결정을 하는데 중요한 덩어리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자릿수는 그런 의미에서 중요하다. 즉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크기 magnitude 에 따라 수를 인식하는 것이다. 화폐 경제에서도 십원짜리 백개가 부피가득 있다고 해도 결국 만원짜리 종이보다 가치가 덜 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이미 만원이 가지고 있는 자리수 order of magnitude 가 다르기 때문이다.


기 ... 

온도를 나타내는 방식은 여러가지가 있다.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섭씨 (°C) 이다. 섭씨는 스웨덴 천문학자 안데르스 셀시우스(Anders Celsius) 가 제안한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물의 어는점과 물이 끓는점을 100등분 한 방법이다. (좀 더 정확하게는 물의 삼중점을 0.01도, 1 기압에서 물의 끓는점을 100도로 정하여 사용한다.) 제안한 사람 이름이 셀시우스라서 중국 사람들은 셀시우스씨 (Mr. Celsius) 가 제안한 것이라 해서 섭씨 (섭氏) 라 이름 붙였다. 많은 국가에서 많이 사용되기도 하고 국제 표준이기도 하기 때문에 섭씨 25도라면 어느정도 날씨인지 섭씨 영하라면 춥다는 것은 바로 인식할 수 있다. 그런데 미국의 날씨는 다른 온도 방법을 선호한다. 역시 제안한 사람이 독일 출신 물리학자 다니엘 가브리엘 파렌하이트(Daniel Gabriel Fahrenheit) 이기에 파렌하이트씨라 화씨가 되었다. 온도를 처음 배우면 단골처럼 시험문제에 자주 나오는 문제가 바로 섭씨와 화씨 변환 문제이다. 화씨 40도는 섭씨 몇도인가? 와 같은 문제이다. 문제는 수백번 변환해도 화씨 40도가 따뜻한 온도인지 추운 온도인지 느낌이 잘 안온다는 점이다. 그러나 오히려 화씨에 익숙한 사람들은 섭씨의 온도가 더 어색하다.

섭씨 (파렌하이트) 본인이 얼마나 그 유용성을 생각하고 제안했는지 모르지만 화씨는 기본적으로 인간의 체온과 비교하면 더 직관적이다. 인간 성인의 정상 체온은 보통 36.5 ~ 37.2 정도이다. 이를 화씨로 변환하면 97.8 ~ 99 이다. 저체온 영역은 35도 이하라면 화씨로 95이다. 열이 동반되는 경우 보통 38 °C (100.4 °F) 이상 관찰하게 된다. 직관적으로 100을 기준으로 해서 생각하면 얼마나 편차가 존재하는지 생각하면 된다. 아주 사소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화씨 1도 올라가는 것은 섭씨 0.556 도 올라가는 것이다. 즉, 화씨는 섭씨보다 작은 온도 상승을 표시한다. 예를 들어 체온이 섭씨 0.556도 올라가면 화씨는 1도 올라가는 것이다. 온도 변화를 민감하게 관찰해야 하는 화씨가 더 유용할 수 있다. 비슷한 이유로 화씨로 날씨를 알려주면 간단하게 100을 기준으로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생각할 수 있다. 화씨 0도는 섭씨 -17.7 정도이다. 어느 정도 중무장을 하면 그래도 견딜만한 온도가 아닐까 싶다. 결국 화씨로 표현하면 인간이 활동하는데 추운 한계와 더워 죽을 것 같은 한계를 통해 비교할 수 있다. 화씨 50도는 섭씨로 10도 정도이다. [ 미국만이 거의 실질적으로 mile/Fahrenheit 의 UK 도량형을 사용한다는 내용의 기사 - Why Americans still use Fahrenheit long after everyone else switched to Celsius ]

금은 어려울 수 있지만 편차 가늠하기의 좋은 예는 유체역학에서 볼 수 있다. 유체 fluid (流體)는 고체에 비해 형상이 일정하지 않아 변형이 쉽고 자유로이 흐를 수 있는 상태이다. 가장 대표적인 액체, 기체 그리고 플라즈마와 고체 중에서도 흐름이 존재하는 일부 고체도 유체이다. 이해하기 편하게 기체만 생각해 본다. 비행기를 타고 가면 비행기가 난류 turbulence 를 만나서 기체 airframe 가 흔들릴 수 있으니 안전벨트를 매달라고 한다. 난류는 유체가 가지는 상태 중 하나이다. 유체는 층류 laminar flow 와 난류 turbulent flow 로 구별될 수 있다. 층류란 유체가 진행 방향을 따라 층을 이루며 진행하는 흐름으로 안정적 형태를 보인다. 반면 난류란 전체적인 진행 방향에 비해 유체의 흐름이 혼란스럽고 변화가 심한 흐름이다.

출처: https://www.nuclear-power.net/ 강의 노트 중 


유체의 흐름이 층류인지 난류인지 알아보는 방법은 직접 경험할 수도 있지만 이를 가늠하는 방법으로 레이놀즈 (Osborne Reynolds) 는 다음과 같은 놀라운 수를 제안했다. 그리고 그의 이름을 붙여 이를 레이놀즈수 Reynolds number 라 부른다.

출처: https://www.nuclear-power.net/ 강의 노트 중 

복잡한 수식을 떠나 유체가 앞으로 진행하려는 힘과 진행하는데 방해가 되는 힘의 비율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즉, 유체가 앞으로 진행하려고 하는 힘 (관성력 inertial force) 이 강하다면 진행할 것이지만 유체가 흐르는데 방해가 되는 힘들이 존재한다면 이와 균형을 이룬 상태에서 유체의 행동이 결정될 것이다. 이해의 편의를 위해 방해가 되는 힘이라 표현했지만 레이놀즈 수에서는 이를 점성력 viscous force 라 부른다. 간단한 예로 점성 viscosity 을 생각하면 끈적한 꿀이 물보다 덜 흐른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레이놀즈수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레이놀즈수가 가지는 유체역학적 의미가 아니다. 두개의 대립된 요소를 분자 분모에 넣어서 그 비율을 통해서 우리에게 의미있는 수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임의의 물성 material property 를 열거해서 얻어내면 되는 것인가? 비율의 편차를 찾아내는 방법에는 다소 직관적이지만 아주 논리적인 과정이 필요하다. 수식의 물성들이 나타내는 단위 unit 를 살펴보면 분자 분모 모두 동일하다. 즉, 분자 분모는 단위로 표시하면 모두 소거되어 레이놀즈수는 단위가 존재하지 않는 수가 된다. 이를 무차원수 dimensionless number 라 부른다. 무차원수 특히 레이놀즈수는 유체의 흐름 특성을 수로 표시하지만 분자 분모의 요소들은 서로 동일한 차원을 가지는 물성이라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레이놀즈수와 같은 무차원수는 우리가 특정 대상의 특징을 구별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좋은 요소가 될 수 있다.

이러한 무차원수는 찾아보면 우리가 어떤 대상의 상태를 구별하기 위해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화씨 온도와 같이 의학적 의미에서 편리성을 줄 수 있는 +/- (가감)의 편차가 대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무차원수와 같이 분자/분모 로 표현하여 비율 (ratio) 로 표현하여 이해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많은 무차원수는 주로 유체역학에서 사용되는 듯 보이지만 그 응용은 다양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2000년대 초반 대규모 항만 컨테이너 물류관련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무차원수의 아이디어를 이용한 경험이 있다. 문제는 항만에 들어온 컨테이너의 체류시간 및 긴급도 등에 따라서 컨테어너의 위치가 최적화되지 않았다. 무차원수의 아이디어를 통해서 컨테이너가 가지는 다양한 속성을 통해서 무차원수를 만든 것이다. 분자에는 컨테이너가 빨리 나가야 하는 요소를 모으고 분모에는 오래 머물게 되는 요소를 모아서 무차원수를 만들었다. 대상을 이해하는 방법으로 대상의 속성을 구별할 수 있는 요소들이 무엇인지를 정리하고 이를 정리하고 이를 계산하는 방법은 인간의 직관적 이해 이상의 다양한 결과를 만들어 준다.


늠하 ...

2012년 대한민국 대선 토론 과정에서 모 야당 후보가 여당 후보를 향해 질문한 내용 중에 인상적인 부분이 있다. 내용은 당시 야당 후보는


"전○○ 합동수사본부장에게서 받은 6억 원이면 (이때 시세로) 은마아파트 30채를 살 수 있었다"

라고 질문했다. 이 질문이 기억나는 이유는 6억이란 돈이 아니라 당시의 시세를 통해 우리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아파트 30채 그리고 대한민국의 정서상 은마아파트라는 상징성이 가지는 공감되는 가치를 통해서 당시 6억원이란 돈이 상당히 큰 돈임을 바로 느끼게 해주었단 점이다. 많은 언론은 이에 대해서 정말 6억원이면 당시 은마아파트를 30채 살 수 있는지에 대한 사실(?) 검증을 했는데 평수와 매물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평균 매매 가격을 고려하면 당시 6억원으로 은마아파트는 30채가 아니라 29채까지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2012년 시세 기준으로 약 192억여원이다. 실제로 은마아파트가 현재 얼마인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아파트가 가지는 의미와 그 가치에 대해서는 많은 국민들이 공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단순히 6억원이라 강조했다면 6억이 가지는 현재가치를 생각하며 그 가치가 그리 크지 않다고 느낄 수 있지만 아파트 30채가 가지는 가치의 크기는 분명 규모가 다르기 때문이다.

전설의 은마아파트 단지

문의 예술성 art of question 이 더 뛰어난 이유는 과거가치와 현재가치를 비교하는 과정에서 짜장면이나 자동차와 같은 대상이 아닌 물가에 비해 비교도 안될 정도로 뛰어오른 주택 (아파트) 을 통해 비교했다는 점이다. 만약 1979년 기준 짜장면 가격 (인상폭이 높은 시기였다고 한다.) 1,200원 기준으로 생각해도 5십만 그릇이라고 말한다면 지금 가치로 20억이다. 결국 서민과 가장 친근하다는 이유로 짜장면 몇그릇으로 질문을 했다면 질문의 의도와 다르게 별것 아닌 것이 되어버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런 이유로 가치를 가늠하는데 중요한 것은 동일한 자본이 일정 시간이 흐른 뒤에 어떤 가치가 되어 있을 것이란 소위 투자 가치 investment value 에 대한 평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질문을 다시 생각해보면 당시 6억원이란 돈을 짜장면 오십만 그릇을 사는데 투자했다면 배고픈 오십만명의 한끼식사를 해결할 수 있었지만 그 돈을 고스라니 은마아파트 29채를 샀다면 2012년에 팔기면 해도 192억여원을 벌 수 있었다. (임대에 의한 이자 및 월세 수입은 별도)

따라서 투자는 역시 아파트이다! 라고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조금 다른 시각을 생각해보고 싶다. 국가가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서 예산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60세 이상의 국민들에게 일정 금액을 주려고 할 때' 어떻게 계산할지 물어보면 다양한 계산 방법이 나온다. 어떻게 계산하는지 고등학생들(공부 잘해 들어간다는 소위 명문고 학생들)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당연히 몰려드는 질문들은 월 얼마를 주어야 하는가 60세 인구가 몇명이냐 물어본다. 모든 것은 각자 알아서 가정하고 문제를 해결하기를 바란다고 하면 정답 강박증이 심한 대한민국의 학생들은 불평이 가득했다. 그래도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학생 1: 60세 이상 인구가 몇명인지 알아서 여기에 일인당 주려고 하는 금액을 정한다.
 학생 2: 전체 인구중 60세 이상 인구 비율이 어느정도인지 알아서 일인당 지급액을 곱해서 구한다.
 학생 3: 전체 예산을 통해서 60세 인구로 나누어서 일인당 지급액을 정한다.
 학생 4: 전체 예산에서 소득 수준에 따라서 금액을 차등 지급한다. 저소득 인구에 더 많은 지급액을 설정한다.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그리고 나온 의견들을 분류하고 비슷한 것들을 모아서 약 6가지 정도의 방법을 통해서 각 내용을 수식으로 표현하게 했다. 이 분류 과정에서 나름 두가지의 접근 방법 approaches 을 볼 수 있었다. 우선 예산이 정해진 상태에서 계산을 하는 것이다. 반대로 예산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일인당 지급액을 정하고 이에 따라 예산을 정하는 방법이었다. 어떻게 계산을 하는 것이 좋은지 계산 방법에 대한 질문이라고 생각했을 때 또 다른 질문을 했다. 그렇다면 계산된 일인당 금액이 어느정도의 가치를 가지는 것인가 라고 묻는 것이다. 두번째 질문을 받았을 때 몇명의 아이들은 일인당 금액이 가지는 가치는 단순한 금액이 아니라 이 금액을 가지고 어떤 활동을 할 수 있는지와 같이 인간의 활동 영역과 관계있다는 사실을 생각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일정 금액을 주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금액이 인간의 활동하는데 어떤 가치를 가질 수 있는지를 고려해야 하고 결국 물가나 개인의 형편과 같이 생각할 수 있는 변수들을 추가하기 시작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얼마라는 숫자가 아니라 그 숫자가 인간의 활동에 얼마나 영향을 줄 수 있는지가 중요하고 그대로 '인간의 활동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도' 를 '가치' 라고 생각해 보자.

공무원들에게 '복지'가 무엇인지 물어보면 다양한 대답을 얻을 수 있겠지만 지금까지 멋진 대답을 들은 적이 없었다. 그러다 스웨덴의 공무원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스웨덴 공무원 중 한명이 이런 대답을 한적이 있었다.

"시민 활동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공적 보험" ─ "Public insurance that helps citizens' activities practically."

UK welfare spending 출처: The Guardian 

복지를 단순히 돈을 지급하고 그 돈으로 알아서 쓰라는 용돈의 개념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종종 선별적 복지를 이야기하고 돈을 지급했을 때 엉뚱한 곳에 쓴다는 말을 쉽게 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복지가 단순히 자본을 투입하는 형태가 아니라 인간의 활동을 보장할 수 있는 형태로 보장된다면 예를 들어 시민들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의미에서 교통비를 지원해주고 건강한 생활을 위해서 지역 농산물에 대해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한다면 개인별로 지급되는 복지비를 줄여도 큰 불평이 없을 것이다. 아무리 복지라는 형태로 돈을 지급받아도 거주를 위한 월세비용으로 다 빠져 나가고 일을 하기 위해 이동하는데 교통비로 빠져 나간다면 국가가 지급하는 복지 비용의 종착역이 어딘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개별에게 복지 비용을 지급하거나 필요한 재화와 용역을 국가가 보장해주는 형태거나 모두 돈 즉, 국가의 예산은 필요하게 된다.

결국 가치를 가지는 것은 돈 자체가 아니라 돈이 만들어 내어 인간이 필요한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이여 한다. 인간 활동에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다면 적은 돈으로도 많은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고 많은 돈을 썼다고 해도 다수의 인간 활동에 영향을 주지 못하고 소수의 주머니로 들어가게 된다면 가치 있다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결국 가치를 가늠한다는 시작점은 전체 예산이 얼마가 필요한지가 아니라 인간의 자유로운 활동을 위해서 필요한 자본이 얼마인지를 계산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는 것이다.


과와 효에 대해서... 

가늠하기 활동에는 이처럼 크기를 가늠하거나 편차를 가늠하거나 궁극적으로 가치를 가늠하는 활동으로 분류할 수 있다. 그리고 영어로 'figure out' 이란 말에는 크기를 가늠하고 편차(차이)를 가늠하고 가치를 알아내다는 뜻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그래서 이런 가늠하기 활동을 통해서 알아내려고 하는 대상이 무엇인지를 확인하는 과정까지 모두 figure out 이라 말하고 대상을 '이해한다'는 말까지도 포함하게 된다. 사전에서 확인해보면 '계산해서 (합계를) 알아내다' 란 뜻이 먼저 나오고 이해하다 그리고 해결하다는 뜻까지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과정은 대상에 대한 본질적 접근이라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수치로 표현될 수 있는 내용을 통해서 대상이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이다. 예를 들어 예산안의 크기는 몇자리 수의 단위인지를 통해서 예산을 어디서 조달할 것인지 판단할 수 있게 될 것이고 편차를 통해서는 대상이 가지는 특징을 알아내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미리 판단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가늠하는 과정은 대상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미리 전략을 세우는 과정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율과 효과는 비슷한 표현이지만 그 의미는 다르다. 효과적인은 영어로 effective 로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기 좋다는 뜻이고 효율적인은 efficient 로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 들인 노력에 대비해 얼마나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는지 나타낸다. 예를 들어 '멜라토닌은 불면증에 효과가 있다'라고 표현을 하지 '멜라토닌은 불면증에 효율이 있다' 라고 표현하지 않는다. 그러나 멜라토닌 2mg 으로도 충분히 효과를 낼 수 있다면 20mg 을 먹는 것은 효율이 떨어진다고 표현한다.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서 필요한 용량이 2mg 단위인지 20mg 단위인지에 따라서 약이 우리 몸에서 작용하는 효율은 비교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용량의 크기에 따라서 약이 작용하는 범위가 전신 systemic 범위인지 극소 부위인지 가늠할 수 있다. 같은 효과를 내는 두가지 약을 비교할때 한 약이 다른 약에 비해 적은 양으로도 거의 동일한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면 약이 몸에서 한번 쓰이고 배출되는지 아니면 반복되서 사용되는지 등과 같이 약의 특성을 가늠할 수도 있다. 여기서도 편차 가늠하기를 통해서 같은 효과를 보이는데 적은 양이 사용된다면 효율을 평가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다음은 그 효과와 효율을 통해서 가치를 평가하는 것도 가늠하기를 통해서 대상을 평가하게 된다.



가늠하기의 다양한 활동은 결국 대상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좀 더 높은 효율을 얻어내기 위한 과정과 연결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미리 크기와 편차를 가늠하는 과정은 대상의 특징을 알아내기 위한 과정이라고 볼 수 있지만 반대로 엉뚱하거게 크기가 맞지 않거나 편차가 너무 심해서 원하는 결과를 얻어 낼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하면 제외하기 위한 과정이기도 하다. 따라서 보통 효과적, 효율적이라는 말은 가장 최적화된 결론을 얻어내기 위한 과정이라기 보다는 말도 안되는 대상들을 제거하는 과정이라고 보는 것이 더 현명하다. 예산을 계산하는 과정에서도 예산의 크기를 가늠하고 어느정도 크기인지를 확인해서 어떻게 예산을 얻을 수 있는지에 따라서 선택하는 전략이 달라야 하고 일인당 복지비용을 계산하는 과정에서도 현실적 가치와 너무 편차가 심하거나 비교하기 어려운 정도로 너무 크거나 작다면 이를 제외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처럼 적절하지 않는 것을 제외시키는 과정을 위해서 가늠하기가 필요한 것이다.

확하지 않음에 대한 여유 ... 

대한민국 수학 교육을 받으면서 이런 가늠하기의 영역은 거의 무시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정확한 정답을 요구하고 그래서 문제도 가늠하기 위해 필요한 감각을 익히는 것이 아니라 정답에 써야 하는 정확한 숫자가 무엇인지 요구받는다. 그래서 삼각 함수의 문제는 계산하기 쉬운 각도가 나오고 조금 익숙하지 않은 각도도 배운 공식으로 알아내려고 할 때가 많다. 계산기를 이용하기 보다는 외우고 있는 내용을 요구한다. 계산기와 컴퓨터가 이처럼 많은 세상에서 정확한 답을 요구하는 문제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지만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현실 세상에서 수학의 다양한 원리를 응용하고 그 값을 통해서 정확하지 않더라도 적절하게 가늠하는 훈련이 더 필요한 세상이다. 이런 정확한 정답을 요구 받아온 교육에 익숙해 있다가 컴퓨터의 반복 계산을 통해서 근사한 값 approximate value 을 찾아내는 근사한 fabulous 과정을 하는 수치해석 numerical analysis 를 접하면 당황해 하기도 한다.

출처: https://github.com/kmammou/v-hacd 대상을 분석하기 위해 근사값으로 나눌 수 있는 영역을 만들어준다.

상은 정확한 값을 가지고 놀기에는 너무도 많은 수들이 존재한다. 그래서 세상의 교육은 얼마나 정확한 원리를 배울 수 있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다양한 가늠하기 방법을 배울 수 있는지에 따라서 현실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소위 현실적 교육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그리고 그런 다양한 가늠하기 방법을 배운 이들은 세상에서 정확한 정답을 찾아내서 이를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효과적인 그리고 효율적인 결과를 위해서 해서는 안되는 일들과 하면 도움이 안되는 일들에 대한 감각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나라의 행정이 효과적이지 못하고 이미 집행된 예산도 효율적이지 못한 부분들이 많이 지적된다면 이는 예산을 집행하기 위한 항목을 결정하는 정책 결정권자들이 이런 가늠하기의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거나 탐욕이 너무 강해서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것만을 추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처음부터 잘못 가늠된 내용은 실제로 집행하는 사람들도 힘들게 하고 예산의 혜택을 받는 사람들도 불평하게 된다. 그래서 정확하지 않음에 대한 여유란 대충 계산하고 대충 하자는 뜻이 아니라 오히려 정확하지 않지만 실제로 실행될 때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변수들까지도 포괄할 수 있는 효과적인 가늠하기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이 더욱 필요하다. 그런 이유로 다양한 학문 예를 들어 통계학도 이런 현실 세상에 맞는 다양한 가늠하기 방법이 필요하다. 그 가늠하기 방법은 크기를 평가하는 방법 뿐만 아니라 편차를 통해서 대상의 특징을 밝혀내고 비교를 통해서 우리에게 더 효율적인 방법이 무엇인지 찾아내는 과정도 필요하다.


가늠하기의 방법이 좋으면 좋을수록 인간이 추구하는 가치를 충족시킬 수 있는 효율은 더욱 더 높아진다. 따라서 가치란 정해진 절대적 값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가치가 '인간 활동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도'라고 정의한다면 얼마나 효율적으로 국가의 자원 - 돈을 포함하여 - 을 사용하는가에 따라서 사회 구성원의 가치는 높아질 수 있는 것이다. 다양한 가늠하기 방법론을 만들어 내서 효율을 높이면 높일수록 가치는 점점 높아질 것이다. 단순히 어떤 공약을 시행하기 위해서 얼마나 필요하다고 말하는 정치인 혹은 행정가들을 보면 저들에게는 가치란 어떤 뜻일까 궁금할 때가 많다. 인간의 활동을 좀 더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게 많을 수 있고 그 다양한 방법을 개발할 때도 인간에게는 정확한 값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잘 가늠하고 해야할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정치인 혹은 행정가가 더 우리 세상에 필요하다. 그래서 투표권을 가지는 사람들이 좀 더 시선을 바꾸어서 이런 가늠하기를 잘하는 사람을 뽑았으면 하는 큰 바람이 있다. 그들은 대단한 어떤 것을 해내는 사람이 아니라 우리에게 해서는 안되는 일이나 해도 별 효과가 없는 일들을 적절하게 제거하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가늠해서 인간의 가치를 높여줄 사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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