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April 24, 2014

우리의 가슴도 침몰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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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대교가 무너질 때 무너지는 대교의 상판이 떨어져 내는 굉음 소리를 듣고 좋아했었다. 

그날은 학교에서 등산이 계획된 날이었다. 조금 늦은 시간 성수대교가 보이는 친구의 집앞에서 친구가 나오기 기다리다가 천둥 소리가 나서 비가 오면 등산은 취소되겠구나 싶어 같이 있던 친구와 환호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한강을 보는 순간 정말 믿기지 않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당연히 이어져 있어야 할 것 같은 성수대교의 중간이 사라져 있고 그 밑은 멀리서 보아도 알 수 없는 공포를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일년 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다. 라디오를 듣고 삼풍백화점이 무너졌다는 소식을 전한 친구는 거짓말한다며 아이들에게 한대씩 맞았던 모습이 기억난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세계사의 굵직한 여러 사건들 가까이에서 경험할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2014년 4월 16일 대한민국은 영화보다 더 견디기 힘든 참사가 일어났다.


무엇을 보고 웃어도 미안하고, 무엇을 먹어도 미안한 이 알 수 없는 깊은 수렁같은 느낌은 무엇일까. 정말 기도밖에 할 수 없다는 이 무기력함은 세월호가 침몰한 진도 앞바다보다 더 깊은 심해로 침몰하는 것처럼 가슴이 먹먹하다. 아니 오히려 가슴은 물로 가득차버리는 것 같다. 거의 몇일동안 잠도 안오고 문득 혹시나 하는 마음에 뉴스를 찾아보고 또다시 한숨쉬고...

한숨 잠을 이루지 못한 어느 날 아침을 맞이하며 갑자기,

침몰해가는 배 안의 아이들이 살아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하고, 결국 그 아이들을 구조할 필사적인 노력을 하지 않아도 자신의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그 구조와,

지키지도 못할 공약을 내놓고 잘 살수 있다고 행복해질 수 있다고 하고, 결국 생활고 속에서 죽어가도 별로 관심가지지 않고도 열심히 일했다고 생각하는 그 구조가...

어쩌면 참 비슷하다는 짧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저기에 아이들이 있어요...!" 라고 외치지만 정작 하나 둘 숨이 없는 아이들을 바라봐야 하는 그 찢어지는 아픔에 얼마나 공감하고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 모르겠다. 동영상을 통해 본 한 유가족 아버지의 말이 계속 끝없이 메아리 친다.

"살려서 구조하다가 죽기라도 하면 비난받겠지만, 죽어서 시신을 수습하면 잘했다고 할 테니깐..." 

맺힌 그 절규같은 이야기는 왜 소수의 언론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일까?

대한민국도 어쩌면 세월호같이 침몰해가는 모습처럼 생활고에 점점 숨막혀 죽어가는 사람들만 늘어날거란 무서운 생각이 든다. 마치 침몰하는 배 안의 격벽에 각자 갇혀 있어 서로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얼마나 힘든지 알 수 없는 체 자신에게 차오르는 물의 높이만 가늠하다 결국 숨이 막혀 죽어가는 그런 모습 말이다.

얼마나 아팠을까... 얼마나 절규했을까... 

너무 슬퍼하지 말고 자신의 일에 다시 돌아가라는 이야기도 많이 한다. 그러나 그게 그렇게 쉬운가... 어밴져스를 보면 저 영웅들이 침몰되는 배를 구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싶고, 미래를 예언하는 초능력 영화를 보면 세월호 좀 미리 막아주지 하는 그 영화같은 상상만이 한동안은 우리를 괴롭힐 것 같다. 그냥 다시 아무 일 없듯이 웃고 싶어도 그게 잘 안될 뿐이다.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친구가 했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문득 그게 꿈이었다고 느껴질 때는 언제라도 저 문으로 아빠가 들어올 것 같아. 그런데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갑자기 슬퍼지더라. 사람들은 이제 잊을 때도 되었다고 하지만 그럼 나는 슬퍼지지 않겠지만 아빠는 아마 잊혀져서 슬플꺼야." 

먼저 잃은 자식들을 가슴에 묻는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다. 누군가를 묻고 처음에는 그 죽은 모습 그대로이겠지만 점점 흙이 되어가며 그 공간은 사라질 것이다. 점점 텅 비어갈 것이다. 처음에는 가슴에 가득 차 빠져 나가지 못할 것 같은 그 고통이 사람을 아프게 하고, 시간이 지나면 그 텅 비어버린 공간에 더 슬퍼질 것 같다.

그냥 아이들이 원하는 것 할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 어른들이 원하는 것 어른들이 만든 세상의 규칙과 경쟁의 경기장에 들어와 싸워 이기기 위해 조금만 참으라고 이야기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좋은 대학만 가면... 좋은 직장만 가면... 돈만 더 벌면... 과 같이 이것만 하면... 이라며 현재를 참으라고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현재 행복하지 않는데 어떻게 미래에 더 행복할 수 있을까.

성공기라며 힐링이라며 조금만 참으면... 나처럼 될 수 있다 우리처럼 될 수 있다는 거짓 희망의 기대를 만들지 말았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되고 싶은 건 성공한 어른들이 아니라는 것은 왜 생각해주지 않는가. 그렇지 않은가 조금만 참으며 지금 원하는 것을 하지 못하면 내일은 할 수 있는 기회조차 없을지 모른다. 지금 행복하지 않은데 내일이면 행복할거란 그 짜증나는 대박 사상좀 지워버리고 싶다.

냥 아이들이 하고 싶은 것 해주게 하면 좋겠다. 이제 알잖아요... 아이들이 얼마나 착한지 죽을지 모르는 그 공포 안에서도 그대로 있으라는 어른의 말까지도 따르던 그 착한 것들...

동생에게 구명조끼를 주고 아직 돌아오지 않고 바람으로 온 혁규.

잊지 않았으면 한다. 아니 잊지 말아야 한다. 너무 무섭다. 이런 사고가 다시 일어날까 무서운 것이 아니라 잊혀질까 무섭다. 그리고 결국 그것을 직접 경험한 사람들만의 고통과 아픔이 되어버릴 이 격벽의 사회가 무섭다. 기억했으면 좋겠다. 정말 기억했으면 좋겠다. 부디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얼마나 큰 아픔과 미안함을 느꼈는지 그리고...

미래의 희망을 볼모로 지금 모든 것을 참으라고 말하는 그 거짓과 불의에 맞서 싸워야 한다. 그래야 덜 미안할 것이다. 그래야 덜 아플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다음 희생자는 우리가, 우리의 가족이 될 것이다. 

드디어 범죄없는 세상이 되었다.
누구나 행복한 세상이 되었다.
가난도 고통도 사라진 세상이 되었다.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뜻하는 것은 무엇이든 이룰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그리고 그 세상엔 아이들도 사라졌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며... [False Peace...]

─ 道馬 洹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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