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March 25, 2008

그냥 가, 뛰지 말고, 다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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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상당히 내리는 날, 우산도 없이 국수집을 찾아 다녔다. 용산 삼각지의 골목은 그 골목이 그 골목 같아서 도대체 어디인지 모르겠고 아무리 유명한 국수집이라도 큰 길에 어디 있다는 표지도 없는데 찾아가기란 그리 쉽지 않았다. 네번쯤 돌다가 안되겠다 싶어 한 약국에 들어가 국수집을 물어봤다.

철물점에서 더 들어가면 있다는 얘기를 듣고 들어간 국수집... 이야기의 내용처럼 달랑 탁자 4개에서 지금은 어느정도 탁자와 앉아 먹을 수 있는 공간으로 늘린 것 같다. 그리고 국수 가격은 2,500원으로 올랐고 벽엔 신문 기사가 액자로 걸려져 있다. 그 액자도 사실 할머니가 자랑삼아 단게 아니라 누가 선물로 준거라고 그런다.


국수는 맛있었다. 4시쯤 되는 어중간한 시간인데도 사람들은 끊임없이 들어왔고 추가 국수를 외치는 사람들과 아주 오랜 단골이라고 생각될만큼 자연스러운 양복입은 아저씨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국수를 다 먹어갈 때쯤 내가 면발 하나 하나 꺼내먹고 있을 때 앉아 계신 할머니는 "더 필요한지 봐봐" 그렇게 외치셨다.

그리고 그렇게 옛집 국수집 기행은 내리는 비와 함께 끝났다. 그러나 국수의 따뜻한 국물때문인지 아니면 마지막까지 미소만 보인 할머니때문인지 아니면 그 국수에 얽힌 아름다운 이야기 떄문인지 그렇게 따뜻할 수 없었다.

서울 용산의 삼각지 뒷골목엔
'옛집'이라는 간판이 걸린
허름한 국수집이 있다.
달랑 탁자는 4개뿐인...
주인 할머니는 25년을 한결같이
연탄불로 뭉근하게 멸치국물을 우려내
그 멸치국물에 국수를 말아낸다.
10년이 넘게 국수 값은 2,000원에 묶어 놓고도
면은 얼마든지 달라는 대로 더 준다.

몇 년 전에 이 집이 SBS TV에 소개된 뒤
나이 지긋한 남자가 담당 PD에게 전화를 걸어
다짜고짜 '감사합니다'를 연발했다.
전화를 걸어온 남자는 15년 전 사기를 당해
재산을 들어 먹고 아내까지 떠나 버렸다.
용산 역 앞을 배회하던 그는 식당들을
찾아 다니며 한 끼를 구걸했다.
음식점마다 쫓겨나기를 거듭하다보니 독이 올랐다.
휘발유를 뿌려 불 질러 버리겠다고 마음먹었다.
할머니네 국수집에까지 가게 된 사내는
자리부터 차지하고 앉았다.
나온 국수를 허겁지겁 먹자
할머니가 그릇을 빼앗아 갔다.
그러더니 국수와 국물을 한가득 다시 내줬다.
두 그릇치를 퍼 넣은 그는 냅다 도망쳤다.
할머니가 쫓아 나오면서 뒤에 대고 소리쳤다.

"그냥 가, 뛰지 말고, 다쳐!" 
그 한마디에 사내는 세상에 품은 증오를 버렸다.

한 사람이 베푼 작은 온정이 막다른 골목에 서 있던 한 사람을 구한 것입니다.
우리네 마음이 이처럼 따뜻함으로 가득하다면 얼마나 행복한 세상이 될까요?

"저는 다행히도
먹을 것 걱정보다는 맛있는 것 걱정을 하고 있으며
입을 것 걱정보다는 멋있는 것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숙인들이 성실하지 못해서 노력하지 않아 노숙인의 생활을 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그들도 그렇게 살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그들도 맛있고 멋지게 살고 싶은 분명한 희망을 가지고 있지만 그게 힘든 것입니다. 그래서 더 맛있는 것, 멋있는 것을 찾기 보다 그들에게 작은 나눔으로 희망을 준다면 우리는 가슴에 작은 행복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할머니의 온정이 없었다면... 그 국수는 그저 돈벌이의 수단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작은 국수하나로 희망을 주었고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주저앉을 수 있었던 한 사람을 일어나게 했다면 그것은 분명 좋은 일입니다.

그것이 그 국수집에서 나올 때 가질 수 있었던 희망의 메아리었습니다.
우리는 다행히 그 자리에 있지 않지만 어쩌면 불행히도 그 자리에 우리가 있을 수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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