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February 22, 2013

진정한 사랑은 왜 이별 후에 느껴지는가

Leave a Comment
CSI: NY 시즌 9 는 다른 시즌에 비해서 참 멋진 에피소드들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에피소드 11 (Command+P) 편에서 부검의 시드 박사 (Dr. Sid) 가 뉴욕 시민 10명에게 각각 백만불을 익명으로 보내면서도 자신이 했던 선행을 들어내지 않았지만 결국 예리한 조 댄빌 (Jo Danville)에게 들키는 내용 등 배우들의 대사와 내용이 다시 보고 싶을만큼 여운이 남는 에피소드가 특히 많은 시즌이다. 에피소드 16 로 방영한 Blood Actually 도 그런 잔잔한 여운이 남는 에피소드였다.


CSI: NY 시즌 9 에피소드 16 ; Blood Actually 은 큰 줄기의 하나의 이야기가 있는 것이 아니라 발렌타인 데이를 맞이해서 3개의 사랑에 얽힌 에피소드 세개를 짧게 해결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 하나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어느 남자가 의문의 사고로 쓰러져 죽었지만 부검결과 혈당과다로 쇼크로 죽었고 부인은 남편의 죽음을 슬퍼했지만 조사 결과 결국 부인이 범인이었다. 남편은 원래 선천성 당뇨병(diabetes type I)를 가지고 있어서 설탕이나 초코렛을 섭취하는 것이 어려웠는데 부인은 발렌타인 데이를 맞이해서 무설탕 초콜렛이라고 속이고 설탕 가득한 초콜렛을 먹도록 했고 혈당을 내리기 위한 인슐린 주사에도 미리 설탕물을 넣어두어 인슐린 주사를 찌르고 남편은 혈당과다로 죽게 되었던 것이다. 

부인이 죽이기로 마음 먹은 이유는 간단했다. 남편이 자신 몰래 바람피고 있고 남편의 핸드폰을 통해서 바람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자신과 가기로 했던 여행까지 같이 가기로 했던 여자가 있다고 생각하고 살인을 결심했던 것이었다. 그런데 남편이 죽고 나서 경찰 조사를 통해서 알게 된 것은 오히려 남편은 부인을 위한 여행 선물을 위해 여행사 직원과 이야기한 내용이었고 깜짝 선물로 준비하려고 했던 것을 부인이 오해하고 살인한 것이었다. 사건이 종결되고 셀던 호크 박사 (Dr. Sheldon Hawkes) 와 대니 메셔 (Danny Messer)와의 대화 중 일부이다. 젊은 시절 뚱뚱했던 호크 박사의 사진을 보여주며


Messer: Whoa-whoa-whoa-whoa-whoa, this is you?
메셔: 어라~ 어라... 세상에.. (....) 이게 너란 말야?

Hawkes: Yeah. I was 20, and madly in love with a girl named Susie Thomas. But she couldn't see past my size, pretended I didn't even exist and broke my heart.
호크: 그래. 그때 20살이었고 나는 수지 토마스(Susie Thomas)라는 여자에게 포~옥 빠졌었지. 그러나 이 몸집인 나를 못본 척 했고 (무시했고), 내가 없는 것처럼 행동했었고 나는 마음이 상처입었었지.

Messer: Eh, what'd you do about it?메셔: 어~라 그래서 어떻게 했어?

Hawkes: Starting working out, eating right. I was a different man when I ran into Susie years later.호크: 운동하기 시작했고 식사도 조절했지. 그리고 일년후에 수지 앞에 섰을 때 나는 다른 사람이 되었지 (다이어트에 성공했단 말)

Messer: Yeah, that must've felt pretty good, huh?메셔: 와우~ 음 괜찮았겠는걸 그렇지?

Hawkes: Yeah, yeah it did... until... she told me that she had a giant crush on me, too, but was afraid of what her friends would say.호크: 그랬지... 근데 그녀가 나에게 당시에 관심이 있었지만 그녀의 친구들이 뭐라고 이야기할지 두려웠다고 하기 전까지는 괜찮았었지 (더 기분이 안좋았단 말)

Messer: Of course.메셔: 그렇군...

Hawkes: Yeah. And I realized, you know, that love has the power to overcome almost anything, but only if we all can get past our own prejudice and let it.호크: 그래서 나는 알게 되었지, 사랑은 거의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가졌다고... 그러나 우리의 편견들을 모두 버려야지만 가능하다는 것을...

Messer: Yeah. I'm gonna keep this.메셔: 그래. 나 이 사진 가질께


남편은 부인을 위해 사랑하고 있었고 부인을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서 노력했지만 부인은 그 노력과는 반대로 오해로 결국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을 살인하게 되었다. 상대방의 진심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기 전에 섣부른 판단으로 결국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을 죽게 했다. 그리고 죽음에 이르는 방법은 남편이 가지는 약점을 잘 활용해서 가까운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사실을 가지고 살인을 했다는 것이다.

랑하는 사람에게는 모든 것을 다 이야기하고 공유해야한다고 하지만 정말 상대방이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믿고 사랑해줄 사람인지 확신하지 못한 상황에서 자신의 비밀과 아픈 상처를 알려준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상대방을 사랑하고 신뢰하기 위한 시작으로 공유한 비밀과 상처가 결국 자신에게 칼이 되어 되돌아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랑은 자신이 이해하는 세상에 상대방을 초대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지 못하는 당신의 세상에 대해 신뢰하며 인내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자랐지만 팔레스타인 사람으로 나라없이 이스라엘의 억압을 받아오는 것을 참지 못한 한 팔레스타인 사람이 미국내 이스라엘이 미국 정부를 상대로 하는 외교 로비 및 금품 수수 등의 비리 내용을 폭로하기 위해 일을 하던 사람이 있었다. 미국 내에서 좋은 대학 교육을 받고 엔지니어로 좋은 직장과 안정된 생활을 보장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팔레스타인 임시 정부를 위해서 이스라엘과 미국 정부의 입장에서는 일종의 스파이 활동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사람에게도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 그러나 사랑하는 마음과 다르게 미국과 이스라엘 정보국의 감시를 받아오던 사람이 누군가와 연애를 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점점 사랑하는 마음에 더 이끌렸고 결국 팔레스타인을 위한 활동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시간으로 점점 희석되기 시작하였지만 이스라엘 정보국은 이 사람의 여자친구까지 뒷조사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모든 관계를 정리해야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정보국에 의해 다치거나 해를 입지 않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정리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별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여자는 남자에게 매달리다가 이 사실을 알게 된 이스라엘 정보국은 결국 여자를 이용해 남자를 잡기로 했고 이스라엘 정보국은 여자에게 접근해서 남자에 대한 거짓 정보를 통해서 여자에게 오해를 만들고 그 여자는 결국 복수심에 남자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을 다 넘겼고 결국 남자는 이스라엘 감옥에 이송되어 생을 마감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남자가 감옥에 남긴 글귀가 다음과 같았다.

진정한 사랑은 왜 이별 후에 느껴지는가.
Why can human only feel the true love after a farewell.

군가 상대방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은 신뢰한다는 것이다. 신뢰는 나쁘게 말한다면 최면이다. 상대방이 나를 진정 사랑하는지 아닌지는 이별이 다가와야 느끼게 된다는 것은 참 서글픈 메카니즘이 되어버린다. 이별이 다가오기 전에는 사랑에 대한 신뢰와 믿음으로 매달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누군가 이별을 하고 나면 후회가 밀려오는 사람도 있어 몇년이 훌쩍 지나도 걸어가는 길거리의 낙엽에도 생각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오히려 이별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름조차 희미해져가는 사람이 있다. 어쩔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별의 고비에 서로가 보여주는 이별에 대처하는 모습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생각나는 사람인지에 상당히 영향을 많이 준다는 것이다. 이별이 거듭되면서 마음을 열기가 더 어려워지는 가장 큰 이유는 내가 공유한 상처와 아픔이 이별로 이어지는 원인인듯 쉽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너의 모든 상처와 아픔을 다 이해할 수 있어... 난 당신을 사랑하니깐..." 이라고 신뢰를 주어 아픔과 상처를 어렵게 이야기하면 너그러운 마음으로 수용하듯 받아들이지만, 그렇게 어렵게 이야기한 아픔과 상처라면 그 이야기를 자신의 친구나 다른 사람에게 가쉽거리 이야기하듯, 혹은 자신은 이런 상대방의 상처와 아픔도 이해하는 사람이라며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자신의 아픔과 상처가 공기 중에 떠돌면서 (On Air) 돌아다니기를 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단순히 자신의 사랑을 채우기 위해 누군가의 상처도 받아줄 수 있을거라 이야기하지만, 이별의 순간 상대방에 대한 모습과 자신의 모습을 보면 그 사람을 진정 사랑했는지 아닌지 이별 전에 더 느끼게 된다는 것은 장난같은 역학이다. 이스라엘에서 죽은 팔레스타인계 미국인 스파이는 이별의 순간 상대방 여자가 자신을 향한 신뢰가 한순간 불신으로 바뀌고 자신의 상처와 아픔이 결국 무기가 되어 되돌아 오는 것을 느끼고 역설적으로 이별 후에도 믿어주는 신뢰에 대한 아쉬움으로 진정한 사랑을 조금 느꼈는지 모른다.

수많은 편견은 세상을 왜곡해서 바라보기도 하지만 보지 않으려는 세상을 가리고 보기도 한다. 그리고 그렇게 가린 세상에 놓인 누군가는 불신으로 바라본다. 조금 더 인내하려고 하지 않고 자신이 바라보는 세상이 전부인 상태에서는 상대방의 본 모습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고 자신이 바라보는 모습만 중요할 수 밖에 없다. 불신은 자신이 두려움과 만난 결과물이다. 불신은 두려움을 먹고 산다. [ 불신은 두려움의 결과 ] 이다. 편견은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세상에 대해 보지 않으려는 태도이고, 불신또한 이해하지 못하는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기에, 편견과 불신은 다른 세상에 대한 탐구와 용기를 포기하게 한다.

불신은 합리성과 논리성으로 자신을 지킬 수 있지만 그 누구의 초대도 허락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에게 초대되는 그 누구도 존재할 수 없다.


요즘 너무 맘에 드는 사진과 연필을 이용한 작품이다. [ Ben Heine ] 의 작품으로 비현실적 세계와 현실의 세계가 연결되는 신비로운 이미지를 주어서 참 마음에 든다. 이 작품의 제목은 LOVE IS NOT FAR. KEEP LOOKING FOR IT! 이다. 이해할 수 없는 전혀 다른 세상의 존재와 만나는 방법은 상대방의 세상에 대한 신뢰와 초대가 아닐까? 내가 바라보는 세상의 모습만을 인정한다면, 나에게 필요한 사랑은 계속 찾기만 해야하는 대상이 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0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