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June 23, 2009

음악을 좋아하지 않나보네요?

Leave a Comment
자기 몇년전에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나서 잠결에 일어났다.

한동안 나는 싸이월드 꾸미기에 열중한 적이 있었다. 거의 매일 일기를 올리고 사진을 올리고 그리고 맘에 드는 음악을 살찌우듯이 내 미니홈피를 위해서 그렇게 투자한 적이 있었다. 한번은 문화상품권으로 받은 십만원을 도토리로 다 사고는 음악으로 완벽하게 꾸미기 시작하겠다고 마음먹은 적이 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큰 계기가 생겼다. 미니홈피는 대중적으로 이쁜 모양과 기능에 대해서는 쉽게 편집하고 만들어줄 수 있어도 내가 원하는 투박하더라도 내 글을 잘 표현하는 방법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부분과 함께 꼭 내 글과 내 사진이 저 작은 공간 속에서 갇혀 있어야 하는가에 대한 강한 회의감을 가졌기 때문이다.

사실 블로그는 쉽게 편집하기 쉽지 않다. 예전에 HTML 을 조금 만져보았기 때문에 HTML Tag 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어림짐작할 정도로 알기 때문에 편집이 투박하게 가능한 것이지 내가 원하는 만큼 쉽게 만들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그냥 블로그로 오기 위해서 그 수많은 음악과 스킨과 기타 등등 (실제로 얼마의 가치를 가지는지 모르지만...) 의 도토리로 대납한 그 아이템을 날리기로 마음먹었다.

그리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고 본다. 그리고 이제 초라하게 관리가 전혀 안되고 총 방문회수가 몇일만에 1이 올라가는 그런 미니 홈피인 상황이었다. 그런데 뜬금없이 어떤 지인이 그렇게 물어본 것이다.

"악을 좋아하지 않나보네요?"    from 아무개

순간 그 쪽지를 보는 순간 멍해질 수 밖에 없었다.

사실 나는 음악을 좋아한다. 대중 가요부터 그레고리안 성가곡 영화 OST 등 장르를 구별안하고 들어서 느낌이 좋은 음악들을 좋아하고 그 음악가가 맘에 든다면 그 사람의 앨범을 구매하기도 한다. 그리고 음악을 귀에 달고 살기 위해서라도 휴대용 MP3 를 가지고 다니면서 필요한 음악을 듣는다.

그런데 나에게 음악을 좋아하지 않냐고 물어보는 것은 그 대답의 여부를 떠나서 그냥 무엇이 '나는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으로 보였는지가 참 신기했다. 그 사람이 나를 그렇게 본 이유는 딱 한가지이다. 미니홈피에 음악이 전혀 없고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된 것이다.

전혀 다른 기호를 가진 사람으로 바라보게 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세상엔 편리함이 곧 당연함으로 이어지는 관념을 쉽게 가지는 것 같다. 모든 사람들이 편리하게 자신의 홈페이지를 구축할 수 있는 미니 홈피를 통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표현하고 싶어지고 그것을 거부하면 때로는 그런 편리함을 쓰지 못하는 사람으로 된다.

요즘은 미니홈피라는 것이 우리 사회에서는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 그런 대중성은 분명 사실이지만 그것이 그 사람을 나타내는 모든 것이 되어버리는 것은 분명 사실이 아닐 것이다.


미니홈피를 떠나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자유로운 공간에서의 글을 쓰는게 아니라 편리함에 익숙해질까 두려웠던 부분이 강하다. 편리함이란 쉽게 다가오지만 그 쉽게 다가오는 깊이만큼 우리가 쉽게 빠져나오기도 어렵다. 언제부터인가 내 미니홈피의 글들이 참 쉽게 쓰여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공간내에서 글을 써내려가지는 것도 그렇고 그 작은 창을 통해서 (혹자는 집중력을 준다고 하지만...) 보아야 한다는 것도 그렇다. 그 보이는 공간만큼 효율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는 항상 자신의 글은 주절 주절 내려가기 보다는 핵심만 간단하게 보여주는 것이 인기의 비결이 되는 것이 되어버렸다.

분명 한마디 대사에서도 감동은 그대로 전해질 수 있지만 그래도 마음을 내려놓고 써 내려가는 자신의 이름을 두고 써내려가는 글이라면 몇개의 문장으로 자신을 다 표현하기엔 참 힘들다는 생각만 가득했었다.

론적으로 나는 음악을 좋아한다. 도토리를 구입해서 음악을 구매하지 않는다고 해서 음악을 싫어하는 사람은 분명 아니다. 미니홈피 속의 우리들은 축약과 강한 이미지를 위해 더 많은 도토리를 소모하게 된다. 긴 글에 지루함을 느끼게 되어버리고 번잡한 사진은 그냥 넘어가버리게 되는 미니 홈피 안에서는 우리의 생각도 우리의 모습도 제한되기 쉽다. 그래서 남의 생각과 성향을 알기 위해 그 수많은 축약된 언어에서 우리는 고민하고 분석하기 시작한다. 물론 정확할리 없다.

우리는 간편화되고 편리화된 우리의 사이버 공간에서

얼마나 축약적으로 효과적으로 나를 표현할까 고민하고...
얼마나 잘 알아내고 분석하여 사람을 이해할까 고민한다...  

그냥 편안하게 풀어 이야기해도 힘든 세상에 우리는 수많은 도토리를 써가며 (한 기업을 위해서는 아주 기쁜일이겠지만...)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방법으로 가장 비효율적으로 소통하고 있는지 모른다.

재미있는 세상이다. 다시 한번 결론은 나는 음악을 좋아한다. 

0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