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July 7, 2013

두려움의 현기증을 즐기자.

Leave a Comment
요즘 눈에 들어오는 그림 하나가 있다. 아니 유혹하는 그림이 하나 있다.


Wanderer Above the Sea of Fog - Caspar David Friedrich
안개바다 위의 방랑자 — 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

혀 관계 없는 몇권의 책들 속에서 반복되서 삽입된 그림이다. 안개바다는 우리가 의지해야 할 공간이 앞에 놓인 것인지, 아니면 지금 발 디디고 있는 땅만이 믿을 곳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에 빠지게 한다.


추락하면 모든 것이 파괴될 것 같지만 그 곳은 내가 찾지 못한 무엇인가 있을 것이란 막연한 기대를 만들고 그 결과가 어떻게 되든 용기와 의지를 필요로 한다.

그런데 여기까지 설명하며 아무런 저항감 혹은 이상함이 없었다면 안개바다 속은 절벽일 것이라는 막연한 가정을 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지 모른다.

안개바다는 안개가 걷히기 전까지 그 넘어 무엇이 있는지 모른다. 지금보다 더 편한 대지가 놓여있을 지 그것은 알 수 없다. 그런데 우리는 습관적 가정을 하고 생각을 시작한다. 어떤 가정도 어떤 전제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그러나 내 앞에 안개 바다가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 우리는 현기증을 느낀다. 그것은 우리가 불안 속에서 맞서 싸워나갈 힘이 생긴다는 알 수 없는 역설에 대한 가벼운 증거이다.

습관적으로 우리는 확실한 것을 원한다. 그러나 그 어떤 것도 확실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마치 안개 바다를 바라보는 방랑자의 모습과 비슷하다. 그리고 그림 속의 주인공은 방랑자이다. 어디를 가야할지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는 방향을 정하지 않은 그런 존재이다. 인간은 경계에 서 있을 때 새로운 것을 목격하게 된다. 그러나 그 경계에서 우리는 항상 두려워 한다. 다가오지 않은 대상에 대한 두려움 뿐만 아니라 때로는 자신 앞에 다가오는 흥분도 두려움처럼 느껴진다. 


끔은 단 하나의 그림이 나에게 다가오고 그 그림은 나에게 강한 자극을 준다.

0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