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함께 할 책 한권을 들고 창이 넓은 카페에 들어가 커피 한잔을 즐기고 있는데 거센 바람과 함께 폭우가 쏟아 지기 시작했다. 걱정이 밀려 왔다. 어떻게 저 비속을 뚫고 가야 하나 그냥 비에 젖더라도 정류장까지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가. 아니면 가방이라도 젖지 않도록 해야 하나...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한참 고민하다가 걱정하는 것을 멈추고 여유를 즐기며 책 한권에 빠져 어느새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더 이상 비는 내리지 않았다.
'조금 전에 했던' 수많은 걱정들이 무색할 만큼 비는 더 이상 내리지 않는다. 그런데 창 밖에는 '조금 전에' '내 걱정하는 마음'이 내 보낸 '내'가 이미 그 비 속에서 흠뻑 젖어 있었다. 다가오지도 않은 미래를 걱정하며 나는 나를 그렇게 밖으로 내 보냈던 것이다.
"일어나지도 않은 불행에 깊이 파고들게 두어선 안 된다. 설사 그것이 불행에 맞설 준비를 하기 위한 것이라 할지라도." ─ 버틀란드 러셀
아침에 비 오더니 늦어서는 바람이로다.
천리만리 길에 풍우(風雨)는 무슨 일인고
두어라 황혼이 멀었거니 쉬어 간들 어떠리.
─ 신흠 (1566-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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