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질문을 들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문제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할 것 같다. 알루미늄 캔으로 잘 밀봉되어 새지 않는 콜라 캔을 놔둔다고 해서 그 안의 내용물이 증발해서 사라질 수 있을까 하는 의문때문이다. 그러나 물질의 농도 차이가 있는 어떤 매질에서도 물질의 전달은 이루어진다. 다만 그 전달 속도가 아주 느려서 그 변화가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일 뿐이다. 그 속도는 무척이나 느리지만 콜라캔도 그대로 방치해 두면 상당히 오랜 시간이 필요하긴 하지만 언젠가는 콜라캔의 내용물이 모두 사라진다.
기본적으로 자연계의 현상을 이해하고 자연 현상을 응용한 공학의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이동할 수 있는 개체를 세가지로 분류해서 이에 대한 역학을 이해하고 이를 이용해서 우리의 공학적 문제를 풀게 된다. 아주 오래전의 대장장이가 금속을 단련시켜서 자신이 원하는 물성으로 만들기 위해서 열을 어떻게 가하고 열의 변화를 어떻게 주면 되는지부터 시작해 반도체 산업에서 사용되는 웨이퍼 제조 공정이나 다양한 공정 등도 결국 자연계의 이동 현상을 이해하여 이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면서 원하는 제품을 만들게 된 것이다. 그러한 공학적 학문의 영역 중 자연계에서 이동할 수 있는 개체에 대한 학문을 이동 현상(Transport Phenomena)라고 부르며 공학적 측면에서 보았을 때 세가지 구분을 통해서 자연 현상을 바라보는 눈을 가질 수 있게 된다.
ⓐ 열 이동 (Heat Transfer): 온도 차이가 존재하는 두 개체 (Object)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에너지의 이동을 말하며 물질이 가지는 고유한 속성에 따라서 우리는 열에 대한 제어를 하여 적절한 반응과 최적의 시간 등을 계산할 수 있게 된다.
ⓑ 물질 이동 (Mass Transfer): 물질의 농도 차이가 존재하는 두 개체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물질의 이동을 말하며 물질 사이, 물질의 경계면 (interface) 상에 존재하는 속성에 따라서 물질의 이동 방향과 원하는 물질 조성을 제어하게 된다.
ⓒ 운동량 이동 (Momentum Transfer): 이동하는 두 개체 사이에 존재하는 운동량(모멘텀)의 차이에 따라서 힘의 균형과 방향이 이동하는 속성을 통해서 객체의 힘의 벡터(크기와 방향)를 제어하여 개체의 운동과 힘의 균형을 알수 있다.
열과 물질은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그러나 운동량은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쉽게 '유체역학'이라는 이름으로 대변하면 더 편할 것이다. 앞으로 다룰 내용은 특별히 열과 운동량의 내용은 아니지만 전체적인 내용의 이해를 위해서 필요한 부분이기에 초반에 언급을 해 두었다. 간단하게 자연계의 현상을 위의 세가지로 분류해서 이해하면 앞으로 전개하려고 하는 '농축문명'의 모습을 이해하는데 쉬울 것이다. 세가지의 이동 대상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우선 열, 물질, 운동량이 이동, 움직이는 현상이지만 그 현상이 일어나는 원인은 각각 에너지(열), 농도, 운동량의 차이(difference)가 있는 두개의 대상 사이에서 일어나며 그 이동의 크기는 두 대상의 차이값 (gradient)에 비례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온도 차이가 나는 두개의 물질(금속A, 금속B)을 접촉시키는데 금속A는 100도로 달군 상태이고 금속B는 상온에 놓아 둔 상태에서 접촉시켰다고 한다면 금속A에서 금속B로 열이 이동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느정도 거리를 두고 놓았다면 두 금속 사이의 열 이동은 존재하지 않을 것인가?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그 사이에 금속A 와 금속B 사이엔 공기라고 하는 새로운 개체가 끼어 들어갔을 뿐이고 금속A가 공기에게 전달된 열, 이동된 에너지로 온도가 올라간 공기가 금속B에게 주는 에너지의 이동, 그뿐만 아니라 아무리 떨어져 있어도 금속A가 금속B에게 주는 복사 에너지도 고려해야한다.
물질 이동도 마찬가지이다. 0.005%의 소금물과 0.004%의 소금물을 서로 섞게 된다면 아무리 작은 차이라고 하더라도 농도의 차이가 존재하는 두 개체가 섞이면 결국 두 농도의 중간값 중 적정한 농도로 평형을 이루며 하나의 개체와 같이 농도는 일정해진다. 그렇다면 농도가 같아진 섞어진 소금물은 전혀 물질이동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인가? 거시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는 물질 이동은 평형을 이루고 있는 것이지 움직이지 않는 정적(static)상태가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즉, 이러한 상태를 동적 평형(Dynamic Equilibrium)이라고 부른다. 겉으로 보았을 때, 적당한 관찰자에게는 농도의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지만 좀 더 세밀한 관찰자(a finer spectator)에 의하면 소금의 농도는 극소적으로 변화한다는 것이다.
농축 문명의 발전
산업의 발달은 고농도로 정제하고 분리하는 기술과 더불어 발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간단한 연장에서부터 첨단이라고 불리우는 반도체 산업도 결국 우리가 원하는 물질을 얼마나 고농도로 농축해서 분리 정제 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서 그 발전의 속도가 빨라진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고농도의 물질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많은 에너지와 많은 기술, 그리고 그에 따른 부수적인 부산물들을 만들어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산업적 가치와 그 유용성이 높기 때문에 고농도의 물질을 만들어내는데 많은 노력을 하고 그에 따라서 과학 기술은 발달하고 현대 산업에서의 부가가치란 바로 수많은 에너지와 수많은 공정을 거쳐 만들어지는 고농도의 재료를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아주 간단한 예로 수많은 해변가의 모래는 아무런 쓸모가 없지만 그 안의 규사성분을 고농도로 만들어 놓으면 반도체 산업에 쓰일 수 있는 실리콘 재료로 사용될 수 있는 것이다. 고농도의 재료로 만드는 과정이 주는 부가가치는 산업 공정의 유용성과 산업 공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차를 줄여준다는 점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즉, 고농도의 재료는 불순물이 줄 수 있는 오차를 줄여주고 우리가 예상하지 못하는 현상 (disturbance)를 줄여준다는 점에서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지만 초기 재료는 고농도로 만들어서 시작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분리정제(separation & purification) 기술은 산업 발전에 엄청난 공헌을 한 것은 분명 인정해야 한다. 이로 인해 우리는 생각하지 못했던 물질의 물성(properties)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고 우리가 원하는 수준의 품질 관리(quality control)가 가능하게 되었고 요구되는 물성을 목표로 원하는 제품을 만들 수 있는 단계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와 더불어 우리는 우리의 산업적 가치에 따라서 필요한 물질, 필요없는 물질로 나누어지게 되었고 우리는 원하는 물질(재료)와 더불어 부산물 그리고 폐기물의 형태로 생산 후 과정에서 발생한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즉, 우리가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만드는 과정에서 그만큼 가치가 없는 폐기물은 증가하였고 가치를 부여하기 힘든 폐기물의 경우 별다른 방법없이 버려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다. 고농도의 농축이 산업의 주요 발전 요소였다는 점과 더불어 필요가 없는 물질들도 대량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산업 혁명 이후 산업의 기술적 발달에서 발생하는 이러한 폐기물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단순히 산업의 생산 규모가 증가한 것이 원인이라고 생각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고농도 재료를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부가적인 폐기물의 농축이 산업 폐기물의 양을 증가시키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즉, 고농도의 재료를 더욱 더 많이, 더 높은 순도의 재료를 요구함에 따라서 필요한 에너지와 부수적으로 나오는 폐기물은 더 심각하고 처리하기 힘든 물질이 나오게 된다.
농축 물질의 직접적 반격
원소 단위로 산업 재료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이 발달하고 고농도의 단일 원소의 농축 제품이 나오면서 우리는 예상하지 못했던 심각한 수준의 보건 의학적 문제를 많이 발생시키고 있다는 것을 느껴야 할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납(lead)일 것이다. 납은 실제로 초기 산업 발전 단계에서는 많은 기여를 했고 현재 반도체 산업에서 사용되는 실리콘 재료만큼 그 쓰임새도 많았고 괜찮은 물성을 가진 재료였다. 그러나 그 쓰임새가 더 좋은 물성의 재료들로 대체되면서 납은 고농도 재료로 일반적인 용도로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값싼 제품으로 낚시 찌와 스쿠버 다이빙에서 높은 비중을 가져 잠수하는데 도움을 주는 재료로 사용되기 시작했고 이렇게 버려지는 낚시 찌와 납덩이들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해양 생태계에 고농도로 유입되게 되었다.
우리가 보기엔 단순히 고체의 덩어리지만 앞서 서두에서 설명한 것처럼 고농도는 저농도로 물질이 이동하는 것이 자연적인 현상이다. 따라서 고농도의 납덩이가 해양에 유입되는 순간 상당히 빠른 속도로 납은 해수에 녹아 들어가기 시작한다. 뿐만 아니라 적당한 크기의 납 덩어리는 해양생물의 먹이로 유입되어 우리가 식용으로 먹는 물고기에 직접적으로 체내 유입이 되어 더 빠른 속도로 물고기의 생체 조직에 녹아 들어가기 시작한다. 같은 형태로 우리에게 문제가 되는 중금속은 수없이 많다. 아마도 주기율표상의 중금속이라고 불리우는 거의 모든 원소들은 이러한 형태로 해양 생태계에 유입되는 비율이 상당히 높고 그 중 수은(mercury)은 형태상 액체 상태로 해양 생태계에 흡수되고 해양 생태계의 먹이사슬에서 상위 물고기의 경우 먹이 사슬의 하위 단계 물고기가 아무리 적은 양의 중금속에 노출되어도 상위 먹이 사슬로 올라갈 수록 그 농축의 정도가 올라가고 이를 통해서 소위 먹이 사슬의 생태계를 통해서 새로운 대사 농축(metabolic concentration)이 이루어지게 된다. 그리고 이 상위 생태계의 포식자는 안타깝게도 인간이다. 이러한 현상의 결과로 이제는 수은의 위험때문에 참치, 연어와 같은 대형 어종에 대한 섭취량을 제한하게 되었다. 수은은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중금속의 경우 체내 배출보다는 축적이 더 이루어지기 때문에 조금씩 자신도 알지 못하는 경우에 중독된다.
Reference: http://onni.me/UiTeAQ |
농축은 산업적 필요성에 의해서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기술이었지만 반대로 우리의 관심과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는 순간 고농도의 위험성은 결국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태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원소 단위의 고농도 재료는 개발 당시에는 부가가치가 증가하고 그에 따라서 사용량이 급속하게 증가하는 반면 해당 물성을 대체할 수 있는 더 좋은 재료가 개발되면 고부가가치의 재료는 바로 가치가 없는 폐기물로 바뀌어 버린다는 점이다. 즉, 재료의 농축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 뿐만 아니라 우리가 유용하다고 느끼며 만든 재료조차도 결국 폐기물의 운명이 되어버리는 것이 바로 고농도 재료가 우리의 삶에 주는 가장 큰 영향이다. 폐기물을 한번 생각하면 폐기물이란 단순히 우리가 필요하지 않는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필요하지 않다고 정의하고 만든 새로운 범주의 대상'이다. 그리고 그 폐기물을 적절하게 처리하지 않으면 결국 닫힌 계라고 봐도 되는 우리의 작은 생태계 안에서는 그 폐기물은 다시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그 폐기물은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을 불필요하고 거부하고 싶은 공간을 증가시킨다. 따라서 인간의 풍요로운 삶을 위해 만들어 내는 산업의 많은 제품들은 사실 우리의 삶을 제한하게 만들고 우리에게 해로운 물질을 만들어내는 폐기물의 생산 과정과 동반된다는 점이다.
합성에 의한 새로운 농축의 등장
20세기 들어 가장 위대한 발명이 무엇이냐고 하면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다양하겠지만 그중 꽤 많은 사람들은 '플라스틱'이라고 이야기하고 플라스틱이 가지는 우리 삶에서의 유용성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사람은 아직도 유해성보다는 유용성에 더 초점을 두고 생각하게 된다. 사실 플라스틱이 공업적으로 생산되기 이전부터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아주 간단하게 종이도 일정의 자연 플라스틱이고 여전히 좋은 재료인 고무 나무의 고무는 아주 유용한 플라스틱임에 틀림없다. 분명히 플라스틱이 합성되고 나서 우리의 삶이 상당히 크게 변화한 것은 분명하다. 상아로만 만들어야 했던 당구공을 값싼 플라스틱으로 대체해서 대중적인 오락으로 만들어 낸 것부터 우리의 생활에서 유용하게 사용하는 그릇부터 높은 강도를 요구하는 건축 재료에서도 이제는 자연 재료를 대체하여 간단한 생필품의 영역에서 플라스틱이 많은 부분 차지하게 되었다.
플라스틱은 새로운 측면에서 농축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즉, 기존의 농축은 자연에서 우리가 필요한 물질을 필요하지 않은 불순물과 분리하고 정제하는 과정으로 얻어내는 반면 플라스틱은 오히려 합성이라는 방법을 통해서 재료를 만든다. 그런데 합성의 과정은 우리에게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를 불러 일으켰다. 자연계엔 원래 존재하지 않았던 물질의 농축된 형태로 플라스틱은 우리에게 다가왔고 그 유용성 때문에 우리는 우리의 삶에서 포기할 수 없는 부분으로 우리 곁에 아주 가까이 다가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음식점을 가도 이제 물컵은 플라스틱이 널리 사용되고 있고 요즘은 플라스틱에 의한 환경호르몬(내분비교란물질)에 대한 염려 때문에 많이 다른 재료로 대체되고 있지만 가격의 크나큰 경쟁력때문에 아직도 수요는 크다. 중요한 점은 우리가 만든 이 합성 물질, 농축된 합성 물질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서 걱정하는 속도보다 생산되어 만들어지는 속도가 더 빠르다는 것이다. 요즘 이런 각성에 의해 플라스틱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다고 하더라도 사실 그 가격적 이점은 그 모든 것을 다 이겨내기에 충분한 강점을 가지고 있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수많은 플라스틱와 함께 살 수 밖에 없다.
플라스틱과 같이 인간의 필요에 의해 합성된 물질의 경우에도 납이나 수은과 같이 그 필요성이 감소하면 다시 폐기물의 길을 걷게 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생태계에서 플라스틱은 더욱 더 큰 문제를 가질 수밖에 없다. 즉, 합성되었기 때문에 생태계는 플라스틱을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을 처음부터 가지지 않는다. 자연계에서 농축된 물질은 아무리 농축에 의한 위험성이 존재하여도 결국 자연계에 존재했던 물질이기 때문에 생태계는 그 농도를 줄이며 적당하게 희석하며 해결방법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플라스틱과 같은 합성 물질은 농도를 떠나서 그 물질이 자연계에 놓여있을 때 어떻게 처리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을 가지고 있지 않다. 부가적인 문제가 바로 여기에서 발생한다. 인간의 필요에 의해 합성한 물질은 결국 인간이 그 최종적인 처리도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플라스틱 물질이 자연계에서 최대한의 희석될 수 있는 방법은 물리적으로 부서지고 작은 부피로 만들어져서 우리에게 영향을 주지 않을만큼 존재하는 것 이외에 별로 방법이 없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생분해 플라스틱, 자연계에서 분해되는 다양한 형태의 플라스틱이 개발되지만 개발의 단계든, 처리의 단계든 인간의 책임이 필요하다는 것은 똑같을 것이다. 즉, 고농도의 문명이 우리에게 주는 하나의 새로운 교훈은 우리가 처리해야하는 물질의 범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는 점이다.
농축 문명의 본격적, 체계적 반격
생태계는 상당히 흥미로운 특징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생태계에 미친 영향만큼 우리에게 영향을 되돌려 준다는 것이다. 우리는 대부분 우리가 만들어 낸 문명의 이기와 발전에 의해 혜택을 받으며 그 혜택으로 윤택한 생활을 하는 것에 욕심을 내기 때문에 그 이상 자신의 결정과 선택이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서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 쉽게 말하자면, 자신에게 주어지는 당장의 이득이나 편리함을 위해 만든 선택이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서 그다지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가 생각하지 않는 몇몇가지 일상을 통해서 생태계가 우리에게 반격하는 모습들을 한번 생각해보자.
알루미늄 호일: 통닭을 포장할 때도 도시락에 반찬 받침으로도 알루미늄 호일은 아주 좋은 재료이다. 마음대로 변형도 가능하고 알루미늄 금속이 가지는 좋은 열전도성 때문에 음식을 따뜻하게 보존하기 좋다. 알루미늄은 확실히 앞서 설명했던 납과 수은과 같은 원소 단위의 농축의 좋은 예일 것이다. 그러나 납이나 수은은 그 심각성이나 보건의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뭔가 느낌이 다가오지만 알루미늄 호일은 너무 쉽게 사용되고 너무 편리하게 사용되기 때문에 그 위험성이 무엇인지 정말 인식하기 힘든 정도이다. 그러나 가장 대표적으로 알루미늄은 의학적으로 알려진 가장 대표적인 치매의 원인 물질이다. 또한 알루미늄은 대표적인 양쪽성 금속이다. 양쪽성 금속이란 알칼리성, 산성 모두에 잘 녹을 수 있는 금속이란 뜻이다. 우리가 알루미늄으로 감싸는 반찬은 알칼리성 아니면 산성일 것이다. 그리고 음식재료는 대부분 양념으로 알루미늄과 반응하기 좋고 따라서 우리는 알게 모르게 차곡 차곡 알루미늄을 축적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당장 알루미늄에 의한 치매는 오지 않을 것이고 그러한 위험성보다는 쉽게,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편리성에 쓰고 말것이다.
핵발전소: 우리나라는 핵발전소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학창시절 우리나라 전기 발전의 50%이상은 핵발전소가 담당한다는 이야기를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사회선생님을 기억하면 핵발전소는 분명 문제가 없고 안전하며 가장 효율적인 발전 방법이라는 인식이 들었다. 그러나 핵발전소는 고농도의 우라늄을 핵반응을 통해서 이루어지며 그만큼 폐기물도 상당히 위험한 고준위 방사능의 물질을 만들어낸다. 핵발전소에 필요한 고농도 우라늄은 분명 고밀도 에너지를 위한 재료이다. 동일한 시각으로 바라볼 때 우라늄은 원소단위, 특히 동위원소 단위까지 농축이 필요한 고농도의 재료이며 그와 더불어 고농도 재료가 만들어내는 산업적 가치가 결국 그에 비례해서 폐기물도 증가시킨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다. 핵발전은 이와 더불어 우리가 처리하기도 힘든 고준위 핵폐기물도 만들어낸다. 우리가 상상하기도 어려울 시간동안 보관해야하는 폐기물을 만들어내고 현재 몇몇 국가를 제외하고 미국을 포함한 거의 대부분의 핵발전 국가는 이러한 고준위 핵폐기물의 처리를 두고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폐기물의 처리문제를 고려한다면 핵발전이 경제적인 방법인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제 고농도 문명이 가지는 가장 큰 문제점은 단순히 지켜야 하는 도덕적 당위성을 가지는 환경의 문제가 아닌 지키지 않으면 우리의 삶과 생활이 힘들어지는 생존의 문제로 다가온다는 점이다. 우리가 보았던 일본과 구 소련의 핵발전소 참사를 보면 우리가 핵발전소를 얼마나 지킬 수 있는가에 대한 한계성을 보여주는 예이다. 핵발전소가 아무리 효율적이고 경제적이라 하더라도 일단 사고 이후 방사능에 의해 몇세대에 걸쳐 인간적인 삶을 영위할 수 없는 영향을 받게 된다면 우리는 그 방법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려해야할 것이다.
맛있는 식재료: 우리의 삶에서 가장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맛있는 것을 먹는 것이 아닐까. 우리가 먹는 식재료를 주의깊게 살펴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지만 극단적으로 과거 100년전 우리 선조들이 먹던 식재료와 현재의 식재료를 비교한다면 어느 시대가 더욱 식재료가 풍부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조심스럽게 100년전 우리 선조의 식단이 지금의 식단보다 더 다양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금은 식재료의 다양함보다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주요 식재료의 대량생산이 더욱 더 활발하기 때문에 그를 위해 상대적으로 기회비용적 측면으로 다른 재료들이 가치가 더 떨어지고 더이상 상업적으로 만들어질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 아닐까.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소고기, 돼지고기 같은 육류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육류 소비량은 불황, 호황에 상관없이 항상 높은 편이다. 다만 호황인 경우엔 비싼 고기가 더욱 더 늘어나고 불황의 시기엔 싼 가격의 고기가 증가한다는 점이다. 지속적으로 육류 소비량은 증가하고 그에 따라서 우리나라의 육류 소비를 위한 공급도 국내 공급을 넘어서 해외에 의존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현실적으로 이러한 소비량을 맞추기 위해서는 단순히 소와 돼지가 가지는 자연적인 성장에 의존할 수 없고 빨리 자라고 빨리 상품화를 하기 위한 상업적이고 집약적인 과정이 도입되게 된다. 즉, 육류의 공급을 위해서 소와 돼지도 하나의 상품으로 고밀도 사육이 이루어지게 된다. 생물학적 다양성보다는 단순화된 유전적 품종의 집약적인 사육을 통해 빠른 사육과 공급이 이루어진다.
육류정도는 이 정도의 과정은 미국의 공장식 축산의 문제점으로 인식되고 있긴 하지만 새우의 경우는 쉽게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소비하는 대부분의 새우는 실제로 태국이나 베트남의 호수에서 가두리 양식을 통해서 집약적으로 생산되어 공급되는 경우가 많다. 예전보다 많아진 새우의 수요때문에 값싼 새우를 먹을 수 있다고 해서 좋을 것 같지만 그것은 초기 현상일 뿐이다. 자연을 이용해야하고 자연의 일부분을 통해서 얻어내야 하는 식재료의 경우에는 좁아지는 유효 경작 및 양식 면적이 줄어들어가고 점점 자연을 파괴해야지만 생산을 유지할 수 있는 과정에서는 더 많은 원가(비용)이 필요해진다. 실제로 소고기를 만들기 위해서 대량의 소를 키우기 위한 목초지를 만들기 보다는 소를 기를 수 있는 공간을 위해서 자연적 가치가 높은 열대우림이나 자연목초지역을 소를 키우기 위해서 불태우고 결국 소를 키우게 되어 황무지로 만드는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 또한 소를 키우기 위해 필요한 사료를 공급하기 위해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옥수수를 만들기 위해서 열대우림을 불태워 옥수수밭으로 만드는 등, 소를 위한 공간 뿐만 아니라 소를 키우기 위한 사료 공급을 위해 땅은 점점 소 산업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어지고 버리지는과정을 겪는다. 이러한 산업적 가치를 위해서 무분별하게 파괴되는 과정을 '햄버거 커넥션'이라고 부른다.
※ ebs 지식채널e 28화 햄버거 커넥션 편 : http://youtu.be/4ZEqV5SAd6k
새로운 시각으로의 고농축 문명을 바라보기
농축의 기술이 발달하며 인간을 정신적으로 피폐하게 만든 것 중 마약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인간의 욕심은 산업적 발달을 통해 인간을 이롭게 하는데 이용하는데 많은 고민을 하는 반면 다른 측면으로는 쉽게 돈벌지만 인간을 파멸시키는 다른 측면에서도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까 머리를 굴리기 시작해싿. 기본적으로 같은 기술이지만 인간의 욕심이 시작한 기술은 결국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에게 다시 영향을 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사실 분리정제의 기술이 가장 발달하게 만든 분야는 역설적으로 돈이 되는 마약 제조의 과정이다. 마약 제조상은 더 고농도의 마약을 만들고 싶었고 그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적은 양으로 효과를 보고 그 말은 적은 양이라도 높은 가격으로 팔 수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제조지역과 공급지역이 세계적인 마약에 있어서는 적은 양의 공급으로도 큰 돈을 보장할 수 있기때문에 고농도의 마약, 그리고 효과적인 새로운 합성 마약의 등장은 필연적이었다. 앞서 이야기한 농축문명의 단적인 나쁜 면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예가 바로 마약이다. 그리고 마약에서 만들어지는 고농도 마약의 폐기물은 바로 인간의 정신이라는 점이다.
고농도의 재료가 우리에게 나쁘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산업화의 과정에서 우리가 얻은 수많은 혜택, 그리고 그를 통해 우리가 이룩해낸 수많은 업적들까지도 가치없다고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 그리고 이렇게까지 이룩된 산업의 문명에서 수많은 혜택을 받고 있는 구성원의 한사람으로 이를 부정하고 거부하기는 더욱 더 어려운 점이다. 그런데 고농도, 농축의 문명이 우리에게 주었던 산업적 이로움의 가치만큼 우리가 지켜야 하는 가치는 그 편리함에 눈이 멀어 잊어버리고 있었다는 것도 알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고농도의 문명으로 살아가며 파괴한 자연에 의해 반격받는 우리의 모습은 생존의 문제로 심각하게 고려해야할 것이다.
우리가 위대한 문명의 상징처럼 바라보는 고층빌딩 하나만 보더라도 고농도의 철강이 만들어낸 건축물이지만 인간의 지속적인 관리가 없으면 고농도의 철강재료도 결국 부식되기 시작할 것이다. 자연은 우리에게 다양한 원리와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주는데 단순히 인간의 구조물을 세울 수 있는 공간의 가치로만 생각하고 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서울 시내에는 한강이 흘러가고 그 지류 중 하나로 청계천이 흘러간다. 인간의 필요에 의해서 막아버리고 단순히 인간의 폐기물을 처리해줄 역할로만 기대했지만 점점 강 생태계가 우리에게 주는 다양한 혜택에 눈을 뜨기 시작하면서 강을 살리고 복원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우리의 복원 방식도 결국 비슷한 철학을 통해 복원하지 않았나 싶다. 복원하는데 우리는 한강을 인간의 설계와 계획에 맞춰 콘크리트와 시멘트로 매꾸고 강의 길을 자연에게 맡기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원하는 방식으로 고농도의 재료를 쓰며 한강을 만들어 갔다. 시멘트가 없던 시절, 콘크리트가 없던 시절에도 한강은 분명 흐르고 자연이 흐르는 자연의 방식은 분명 존재했을 것이다. 그런데 인간은 복원이라는 명분아래 똑같이 고농도의 문명이 쓰던 방식을 그대로 사용했다.
철학이 살아 있는 정책
청계천이 복원되고 콘크리트, 시멘트로 매꾼 강길에는 참 신기하게도 자연은 흙을 날라 예전의 지류처럼 한쪽은 퇴적을 이루며 다양한 유속의 자연스러운 강의 길을 만들려고 한다. 그리고 그렇게 퇴적된 곳에는 생각하지 못한 식물들이 자라나고 그 식물들을 집으로 하는 다양한 생태계가 만들어진다. 자연은 고농도의 문명이 아니다. 오히려 다양한 재료들이 혼합되어 낮은 농도를 만들어가려는 것이 더욱 더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래서 복원이라고 이야기 한다면 자연에 가까운 방식으로 자연이 만들어내는 과정을 그대로 허락해주는 방식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당장의 이익으로 고농축의 방법을 이용할 수 있지만 그 영향은 자신 뿐만 아니라 생각하지 못한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다. 환경, 생태학적 방법이라는 이야기는 하지만 정작 무엇이 환경 생태계를 위한 방법인지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하는 고농축의 문명 아래에서 개인적으로 고농축의 문명을 포기하는 것이 환경을 위한, 생태계를 위한 복원의 가장 느리지만 정의로운 방법이 아닐까 제시하고 싶다.
즉, 국가 정책에서도 환경을 위한 방법을 자신이 추구하고 싶은 모든 산업적 이득은 다 취하면서도 그에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소위 폐기물 처리를 잘 한다는 측면으로 이루어진다면 결국 폐기물은 증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어떤 선택이, 어떤 정책이 우리 문명에서 폐기물을 감소시킬 수 있는 선택인지에 대해서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이 바로 환경을 위한 근본적인 철학적 근원이 아닐까 생각한다. 농축문명을 정의하고 그것을 통해 우리가 어떤 위협 속에서 살아가는지를 생각하는 것은 우리에게 이제는 생존의 문제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가장 큰 장애물이 있다. 바로 인간의 끊임없는 욕심이다. 인간의 욕심은 어느 순간 자신에게 다가오는 이로움으로 인해 도덕적 인식은 조금씩 합리화하게 된다. 이런 측면에서 환경을 위한 정책은 이러한 ①도덕적 인식을 계속 상시키켜 주는 역할과 함께 ②정책의 근원적 철학을 지속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따라서 철학이 없는 정책은 그 정책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에게 하지 않아도 된다는 무의식의 거부감을 만들 수 밖에 없다.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육류 소비, 사치품의 소비 증가 등 농축 문명과 상관없어 보이는 많은 문제들도 사실 인간의 욕심으로 바라보면 많은 것들을 설명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금융에서 보이는 도덕적 문제점을 바라볼 때도, 그리고 왜 성공한 풀뿌리 자영업자들이 더 많은 것이 대기업의 마트가 장악하는 시장보다 더 좋은지에 대해서도 고농도 문명은 많은 해답을 제시해줄 수 있을 것이다. 농축문명의 반격은 이미 우리가 이용가치로 자연을 생각하는 순간부터 시작되었다. 이러한 반격에 잘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맞써 싸우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우리가 공격을 시작하지 않는 것이다.
긴 서론을 통해서 전달 현상을 통해 시작한 가장 큰 이유는 환경에 관련된 정책은 행정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고농축 문명을 이야기하면서 가장 큰 문제는 전달 현상이나 고농도가 가지는 위험성이나 고농도의 물질이 생태계에 더 큰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전달 현상의 기본적인 지식을 통해서 정책의 방향이 정해져야 한다는 점이다. 환경에 관련된 정책이나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 가장 고려해야하는 것은 가능한 고농도의 재료를 사용하지 않으며 자연에 가까운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선택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이다. 결국 그러한 저농도의 수준을 만드는 방법은 자연과학과 공학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철학의 기반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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