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June 10, 2013

특허에 대한 패러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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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개발을 포함해 학문적, 학술적 토론을 할 때, 화를 내는 사람 특히 화를 내는 상사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가 있다. 대기업 연구 개발 조직에서도, 심지어 학교 뿐만 아니라 대학생들의 토론 중에도 화를 내는 사람을 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가 있었다.

싱가포르에서 연구하는 동안 연구 내용, 결과에 대한 발표, 토론을 하면 노벨상 수상자부터 인턴 과정으로 있는 대학 학부생까지 테이블에 나이와 경력에 상관없이 섞여 때로는 학부생의 이야기에 노벨상 수상자도 경청하는 모습을 보고 연구 개발은 '익은 벼가 더욱 고개를 숙인다' 원리가 더 강조되어야 하는 분야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자유로운 토론과 신선한 아이디어의 생산이 자연스럽고 그 자연스러움은 '틀리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버리고 '틀리는 것은 죄가 아닌 노력의 시도'라는 강한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었다.

National University of Singapore

인슈타인은 토론하기 쉽지 않은 인물이었다. 그는 상대성 이론 뿐만 아니라 양자역학, 광학, 전자기학 등 다양한 분야에 세상을 보는 독특한 이해력을 바탕으로 사람들이 쉽게 보지 못하는 요소들을 찾아내 이해하고 그 이해하기 힘든 영역을 비교적 쉽게 설명하는 특별한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물리학자들도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듣고도 바로 이해하기 힘들었기 때문에 토론보다는 강의가 되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반대하는 소위 양자역학의 '코펜하겐 진영'에는 독특하고 직관적인 예를 통해 비판하거나 논리적 약점을 찾아내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슈뢰딩거의 고양이'와 같은 것들이다.

그러나 아인슈타인도 자신이 믿는 이론을 바탕으로 세상을 해석하려고 했던 사람이었고 자신의 생각에 맞춰 임의적으로 방정식을 고치기도 했던 과학자였다. 현대 물리학의 영역이 발전하면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의해 완벽하게 지워진 에테르의 개념도 최근의 힉스-보존 (Higgs-boson) 입자에 의해서 그 의미가 다시 재조명되기도 한다. 결국 천재 과학자조차 항상 옳은 이론만을 만들 수 없고 틀릴 수 있고, 더욱 중요한 것은 모든 사람들이 진실이라고 굳게 믿는 어떤 내용조차도 시간이 흐르고 해석하는 관점이 달라지면 그 진실은 엉뚱한 거짓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이론의 가변성은 과학과 과학을 바탕으로 기술을 배우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어야 할 가장 기본적 철학이 된다.


그런데 문제 해결과 진리 탐구를 위한 토론에서 자신의 권위를 통해 개인적 감정, 화를 낸다는 것에는 두가지 원인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첫번째는 선천성 분노 증후군 (Rage Syndrome, Congenital; 이런 병명은 없겠지만...) 을 가지고 있어 화내는 것이 생리적 현상인 사람이거나, 두번째는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과 논리에 자신감이 없는 사람일 가능성이다.

이제는 기업 뿐만 아니라 심지어 대학까지도 특허가 중요하다며 학생들에게 특허를 강요하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특허의 원래 목적은 자신이 알게 된 지식이나 원리를 세상 사람들에게 알리고 그것을 통해 더 많은 이로움을 만들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이다. 그러나 자본이 우선하는 욕망의 시대를 거치며 특허는 자신이 알게 된 지식과 원리를 통해 돈벌이 할 수 있는 수단으로 변질되었다.

결국 특허의 궁극적 본질은 약화되고, 현대 과학 기술 사회의 특허는

자신이 발견한 지식과 원리 조차도 자본화시키고 싶은 인간의 욕심 (greed) 과

불완전한 지식의 구조이지만 소유를 통해 보호받아야 한다는 공포 (fear) 의 


모습으로 변화했다. 그렇기 때문에 특허 자체가 목적이 되고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인간은 지식의 진보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널리 알리고 싶은 학문적 열망 대신, 누군가 내 아이디어를 통해 내가 얻어야 하는 자본을 다른 이들이 가져갈지 모른다는 방어적 도구로 특허는 사용되게 되었다.


구를 하는 사람들에게 다가오는 가장 큰 유혹은

"너의 아이디어는 뛰어나고, (능력)

그 아이디어는 너의 것이고, (소유) 

그 아이디어를 통해 유명해질 수 있고, (명예) 

그 아이디어를 통해 부유해질 수 있다." (부귀) 

는 욕심의 강한 매력이다. 새로운 지식을 찾아 냈을 때의 그 순수한 열정은 이내 자본의 탐욕적 욕구로 변화하는 순간이다. 그렇게 발견하는 지식의 즐거움은 멀어지게 하고 그만큼 지식의 소유를 당연하게 생각하게 만든다. 마치 예수님이 광야에서 악마에게 세가지 유혹 (능력, 명예 그리고 부귀영화) 을 받는 모습과 비슷하다. (※ 참고: 광야에서 유혹을 받으시다 (루가 4, 1-13) )


특허는 자본의 논리에 당연한, 그리고 매력적인 도구가 되었다. 그러나 인류의 역사 상 특허를 통해 세상이 특별히 발전하거나 행복해진 경우는 거의 없다. 그보다 지식의 소유를 판단하기 시작했고 그 어리석음으로 인간은 소유를 통해 분쟁과 갈등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특허는 기업이 합법적으로 자본을 긁어 모을 수 있는 효과적인 도구가 되었다.

세상의 기근을 해결할 수 있는 수많은 노력과 반대로 거대 자본은 농업 생산의 필수적인 종자마저도 특허로 만들어 자신들의 제품을 구매하지 않으면 농사를 지을 수 없거나, 특허가 없는 자연 종자의 확산을 의도적으로 막는다. 많은 사람들을 살릴 수 있는 의약품의 경우도 특허를 통해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알지만 가격과 특허의 장벽에 막혀 사람들이 죽어도 그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을 만든다. 이처럼 지식을 알아낸 '당연한 댓가'를 요구하며 '정당한 가격'을 원하지만 지식의 소유를 외치는 순간 (claiming the property of knowledge) 인간이 인류가 될 수 있었던 가장 근본적 지적 활동을 돈으로 매우려는 천박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인간의 생명을 담보로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는 활동은 결국 인간 스스로로 죽이게 된다. 생명을 대처할 수 있는 특허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면 인간의 생명보다 자본을 더 가치있게 생각하는 것이고 결국 그 천박한 특허의 사용자 또한 인간이다. 결국 인간은 자신이 만든 제도에 의해 인간의 가치마저 훼손하고 일부만 자본을 영위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고 특허도 그렇게 만들어 주는 효과적인 도구가 되어준 것이다. 


인적으로 몇개의 특허를 가지고 있다. 적은 수지만 특허 유지비보다는 특허 기술료가 더 많은 소위 흑자 특허들이었다. 그러나 조심스럽게 많은 사람들이 더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많은 특허권을 포기하기로 결심하고 실행에 옮겼다. 가장 큰 마음의 계기는 자신의 연구 개발 뿐만 아니라 기술까지도 모두 공개하고 특허를 거부하려고 했고, 그 이유로 목숨까지 잃어야 했던 디젤 엔진 개발자인 루돌프 디젤 (Rudolf Diesel) 의 이야기를 알게 되었을 때였다. [개방성 - 표준을 통한 산업의 발전은 가능한가]


두번째 계기는 인간의 모든 지식은 인간(person)의 것이 아니라 인류(mankind)의 것이라는 신념이다. 인간의 지적 활동에 Originality (독창성) 을 따져 그에 대한 자본적 가치를 부여한다면 (교환가치적 자본으로 지불한다면) 인류의 지식 구조와 논리 체계를 만들어 준 수많은 철학가들은 엄청한 자본가가 될 것이다. 자신이 알게 된 지식이 자신의 것이라고 믿는 순간 인류에게 남는 것은 소유의 공정을 따지는 분쟁과 그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비용, 그리고 아무리 좋은 지식이라도 항상 지불하는 사회를 지향하는 것이다.


언젠가 philanthropism (인류박애주의)를 외치며 많은 활동과 프로젝트로 자신의 IT 가치를 실현하는 구글이 수많은 특허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 적이 있었다. 구글은 그런 질문에 특허를 내는 것은 특허 제도를 지지해서가 아니라 특허를 통해 기업의 비 윤리적 사용을 막으면서, 보다 많은 인류가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방어적 수단이란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즉, 다른 기업이 특허를 신청해 그 특허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지 못하는 것보다 특허를 신청해 놓고 사용하고 싶은 사용자들에게 댓가없이 제공해주는 것이 지금 특허 제도 아래에서 가질 수 있는 가장 인류애적 방법이란 것이다. 가끔은 제도의 가치관이 맞지 않는다고 적극적으로 거부하면 결국 제도의 희생양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 방어의 차원에서 특허를 이용하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비슷한 예로 대학이나 기관에서 얻어지는 기초 연구 데이터를 통해서 인류 발전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는 제도적인, 의식적인 기능을 만드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구체적으로 특정 질환에 대한 치료제를 개발할 때 지금까지는 제약회사가 막대한 자본의 연구비를 통해 개발하고, 특허로 보호하여 이익을 얻어내려는 연구 개발 방법에서 기초 연구에서 발생하는 연구까지도 특허를 지향하지 않는 공개된 프로토콜 (protocol) 과 공통의 플랫폼 (platform) 으로 제약회사에서 기본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을 줄이는 방법을 제안하는 것이다. Open R&D 라는 개념으로 기업 주도의 치료제를 기초 연구에서 빠르게 제품을 뽑아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종의 협업 시스템이다. 결국 특허가 자본을 만드는 패러다임에서 기술이 인류를 위해 사용되는 패러다임으로 가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된다.


리에 대한 탐구와 원리에 대한 호기심은 인간이 인류를 만들어 낸 가장 큰 원동력이라 믿는다. 인간을 다른 동물 집단과 구별하고 인간만이 가지는 지적 능력과 논리 구조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하나의 생명체가 서로 집단을 만들고 집단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까다로운 문제들은 현명하게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특허를 통해 인류의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 자본의 축적을 위해 움직인다. 그리고 인간의 지식 활동은 낭만과 여유를 빼앗기고 경쟁과 생존의 문제로 만들어 버렸다.

지식은 인류의 것이다. 자신의 소유라는 오만의 시작은 결국 인간 스스로 공포와 탐욕 안에서 살아가게 만들 뿐이다. 우리가 공부하고 연구하는 목적이 인류를 위한 하나의 몸짓이 될 수 있는지, 자본을 위한 충실한 신하가 될 수 있는지는 우리가 특허를 바라보는 패러다임을 통해 결정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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