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히 비오는 거리를 창가가 넓은 카페에 앉아 비내리는 모습과 비에 젖은 거리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살아있는 느낌을 볼 수 있다. 그런 감상적 모습을 포함해서 조금만 섬세하게 바라보면 참 많은 것들을 볼 수 있다.
사람들이 우산을 다루는 모습이 그런 것들 중에 하나이다.
실내를 들어오거나 혹은 나갈 때 아니면 버스와 같은 교통 수단을 이용할 때 사람들이 우산을 어떻게 다루는지를 관찰하는 것이다. 타인을 몇 가지 행동만으로 평가하는 것은 위험한 시도이기 때문에 가급적 좋은 모습들을 먼저 보려고 노력한다.
우산을 펼칠 때도 주변 사람들을 신경쓰며 자동우산이지만 힘주어 우산이 빨리 펴지지 않도록 신경쓰는 사람을 보면서 주위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을 볼 수 있고 버스에 앉아 있는 사람에게 우산의 물이 묻지 않도록 가지고 있던 손수건으로 우산을 닦아 내는 사람도 볼 수 있고 가능하면 우산을 곱게 접어 사람들에게 덜 피해가 가도록 하는 사람도 있고 비록 자신이 비에 더 젖게 되더라도 주변사람들에게 우산으로 피해를 주지 않도록 우산을 펼치지 않는 사람들도 볼 수 있다.
반면 그 반대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심하게 젖은 우산을 앉은 사람이 묻더라도 신경 안 쓰고 손잡이 등에 걸어 놓는 사람, 앞에 사람이 있는데 비에 덜 젖기 위해 자동우산을 시원하게 펼치는 사람, 젖은 우산을 들고 손잡이를 잡아 아래 앉은 사람 머리에 굵은 물방울을 선사해주는 사람, 심지어 사람들이 주변에 있는데 우산을 힘주어 터는 사람 등 때로는 상상을 초월한 다양한 모습들도 목격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여러 나라에 방문할 기회가 있을 때, 비오는 날 사람들의 모습을 관찰하고 좋은 모습, 나쁜 모습 등 그 나라의 일반적 모습이 어떤가 찾아보려고 했다. 각 나라마다 상대방 혹은 주위 사람들을 향한 배려를 보기 위해서이다. 소위 공공장소에서 시민 의식을 느끼기 위해 비오는 날만큼 좋은 날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어떤 후배가 "왜 저에겐 궂은 날만 있는거죠..." 라는 질문에 속으로는 "뭔 개떡같은 소리야. 대학 다니고 뭐하고 뭐하고 기타 등등 부족한게 없으면서 뭔소리야!" 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감히 예쁜 후배에게 그런 쌍소리를 할 수 없어 대신 해주었던 말이 있었다.
맑은 날에는 지식을 얻을 수 있지만
궂은 날에는 지혜를 얻을 수 있잖아.
그때는 멋있어 보이려고 꺼낸 이야기이지만 살아가며 궂은 날은 우리에게 지혜를 연습하게 하려는 좋은 기회일 가능성이 약 98.36% 란 믿음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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