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June 27, 2013

명확하고 확실한 신념이 가득한 이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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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 더 강하게 주장하고 '정의는 이것이다' 라고 이야기하고 싶지만 명확함은 항상 두려움을 만든다. 명확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진실이기 때문에 명확한 것인가? 갑자기 정호승 시인의 시가 떠오른다.

거미줄 ─ 정호승

산 입에 거미줄을 쳐도
거미줄이 가장 아름다울 때는
거미줄에 걸린 아침 이슬이
햇살에 맑게 빛날 때다
송이송이 소나기가 매달려 있을 때다

산 입에 거미줄을 쳐도
거미줄이 가장 아름다울 때는
진실은 알지만 기다리고 있을 때다
진실에도 기다림이 필요하다고
진실은 기다림을 필요로 한다고
조용히 조용히 말하고 있을 때다


실에도 기다림이 필요하다. 인간의 분열과 대립, 그리고 그 많은 역사의 상처부터 아주 사소한 다툼까지도 진실이 명확하기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라기 보다는 기다리지 못한 진실의 성숙하지 못한 행동의 결과물인 경우가 더 많지 않았는가...

어느 쪽 이념, 신념의 대립의 한 편에 서지 않으면 그 어디서도 지탄받고 정의롭지 못한 인격으로 판단되는 세상, 그 모호함이 존재하지 않은 세상에서는 모호함으로 흐리게 보이는 경계의 혼미를 조금더 구별하기 위해 지켜보려는 인내심은 사치로 여겨진다.

개에 흐려진 강을 위해 안개를 헤친다고 강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안개가 사라지기를 기다리는 기다림이 더 필요함은 우리는 알고 있다.
안개가 걷힌 후 행동해도 늦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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