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May 17, 2014

미개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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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시장이 되겠다는 공인의 막내아들(새끼)께서 "국민 정서가 굉장히 미개한데" 라는 표현을 쓰면서 미개함에 대한 대립되는 모습들을 보인다. 그리고 그 아드님의 모친(어미)께서는 조금은 우회적으로 "바른 소리했다고 격려해주시고 위로해주시고 하는데 시기가 안 좋았다..." 자식에 대한 깊은 모성을 느끼기에 충분한 발언을 해주셔서 참 훈훈하기도 했다.

미개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미개를 사전에서 찾아보았다.

미개 (未開) [미ː개]
1. 토지 또는 어떤 분야가 개척되지 않음.
2. 사회가 발전되지 않고 문화 수준이 낮은 상태.
[유의어] 야만 후진 

자기 자식이 물 속에 잠겨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어미의 심정이라면 인간이 아니라 금수(禽獸) 라 할지라도 목놓아 울어도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을 느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모원단장 (母猿斷腸) 의 사자성어으로도 그 아픔을 어떻게 모두 표현할 수 있을까 싶다. 자식이 죽어가는 현실을 바라보며 구조를 해줄 수 있는 힘과 권력을 가진 정부를 향해 그리고 그 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을 향해 소리지르는 것은 '굉장히 미개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학생이 있다. 대부분의 인간이라면 그 절규, 심지어 대통령 앞에서 무릎을 꿇고 애원을 하는 부모의 모습을 제대로 이해했다면 미개하다는 표현을 함부로 했을까 모르겠다. 바라지 않지만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에게도 똑같은 사고가 일어났다면 부디 미개하지 않게 품격있게 문명인의 고귀함을 지켜주기를 바랄 뿐이다.

이미 죽은 자신의 새끼를 돌보는 원숭이 어미의 마음...

피해자의 상황과 구조 상황을 제대로 알려줘야 하는 언론은 진실과 정의를 위해 펜을 굴리기 보다는 자신들의 상사와 회사의 논리를 위해 그저 열심히 받아쓰기 하는 시녀가 되어버린 현실도 볼 수 있다. 기자의 양심보다는 힘의 균형에 매달리며 자신은 떳떳하다고 믿는 놈들도 보게 된다. 피해자들이 바라는 것은 온 힘을 다해 구조를 해주기를 바랬을 뿐이다. 할 수 있는 자원과 지원을 거부하고 최선을 다했다는 표현은 부디 인간의 탈을 쓰고 뻔뻔하게 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래도 어떤 상황이라도 문명인이라면, 제대로 발전된 사회의 일원이라면 끝까지 주장할 수 있을 지 모른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저렇게 하는 것은 너무 미개한 것이 아니야!" 

많은 사람들은 한국이 어떻게 미개한 국가라는 것, 미개한 국민이라는 사실이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너무 거친 표현이라 분노와 황당함을 이야기하지만 '미개'라는 말에 계속 빠져들면서 난 우리 사회가 '미개 사회' 임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미개' 를 사전에서 찾다가 뜻하지 않은 내용을 하나 더 볼 수 있었다.

미개 (未開) : 아직 꽃이 피지 않음 

야만적이고 후진적인 미개함과 같은 한자어이다. 꽃이 아직 피지 않음 ... 이 뜻에 한참을 머무를 수 밖에 없었다. 우리 사회는 분명 미개 사회이다. 듣고 나서도 황당하고 어이없는 그 표현에 한참을 헛웃음만 치다가 조금 생각하고 난 우리 사회가 분명 미개하다는 사실에 적극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 분명 우리 사회는 미개한 사회이다.


길거리를 지나가다 꽃봉오리가 떨어져 있으면 아직 피지 못한 그 안타가움에 잠시라도 발길이 멈추어지는 것이 인간의 마음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얼마나 많은 피지 못한 꽃들이 사라져가도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던가. 하나 하나 살펴보면 모두 다 다른 그 각자의 아름다움을 피우기 위해 수많은 꽃봉오리들은 겨울을 견디고 가지를 뚫고 그렇게 힘내 피어나려고 한다. 그런데 아직 피지 못한 꽃들이 거친 상황에 놓여 떨어지는 운명을 가진다. 그리고 그렇게 거리에 떨어진 피지 못한, 미개(未開)한 꽃들은 마치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삶을 마감해야 했던 어린 아이들과 대비되면 그 안타가움은 더욱 더 커져 갈 것이다.


우리 사회는 이렇다. 어떤 꽃이 좋은 꽃이다 말한다. 외모는 장미가 되어야 하고, 백합정도 되어야 사회에서 인정받는 꽃이라고 정해놓는다. 풀 숲 사이 소박하게 핀 들꽃은 보잘 것 없다고 말하며 멀리까지 날라가고 싶은 민들레는 쉽게 짖밟혀 안 좋다고 말한다. 그래서 진달래로 피어난 꽃도 장미로 자라기 바란다. 그래서 자신이 화려하게 피기 위해 자신의 휘황찬란한 개화에 모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누군가 제대로 피지도 못한 체 사라져야 하는 그 안타가움에 대해서 철저하게 냉철하게 대하라 한다. 그게 경쟁이라 말한다. 냉철하다 못해 냉혈한 경쟁의 논리로 누군가를 짓누르고 무시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가르친다. [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

그래서 우리는 미개(未開) 사회이다. 아직 제대로 피지도 못한 꽃들이 너무도 많아서 그 꽃들이 각자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기도 전에 떨어뜨리고 죽게 만드는 그런 미개사회이다. 화려하고 뛰어나 보이는 겉모습만 번지르르한 몇 송이의 꽃만이 필요하고 그 밖의 다양한 모습의 꽃들의 아기자기한 아름다움은 모두 지워버리는 사회, 피어야 할 꽃과 피어서는 안될 꽃을 정하는 사회가 바로 미개 사회이다. 그 사회는 많은 피지 못한 꽃들이 개화의 기쁨은 누리지도 못한체 삶을 마감해야 한다.

자신의 꿈보다는 어른들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재능은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능력을 펼치기 위한 기회가 아닌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남의 것을 뺏기 위한 무기가 되어야 한다고 가르친다. 그 미개 사회는 협력과 사랑의 논리보다는 경쟁과 착취의 논리가 더 유용하다. 자신의 개화를 위해 타인의 미개가 당연한 경쟁 사회이다.


국 사회는 그런 미개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월호의 아이들이 죽어갈 때, 아직 제대로 피지도 못한 체 사라져야 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우리가 어른으로 아이들에게 가졌던 그 미안함과 먹먹함은 바로 우리가 미개 사회의 일원이라는 가슴 속 외침이라 느껴진다. 우리 스스로 미개 사회의 일원이라 인정해야 할 순간이다. 아이들이 제대로 꽃을 피울 수 있도록 정의의 구조보다는 부조리의 구조를 만든 어른들은 분명 이 미개 사회의 책임자이다. 얼마나 많은 미개함으로 아이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만 했는가... 그리고 이제는 그것도 부족해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불쌍한 아이들이 죽어가는 그 순간, 그들의 미개함(꽃을 피우지 못함)에 얼마나 안타가워 하며 가슴 아파했는가.

높은 청소년 자살율, 자신의 삶에 행복함을 가장 적게 느끼는 한국은 분명 미개 사회이다. 얼마나 잔인하고 폭력적인 사회인가. 야만의 세상보다 더 잔인하고 폭력적인 미개 사회가 아닐까.

1 comment:

  1. 엘빈 토플러가 말했었죠. 한국 학생들은 앞으로 쓸모없을 지식을 위해 너무 많은 세월을 보낸다고. 이어령 교수도 말했었죠. 모두가 한 곳을 뛰는 게 아니라 사방팔방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우리는 분명 성공이라고 말하는 한 방향만을 보고 뛰는거겠죠. 사고도 외모도 행복의 기준도. 질문을 하고 다른 생각을 말하는 게 점점 더 어려워 지는 거 같습니다.
    어떻게 하면, 언제쯤이면 개개인의 꽃이 필까요?

    P.S. 글 읽다가 먹먹했습니다. 정말 좋은 글이네요, 앞으로도 자주 방문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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