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May 27, 2015

당신은 누구인가요? ─ 소개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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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날 지인과 함께 시간을 보내다가 지인의 지인이 다가와 인사를 할 때가 있다. 나의 지인은 다가온 자신의 지인에게 나를 소개시켜 주게 된다. 사소해 보이지만 가장 기본적인 사회 관계의 시작인 소개 (introduction)을 통해 오히려 내가 누구인지를 생각해보게 되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이런 경우 누군가를 소개시켜주거나 내가 소개받는 경우에 대부분 비슷한 내용이 들어가게 된다. '이름은 무엇이고, 무엇을 하고 ...' 나와는 어떻게 알게 된 사이이고 조금 확장한다면 소개시켜주는 사람과 소개받는 사람 사이의 공통점이 될 수 있는 부분, 학연 및 지연도 이에 포함될 것이다. 이런 사회적 관계의 시작은 아주 사소한 개인적인 관계일 수 있지만 확장하면 경제적 문화적 그리고 정치적 관계를 위한 작은 시작이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렇게 소개받을 때 정말 '내가 누구인지'를 잘 설명해주고 있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나또한 그런 형식적인 소개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대부분 비슷한 형태로 누군가를 소개시켜 주었다.


이탈리아계 미국인 친구와 같이 밥을 먹고 있는데 우연히 지나가던 친구의 친구가 인사를 하며 다가왔다. 자연스럽게 친구는 나를 자신의 친구에게 이렇게 소개시켜주었다.

"This is June, also born in June. and this guy got a great and warm heart toward around!" 

그리고 몇몇 소개를 추가했지만 그 소개를 듣고 난 묘한 감동과 알수 없는 깨달음을 전달받게 되었다. 나는 누군가를 만나도 내 이름이 무엇이다 상황에 따라 항상 다르게 말했었다. 나름의 규칙이 있다고 생각해서 인도계 친구들에게는 탐Tom,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토마스Thomas 그리고 동양계 아이들에게는 Wonjun 등 그 규칙은 결국 내 맘대로 내키는대로였다. 그런데 친구의 소개를 듣고 이후 난 내이름을 June 이라 소개하는 것이 참 좋았다. 내가 6월에 태어났다는 사실을 내 이름을 통해서 알릴 수 있기도 하고 항상 그 친구가 왜 나를 June 이라고 불렀는지 그때서야 그 마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이 친구는 내가 아파서 심장시술을 받고 누워있을 때도 치료를 받으며 쉬는 동안에도 많은 위로를 해주고 기도도 자기 스스로 잘 못한다며 기도를 주변사람들에게 부탁해주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다. 힘든 상황을 냉철하게 분석해서 그 힘든 정도를 측정해주는 사람과 달리 아무리 작아도 인간의 따뜻한 마음을 통해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어하는 성격같다. 그래서 나에게 내 심장은 어려운 일을 견디어 냈으니 이제 'a great heart' 라고 불러주었다.

람을 안다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직업, 나이 심지어 내 가족들마저도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는 상황에서 재벌의 아들이다, 정치인의 자식이다 누군가의 자식이고 가족 친적이란 이유가 당신이 누구인지보다 더 중요한 세상이 되어버렸다. 세상에 어떤 사람으로 얼마나 많은 사랑을 간직하며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사람이지 보다 어떤 것을 가지고 어떤 것을 누리고 있는지가 더 중요한 세상이 되어버린지 모른다. 나는 친구의 그 멋진 소개를 통해서 내 스스로 얼마나 많은 껍질의 화려함에 그렇게 익숙하게 살았는지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후 사람을 바라볼 때 그 사람이 무엇을 가졌는지보다 무엇을 생각하는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다 세상을 선하게 만드는데 얼마나 노력하는지 더 관찰하게 되었다. 그런 소개는 소개받는 사람의 직업이 바뀌어도 나이가 변해도 그리고 어떤이의 누군가가 아닌 독립적 존재 그대로 어떤 상황, 어떤 조건에 있어도 '덜' 변하는 내용인 것을 느끼게 되었다.

"이 친구는 정의감이 넘쳐서 니가 불의한 짓을 하면 너를 때려버릴지 몰라...", "약한 이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야..." 와 같이 그 사람을 생각할 때 떠오르는 좋은 느낌, 그리고 내가 배우고 싶은 상대방의 모습들을 설명하며 소개하고 싶어졌다. 

시 사람을 안다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ET IN ARCADIA EGO

변할 수 있는 조건과 상황, 영원하지 않은 것들 심지어 인간의 욕심과 탐욕으로 만들어진 기준을 통해 누군가의 영혼을 설명하려는 것은 참 어리석은 일이 아닐까 싶다. 나란 사람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사람은 누구일까? 그 사소한 소개에도 우리는 인간이 가지는 따뜻함의 원천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껍질의 화려함이 아니라 그 안에 숨겨져 있는 인간이 인간을 향하는 보석같은 마음이라고 설명하고 싶다.

항상 따뜻한 마음으로 대해주는 사람들은 그립다. 그 그리움은 나를 따뜻하게 해주고 그 따뜻함은 내가 누군가에게 따뜻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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