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의료 글타래 2/4 ] 공공 의료는 왜 필요한가 ─ 의료의 공공성
[ 공공의료 글타래 3/4 ] 공공 보험에 대해서 ─ 노동의 탈상품화
[ 공공의료 글타래 4/4 ] 중증환자와 만성환자 ─ 질환 중심 분류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의료비는 보험 제도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흔한 오해 중 하나는 미국의 의료가 문제라고 하지만 이 문제가 의료 시스템의 문제인지, 의료 보험을 포함한 의료 복지의 문제인지 정확하게 구분해서 이야기하지 않는 부분이다. 사실 미국의 의료 시스템은 상당히 합리적인 제도와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보험 제도의 문제에 의해 발생하는 문제들이 상당한 부분이다. 돈이 없어 병원에 가지 못하거나 심각한 질환이나 사고에도 병원에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대부분 보험에 관련된 경우가 많다. 미국 드라마나 영화에서 자세히 살펴보면 치료 도중 보험이 갑자기 적용되지 않거나 보험 범위가 아닌 내용이기 때문에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내용이 많다는 것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의료 보험 (사보험) 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거대한 정치 집단이다. 거의 20년동안 미국 정치에 가장 많은 정치 자금을 지불한 집단이다. 항상 공식적 정치 후원금으로 보험회사와 제약회사는 1,2등을 다툰다. 의료 보험 특히 사보험 시장과 제약 회사가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정보는 중증환자 / 만성환자 에 관한 자료들이다. 이 자료가 왜 중요한 것인가? 이런 자료가 중요한 이유는 사기업의 탐욕적 모습을 잘 대변하는 내용이 되기도 한다.
미국의회의 로비 |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이윤을 많이 뽑을 수 있는 환자와 질환을 분류하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중증환자와 만성환자들의 의료비 지출은 높고 지속적일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사실을 바탕으로 이들에 대한 보험료를 인상하고 중증 / 만성화 되는 질환들에 대한 보험 적용을 축소하기 위해서이다. 즉, 보험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더 많은 보험금을 받아내기 위한 방법이었다. 이는 환자들마저도 이익 창출의 원천으로 생각하는 보험회사의 의도가 숨어 있다. 이를 통해 제약회사들도 신약 개발부터 의약품 공급에 있어 검은 연결 고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검은 연결 고리는 별도로 이후에 제약 / 보험회사들의 지하 경제 (실질 경제에서 들어나지 않는) 에 대해서 다루어 볼 생각이다.
사기업의 입장에서는 아픈 환자들, 특히 심하게 아프고, 오래 아픈 환자들이 가장 좋은 돈벌이가 되지만 반대로 중증환자 / 만성환자를 의료 정책의 중요한 요소로 생각하고 이에 대한 국민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노력하는 곳도 있다. 현재 의료비 상한제도 및 국가 주도의 의료 보험을 실시하는 나라들이다. 즉, 중증환자와 만성환자를 잘 치료하여 그들이 빠르게 경제적 활동 인구로 다시 복귀할 수 있도록 도와주거나 만성질환을 줄이거나 완화시켜 일상적인 생활에 불편이 없도록 해주기 위해 지속적 관심을 통해서 공공 보건 (Public Health) 와 예방 의학 (Preventive Medicine) 에 집중하는 것이다. 심지어 중증 / 만성환자들이 치료하는 과정에 필요한 치료, 재활 등에 필요한 인력도 중요한 직업 (재활 치료사, 보건 간호사, 공중보건 교육교사 등) 으로 육성하여 이들의 직업적 안정성을 국가가 보장해주는 정책까지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이 충분하지 않은 대부분의 경우 중증 / 만성환자들의 경제적 파산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실질적으로 노동의 자유시장 (시장 기능에 전적으로 맡길 수 있는 노동 시장이 존재하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봐야 하지만 일단 고용과 노동이라는 차원에서의 수요 - 공급 을 생각했을 때의 시장) 에 해를 주는 반시장주의 정책인 것이다. 즉, 국가에 필요한 노동력이 병이나 사고에 의해 손실되지 않도록 도움을 주는 것은 노동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일종의 투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당장 돈벌이의 수단으로 환자들이 이용된다면 그들이 노동 시장에서 노동력을 제공하기 보다는 환자의 고혈을 뽑아내며 어떻게든 생존의 문제에 부딪치게 해서 무리해서라도 이익을 얻어내는 소비자로 만드는 것이다. 즉, 미국은 사보험과 제약회사의 강력한 로비와 정치력으로 환자를 돈을 벌 수 있는 자금원 (money source) 로 생각했던 반면 중증 / 만성환자를 줄이고 이들의 의료비를 적극 도와주는 나라의 경우 의료는 구성원이 빠르게 경제 구성원으로 다시 활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지원적 복지 (supportive welfare) 이자 투자 정책으로 바라보았던 것이다.
4.1. 누가 중증환자이며, 만성환자인가?
중증환자의 반대 개념은 만성환자가 아니다. 중증환자는 말 그대로 증상의 강도가 어떤가에 대한 개념이고, 만성환자 (chronic) 의 반대 개념은 급성환자 (acute) 이다. 즉, 질환의 심각도에 따라 중증 / 경증으로 나누어지고, 질환의 지속 기간에 따라 (환자가 인지하지 못한 기간까지 포함하여) 급성 / 만성으로 분류하게 된다.
먼저 급성 / 만성을 생각해 보면, 감기와 같이 비교적 단기간에 회복이 가능하고 좀더 정밀한 생리학적 의미로는 '생리학적 향상성 (physiological consistency) 으로 자연스럽게 치료될 수 있는 질환을 급성, 이와는 반대로 신체의 향상성만으로 회복되기 어렵거나 불가능한 질환을 만성이라 부른다. 즉, 변화된 환경에 잠시 아플 수 있지만 곧 회복할 수 있는 질환을 급성이라 부른다. 의료비 측면엣 급성은 전반적으로 큰 부담이 되지 않거나 많은 경우 보험의 영역에 포함된다. 물론 예외도 있다. 전염성 급성 질환을 생각할 수 있다. 가끔 재난에 가까운 전염성 급성 질환을 통제하기 위해서도 공공 의료의 기능이 필요하다고 이전 블로그 내용 [ 공공 의료는 왜 필요한가 ─ 의료의 공공성 ] 에서 살펴보았다.
반면 만성환자는 이미 과거력이나 가족력 (유전력 + 환경력) 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사보험 시장은 방어적으로 보험의 범위를 줄이거나 혹은 치료가 지속됨에 따라서 보험 혜택을 줄이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미국 영화에서 종종 나오는 만성질환 환자 혹은 환자의 가족이 가입한 직장 보험 혹은 사보험에서 일방적으로 보험 조건을 갱신하거나 취소하여 갑자기 의료비가 증가한다는 내용을 볼 수 있다. 이처럼 사보험과 같이 이윤 활동이 중심이 되는 보험 시장의 경우 만성환자들은 보험 부담금을 증가시켜도 어쩔 수 없게 된다. 항상 그렇지만 사보험과 환자에 있어서 협상 주도권은 사보험에 유리하게 되어 있다는 점은 거의 대부분이 환자가 될 수 있는 입장에서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이다.
중증질환은 의학적으로 치료 효율이 떨어지는 질환을 말한다. 수치적으로 생존율이나 완치율 등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꼭 정확한 것은 아니다. 마땅히 치료 방법이 없어 증상을 완화하는 내용의 치료만으로 계속 유지하기 때문에 치료하기 힘든 중증질환, 난치병의 경우 만성질환이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진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사보험을 가입한 상태에서 암에 걸려 보험 적용을 받기 위해서는 깔끔한 암에 걸리라는 말이 있다. 즉, 병리학적으로 애매한 암이나 약관에 어긋난 상황에 대해서는 보험금을 수령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보험 시장이 기업의 이윤을 추구하는 입장에서 아프지 않은 보험 가입자 (사보험 회사에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정기적으로 보험금을 지불하는 고객) 에게 가능한 많은 돈을 뽑아내고 보험금이 필요한 절박한 입장의 환자들에게는 가능한 어떤 이유를 들어서라도 보험금을 적게 지불하는 것이 이윤 측면에서 최고의 경영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가 이런 중증, 만성환자들에 대한 광범위한 보험을 적용하지 않으면 결국 이들은 경제적 파산으로 생존의 절벽에 매달리는 계층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런 의미에서 중증질환 / 경증질환에 대한 국가 보험의 비용 구조를 보면 해당 국가의 의료 정책이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는지 알게 된다. 예를 들어 스웨덴과 같은 경우, 경증질환에 대한 병원 접근성을 높게 해서 (환자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 부담이 높게 해서) 병원을 찾지 않도록 한다. 그러나 예방과 보건을 강조하는 입장에서 급성, 중증질환에 대한 위험도를 줄여간다. 대한민국에서 감기환자에 대한 엄청난 건강보험의 지출을 보면서 생각해 볼 부분이 많을 것이다.
4.2. 수혜자 부담 원칙의 어두운 그늘
미국 의료 제도가 보험 / 제약 회사와 연결된 검은 커넥션은 감추면서 항상 주장하는 말이 있다. "수혜자 부담 원칙 (beneficiary pays principles)" 이다. 즉, 심하게 아픈 사람이 더 많은 의료비를 지불하는 것이 옳다는 점이다. 역사적으로 미국의 의료 보험 제도를 개혁하려고 했던 노력은 2013년 오바마 행정부가 처음은 아니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은 이러한 사보험 시장이 확대되면 아무리 공공 보험에 대한 투자 비율이 증가해도 효과를 거둘 수 없다는 생각에 사보험의 기능을 줄이기 위해 공공 보험을 큰 규모로 확대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이후 몇번의 민주당이 집권하여 케너디를 비롯해 몇번의 시도를 했지만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결국 현실 정치에서 회사가 가지는 정치력을 이기지 못했다는 평가이다.
수혜자 부담 원칙과 다소 어울리지 않는 미국의 문화가 있다. 소위 킬링 코드 (killing code) 라는 것이다. 논쟁을 하다가도 건드려서는 안되는 민감한 주제를 말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인종차별'이다. 그리고 두번째가 '참전군인' (veteran) 이다. 즉, 참전용사에 대한 혜택을 줄인다거나 그런 헤택이 역차별이라고 주장하는 순간 주장하는 사람은 도덕적 비난까지도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이유로 점차 참전용사에 대한 공공의료와 공공보험에 대한 범위는 확대되었지만 이마저도 레이건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의해서 상이군인에 대한 공정 보험이 사보험의 위험 속에서 위태로운 시절이 있었다. 사실 수혜자 부담 원칙이라면 이들의 후유증이나 고통은 그들이 견디어야 할 내용이다. 그러나 그런 공감대는 절대 수용될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은 국가를 위해 전쟁에서 싸운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들이 겪는 고통은 결코 사적인 내용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잠깐의 격동기에서 참전용사 및 상이군인들의 경제적 몰락, 이들이 저소득층이 되는 사회적 현상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이런 현상은 사보험이 엄청난 규모로 미국의 병원 시스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치력을 가지게 되면서 공공병원을 사보험 회사들이 소유하는 소위 사유화 과정이 진행되게 되었다. 참전용사들의 정신질환을 포함하여 참전하여 발생한 장애, 후유증 등을 치료하는 시설은 공공병원이 담당해야 했지만 공공병원의 경영 적자 등의 경영 논리를 통해 사유화 과정을 거치고 거대 자본을 가지고 있는 사보험 혹은 제약회사 등은 개인 병원으로 전환하고 공공 보험을 거부하거나 공공 보험의 영역이 아닌 의료 행위를 통해 공공 보험을 무력화시키기 시작했던 것이다. 마치 참전군인의 경제적 몰락에는 절대적으로 병원 서비스를 받아야 했던 이들의 의료비 부담이 실질적으로 늘어나면서 더욱 가속되기 시작했다. 동시에 공공 보험은 조금씩 무력화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실제로 미국에는 저소득층, 더 정확한 의미로는 극빈층에 대한 무상 보험 제도가 있다. 메디케이드 (Medicaid) 가 그것이다. 연방정부에서 지원하는 생활 보조 제도로 최하위층 7% (하위 7%) 에 대한 의료 지원을 제공하지만 문제는 7% 보다 조금이라도 더 소득이 발생하면 혜택이 끊어져 상상을 초월하는 의료비를 부담하게 되기 때문에 저소득층은 확실한 극빈층이 되기 위해 생활 수준이 하향평준화 (하향극빈화) 가 되어버린다. 본질적인 문제는 여기에 있다. 수혜자 부담 원칙을 강조하기 때문에 미국 의료 보험은 직장에서 보험을 가입하고 있어도 직장 구성원의 의료비가 증가하면 직장은 개별 구성원의 보험 조건을 일방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이는 결국 만성환자들이 직장에서 지속적으로 일을 할 수 없도록 만들어 생활을 위한 임금조차도 받지 못하게 되는 해고 상태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오바마케어 (Obamacare ; the Affordable Care Act) 의 핵심은 서민층의 의료 혜택 비율을 증가시키고 직장에서 부담하던 개별적 계약에 의해 기업들이 의료비의 부담이 너무 유동적이어서 이를 고정 비용으로 국가 보험에 지불하고 국가가 이를 공공 보험 형태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험을 확대하고자 하는 내용이다. 특히 만성환자와 같이 지속적 치료만으로도 충분한 노동력을 제공할 수 있는 환자들은 기존의 사보험 제도에서는 해고만 하면 절감할 수 있는 비용이 되지만 오바마케어에서는 이미 고정적으로 기업이 지불하는 고정 비용이 있기 때문에 만성환자를 해고할 필요가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준 예가 바로 GM (General Motors) 의 파산과정에서 기업이 사보험과 개별적으로 협상해서 맺고 있는 보험이 불합리하고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나느 비용으로 파산의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는 회계 분석을 통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즉, 사보험에 의해 결국 기업들도 경제적 활동의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점과 결국 이 시장의 거의 유일한 생존자는 사보험 회사라는 점이다.
결국 수혜자 부담 원칙을 통해 이익을 얻었던 기업은 보험회사 조금 넓게 잡아 제약회사 정도이다. 설상가상으로 보험회사들의 막대한 수익은 2008년 이전 금융 자산으로 유입되기 시작했다. 즉, 실제 환자들의 의료비를 위해 사용되어야 할 자본은 결국 보험회사의 금융 투자에 의해 금융 자본으로 옮겨지게 되었다. 순수하게 환자들의 의료 비용을 위해 사용되어야 할 자본은 엉뚱하게 금융 자산을 늘리는 종자돈이 되었던 것이다. 이 부분은 의료 서비스에 관련된 자본이 엉뚱하게 영리 사업 (주식, 채권 등의 금융 투자, 부동자 투자, 영리사업, 배당금 등) 에 사용되어서는 안되는 가장 기본적인 반증이기도 하다. 따라서 의료 서비스의 영리화 과정에서 보험 회사의 탐욕적 기업 운영 뿐만 아니라 이와 관련된 자본의 성격 - 산업 자본 & 금융 자본 - 을 구별하는 개념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4.3. 사회 복지 측면에서의 중증환자
어떤 질환이 중증질환인지 구별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질환 (질병; disease) 이란 병리학적 (pathological) 병의 원인과 발생과정 그리고 일반적 증상 등도 중요하지만 누구에게 발병했는가와 함께 생각해야 한다. 즉, 병리학적 접근이란 다양한 환자들이 보이는 증상, 원인 등에 대한 접근이고 질환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은 주로 환자들이 불편을 느끼는 내용 (증상) 과 동시에 병리학적 해석이 추가되어 최종적으로 표현된다. 즉, 같은 병이라도 환자에 따라서 그 증상에 차이가 있고 자각의 정도에 따라서 어떤 환자는 심각하게 불편하지만 반대로 어떤 환자는 전혀 불편이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질환 중심으로 접근한다는 것은 환자의 특성과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지 의학적 지식과 해석을 통해서 접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환경적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측면에서 지역에 따른 의학, 유전학에 따른 의학, 환경에 따른 의학 특히 직업이나 산업적 환경에 따른 산업 의학 등과 같은 접근은 단순히 병원에 찾아온 환자들만 치료하는 차원이 아니라 국가적인 차원에서 고려해야 하는 예방의학, 산업의학의 영역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특히 산업적 환경에 따라서 발생빈도가 낮은 중증질환 (치료하기 힘든) 이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경우에는 지역, 산업의 특징에 따른 역학적 관계를 조사하고 이를 통해 향후 환자가 더 발생하지 않도록 이에 대한 산업 보건 차원에서의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런 작업을 사보험 회사에서 수행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사보험이 특정 산업과 이해관계를 가진다면 이는 더욱 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공적인 개입을 통해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면 국가 차원의 공공 의료가 이를 수행해야 할 것이다.
중증질환은 질병에 의한 삶의 질이 높지 않기 때문에 많은 경우 경제적 노동력을 제공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소위 사회적 노동이라 불리우는 지식 혹은 교육 분야는 중증환자가 계속 직업을 유지하는 경우가 있지만 일반적인 경우라 보기 힘들것이다. 오히려 자신의 경제적 활동 뿐만 아니라 간병해야 하는 가족들까지 있다면 이또한 추가적으로 경제적 활동을 중단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중증질환은 재활이 목적이 아니라 병의 치료에 집중해야 하고 이또한 힘들다면 생의 마지막을 잘 마무리할 수 있는 호스피스 등을 통해서 남은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런 중증환자 들을 위한 사회적 보장, 보호 등을 위한 인력은 국가적 차원에서 비용만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선 공공 의료와 국가 차원의 간병인을 육성하여 국가가 간병인과 의료 보조인에 대한 고용을 보장한다면 환자 가족들은 스스로 간병인이 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단순히 비용 논리만으로 본다면 이는 국가가 부담해야 하는 적자가 될 수 있지만 국가에 고용된 간병인 및 의료 보조인 등은 사실상 지속적으로 중증환자들 돌볼 수 있는 전문 인력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점과 이를 통해 공공 의료를 활성화시켜 국가가 부담하는 공공의료비가 다시 공공 의료 시설로 순환 투자될 수 있는 방법을 만들기 때문이다. (인건비는 재정 부담의 큰 부분이다.)
4.4. 사회 복지 측면에서 만성환자
만성환자의 특징은 지속적인 관리만 된다면 일상적인 생활에 문제가 없다는 점이다. 더 큰 문제는 지속적으로 관리하지 못해서 만성질환에 의한 후유증이나 급성질환으로 바뀌어서 생명이 위험해지기 쉽다. 만성질환은 특히 사회적 인식과 치료제의 보급 등에 따라서 많이 상황이 달라지는데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AIDS (후천성 면역 결핍증) 으로 예전에는 중증질환으로 여겨지던 질환이고 이에 따른 합병증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에이즈 치료제 및 HIV 바이러스의 효소 억제제 등으로 그 기능을 지속적으로 무력화시킬 수 있는 방법들이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러한 만성질환은 적절하고 지속적인 치료가 되지 않는다면 그 효과를 절대로 볼 수 없다. 모든 환자들이 자신의 질환을 자각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아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국가 혹은 지역기관이 이를 적극적으로 치료에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할 것이다.
국가 혹은 지역기관이 환자에게 직접적인 개입이 가능해지기 위해서는 지역단위에서 진료가 빠르고 쉬워야 할 뿐만 아니라 부담되는 의료비의 걱정때문에 접근하지 못하는 저소득층에 대한 폭넓은 보험 혜택이 보장되어야 한다. 이러한 정책을 일반적으로 공중 보건 (Public Health) 라고 부를 수 있다. 공중 보건이란 단순히 전염병과 같은 위협이 되는 질환의 확산을 막기 위한 역할을 하는 것을 넘어서 만성질환과 같이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환자들이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는 환자가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서 의료 기관을 찾아오는 과정이 아니라 의료 기관이 적극적으로 필요한 환자 수요를 찾아서 지속적인 관리를 할 수 있는 공격적인 의료 형태를 갖추어야 한다는 점이다.
지역단위의 인구가 많고 어느 정도 사회적 활동이 다양하게 이루어지는 도시의 경우 이런 기능을 미디어 등을 통하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적용할 수 있지만 인구밀도가 낮아 지역사회가 크게 형성되지 않은 지역에 대해서는 공공 보건이 만성환자를 직접 찾아갈 수 있는 구조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사회주의 공공 보험을 적용하는 국가의 경우 국가에 소속된 의료인이 집에 방문하거나 필요한 의료 기기가 필요할 때는 국가의 지원을 통해 가정에도 설치할 수 있도록 해준다. 결국 궁극적인 목적은 만성질환을 잘 통제해서 여기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데 힘쓰는 것이다. 넓은 의미에서 이제 만성질환의 큰 부분은 노인질환 및 여성의 경우 갱년기 이후 질환 등도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4.5. 마무리하며...
결국 중증질환 / 만성질환을 구분하는 것은 사보험의 입장이나, 공공 보험의 입장이나 중요한 부분이 되어간다. 그러나 그 목적이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보험 회사가 완벽하게 선 (perfectly good) 한 상태를 유지한다고 해도 결국 기업의 이윤을 추구하게 되기 때문에 그 선함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 보장할 수 없다. 결국 사보험 회사는 이윤을 추구하는 입장에서 중증질환 / 만성질환 환자들을 구분하고 이들에 대한 보험의 차별적 적용이 이루어진다면 결국 중증환자 / 만성환자 들은 점점 증가하는 의료비의 현실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중증 / 만성환자는 국가 (state) 라는 구조에서 공공성을 보장받는 환경에서 살아가야 최소한 경제적 부담뿐만 아니라 일상적 생활에 복귀하거나나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가 된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국가가 중증질환 / 만성질환을 적극적으로 구분하고 이를 잘 조절할 수 있는 방법과 정책을 만들어가는 것은 국가차원에서도 생산적 노동력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이득이 되고 무엇보다 자신도 원하지 않은 질환에 의해 경제적인 위협이 발생해서 저소득층으로 몰락할 수 있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공 보험은 단순히 아픈 사람들을 도와주기 위한 제도가 아니라 어떤 질환에 걸려도 자신의 삶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는 심리적 안정 장치이기도 하다. 또한 이러한 심리적 안정 장치는 자신이 건강한 상태에서 미래에 걸릴지 모르는 질환에 두려워하며 지속적으로 투자해야만 하는 사(적)보험의 기능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경제적 측면으로 살펴보아도, 삶의 질의 측면에서 살펴보아도 국가가 공공 보험 / 공공 의료에 투자하는 것은 건강한 국가의 인력을 항상 유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비교할 수 없는 좋은 투자이다. 이윤을 추구하는 입장에서 살펴보아도 보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해 경제적 / 의료적 파탄을 경험하는 인구가 늘어난다면 어떻게 그 국가가 제대로 된 국가라고 부를 수 있을까? 중증환자 / 만성환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 지속적으로 의료비를 뽑아낼 수 있는 좋은 자금원이라 여기는 기업의 생각과 ⓑ 건강한 인력이 되어 자신이 원하는 각자의 삶을 지속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중 국가적 차원에서 선택되어야 하고 당신이 그 환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 있는 사람이라면 어떤 선택이 더 좋겠는가?
국가의 미덕은 국민의 긍휼과 아픔을 자신의 부덕으로 여기고 그들이 힘들어 하는 것에 연민을 느끼는 어머니의 마음이 되어야 할 것이다.
만약 국가가 기업의 이윤 논리와 상품 가치로 국민들을 바라본다면 결국 국민들의 고혈이 다 뽑혀 극소수의 사치를 보장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국가의 위상은 국가의 정책으로 극과 극을 선택할 수 있다.
보험은 상점에서 팔 수 있는 상품인가? |
미국의 경제학자 조지프 스티글리치 (Joseph Stiglitz) 가 칼 폴라니(Karl Polanyi)의 거대한 전환 (the Great Transformation) 의 발문의 내용을 통해 국가가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보면 좋겠다.
"시장경제를 목적 그 자체로 보지 않으며 훨씬 근본적인 목적들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본다. 사유화, 자유화, 심지어 거시경제 안정화 같은 것들까지 마치 개혁의 목표인 양 취급되는 일이 너무나 많다. 여러 나라에 얼마나 빨리 사유화를 달성하는가는 목표를 내걸고 아예 점수표까지 걸어놓고 시합을 붙인다 — 사유화가 정말 쉬운 일인가 따위에는 관심도 없다. 사유화를 위해 할 일이라고는 그저 자기 친구들에게 자산을 나누어주고 그 대가가 돌아올 것을 기대하고만 있으면 된다는 식이다. 그런데 빈곤으로 내몰리는 이들의 숫자, 창출된 일자리에 비교한 없어진 일자리의 숫자, 폭력의 증가, 불안감과 무력감의 증대와 같은 지표들을 놓고서는 점수표가 내걸려는 일이 너무나 드물다.
[ 공공의료 글타래 1/4 ] 공공 부분의 사유화 ─ 민영화에 대한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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