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January 13, 2014

공공 보험에 대해서 ─ 노동의 탈상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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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공의료 글타래 4/4 ] 중증환자와 만성환자 ─ 질환 중심 분류

국가가 의료 복지 특히, 의료 보험에 대해 어떤 정책을 가지고 있는지는 국가가 노동력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의 노동에 대한 철학의 문제와 긴밀하게 연관성을 찾아볼 수 있다. 의료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사람은 국가 생산력의 측면에서 노동력의 상실 혹은 감소를 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가 의료 보험은 특히 노동력의 상실에 대해서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가를 살펴보면 그 맥락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경제 활동을 하던 국민이 질병 혹은 사고에 의해 경제력을 상실했을 때 발생하는 노동력의 상실을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가 아니면 개인의 책임으로 돌려야 하는가를 보여주며, 동시에 어느 범위까지 책임져야 하는가를 정하는 모든 정책 활동은 국가의 철학를 통해 살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여러가지 이론을 통해서 접근할 수 있지만 의료 복지는 특히 복지의 일반 이론에서 제시되는 노동력의 탈상품화 (decommodication) 이론에 따른 복지 형태를 통해 살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에스핑 앤더슨(Esping-Andersen)의 사회복지국가 유형으로 세가지를 구분하는데,

ⓐ 자유주의 복지국가 (liberal welfare regime) : 국민이 노동시장에서 일을 할 수 없을 때 생계에 필요한 최저 수준을 제공하며, 개인의 책임을 더 강조하며 최소한의 공공부조 프로그램을 주장한다. (예: 미국, 캐나다, 호주 등)

ⓑ 조합주의 복지국가 (corporatist welfare state) : 직업 교육과 훈련을 받을 수 있는 사회 공공 시스템이 존재하며, 사회보험 방식으로 최저 소득보다 높은 수준을 보장하며 직업별, 계층별 차등 복지가 제공된다. (예: 오스트리아, 프랑스, 독일 등)

ⓒ 사회민주주의 복지국가 (social democratic welfare state) : 조세, 급여, 복지 수준을 국가가 적극 개입하여 사회적 평등과 연대성을 강조하며 높은 급여 수준과 더불어 높은 세금 등으로 일정 사회 생활 수준을 유지한다. (예: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등)

으로 구분해볼 수 있다. 이는 사회복지의 형태를 구분한 것이고 이 분류가 그대로 의료 복지와 연결된다고 볼 수 없다.

우선 자본주의 사회에서 복지의 발생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노동자는 자신의 노동을 댓가로 임금을 받고 이 임금을 통해 자신이 생활하고 필요한 복지수요를 해결하는 것이 시작이다. 문제는 노동력을 제공할 수 없어 임금을 받지 못할 때는 기본수요를 넘어선 문화생활과 같은 부가적인 활동은 어렵게 되고 심지어 기본적 생존에 필요한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뿐만 아니라 노동을 착실하게 제공해도 자본가의 착취와 구조적인 문제로 노동에 대한 충분한 임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 이들의 생존을 어떻게 국가가 책임질 것인가의 문제로 되돌아 가게 된다.


국가가 어떤 방식으로 이들 생존에 필요한 기본 수요를 어떻게 충족시켜줄 것인가를 결정하게 된다. 이를 탈상품화 정도에 따라서 구별한다. 탈상품화란 노동이 노동시장에 얼마나 의존적인가에 따른 분류이다. 즉, 탈상품화란 시장에서 노동이 거래될 때 상품적 가치가 줄어든다는 말이다. 쉽게 말해 개별의 인간이 더 중요해진다는 점이다. 노동의 상품화가 큰 상태는 인간 개인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제공하는 노동이 더 중요하고 노동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자본 투자 (임금) 비율 생산 효율 (efficiency) 가 중요하다. 사민주의 복지국가의 경우 국민이 노동시장에 참여하지 않아도 기본적 생활을 위한 수준을 국가가 보장하기 때문에 고용이 자신의 생계의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 → ⓒ 로 갈수록 탈상품화가 높아지며 경제력이 상실되어도 국가에서 충족해주는 복지 내용이 많다고 생각할 수 있다. 탈상품화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개인이 질병 / 사고에 의해 의료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① 비용으로 생각하는가 아니면 충분한 노동력이 회복되는데 필요한 ② 투자로 생각하는가에 따라서 많이 달라지게 된다. ⓐ 의 경우 개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국가를 움직일 수 있는 노동력만 확보되면 되기 때문에 개별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 노동력은 다른 인력으로 대체되기만 하면 충분하다. - 따라서 이런 경우 의료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지도 개인의 선택에 의존하게 된다. 그러나 사민주의 복지국가의 경우 노동력의 소실 가능성에도 신경쓰며 예방과 보건에도 신경쓸 수 밖에 없는 정책을 가지게 된다.

3.1. 협상 영역의 범위를 결정하다

탈상품화를 살펴 볼 필요가 있는 이유는 탈상품화 정도에 따라서 복지 혜택의 정도가 달라지기도 하지만 그에 따라 노동자들이 필요한 기본 수요 영역 중 얼마나 '협상 영역'이 되는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협상 영역'이란 개인재화 / 서비스 공급자와 개별 협상을 해야하는 영역이라 생각하면 된다. 먹을 것부터, 입을 것 뿐만 아니라 주택, 수도, 전기 및 의료 등과 같이 생활에 필요한 기본 수요를 충족시켜주는 영역에 있어서 얼마나 개인이 신경써야 하는 영역을 이야기한다. 만약 국가가 주거 및 직업을 강제로 정해준다면 개인은 주거 및 직업은 특별히 협상 영역으로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별 불만이 없다면 국가가 정해준 주택과 직업을 그대로 따르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정해진 집에 수도, 전기와 같은 유틸리티도 모두 국가가 공급해준다면 (공공 부분 형태) 이 영역도 협상 영역이 아니다. 그러나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주택이나 직업까지 국가가 강제로 정해주는 것은 개인의 인권과 능력을 억압하는 작용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 주택은 비교적 자유시장에 가까운 형태로 공급 / 수요가 이루어지게 된다. (물론 투기적 요소를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이는 잠시 보류한다.) 그렇지만 주택을 자신의 경제력에 따라서 원하는 곳과 형태를 결정할 수 없는 국민들에게 최소한 살아갈 수 있는 주거 공간을 국가가 제공한다면 이는 협상 영역에 들어가지 않게 된다. 즉, 협상 영역이란 쉽게 자신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재화 / 서비스 중 개인이 직접 신경써야 하는 영역이라 생각하면 된다. 국가가 최소한 거리로 내몰리지 않도록 주택을 공급하여 (공공 주택) 국민들이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줄 수 있지고 수도, 전기 심지어 일부 국가에서는 인터넷마저도 국가 주도로 공급해주고 실제로 무료로 제공해준다면 이또한 협상 영역에서 제외되는 것이다.

싱가포르의 공공주택 HDB

결과적으로 국가가 국민들을 위한 공공 부분 / 서비스를 확대한다면 비교적 국민들이 가지는 협상 영역을 줄어들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교적 탈상품화가 높아져 복지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지면 개인의 협상 영역은 줄어들고 기본적 생활에 필요한 영역의 대부분은 국가가 해결해주게 된다. 이런 경우 개별 협상에 필요한 개인들의 노력이 줄어들고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줄어들게 된다. 의료 서비스에 한정해서 살펴보자.

3.2. 의료 서비스의 범위를 생각하다

미국은 지역뿐만 아니라 병원에 따라서 보험의 차이가 심하다. 자신이 가입한 보험의 종류에 따라서 어떤 병원에서 치료 받을 수 있지만, 어떤 병원에서 치료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물론 보험을 적용받지 않고 지불 할 수 있는 부자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문제는 미국의 기본적 의료 서비스의 수가 (a medical charge) 가 기본적으로 높다. 따라서 보험의 적용을 받지 않은 경우 고위험 출산의 경우 거의 십만달러 (1억원 이상) 가 적용된다. 따라서 개인이 어떤 보험을 가입했는가에 따라서 받을 수 있는 의료 서비스의 범위가 정해지게 된다. 즉, 개인이 가입한 사보험의 종류에 따라서 의료 서비스가 정해지며 이는 미국에서는 의료 서비스는 철저하게 개인이 해결해야 하는 '협상 영역'이 된다.

물론 저소득층 (이라고 하기보다는 극빈층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적합하다.) 에게 적용되는 연방 차원의 의료 보장 제도 (Medicaid) 가 존재하지만 이또한 재원 문제나 행정적 문제로 극빈층은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를 지원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또한 직장에 따라서 의료 서비스의 질은 차이가 심하다. 기본적으로 미국은 자유주의 복지 정책을 유지하기 때문에 직장을 다니는 경우 직장을 통한 보험을 적용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이또한 의료비 부담이 증가하거나 노동력 상실로 인해 직장에서 해고 당하게 되는 경우 한 순간 의료 보험을 적용받지 못해 심각한 경제적 부담을 가지게 되거나 의료 서비스를 중단하게 된다. 또한 지역에 따라서 의료 보험의 질은 큰 차이를 보인다. 직장 중심의 의료 보험과 사보험이 적용하기 어려운 범위의 경우 보다 광범위한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지역 단위의 조합주의 보험이 적용되는 것이다. 즉, 개인적 협상 영역을 좀더 확장하여 지역 단위의 협상을 통해서 치료 받을 수 있는 의료 서비스의 영역을 확장시키려는 노력이다. 예를 들어 보스턴 지역의 경우 대학과 연계된 비영리 병원과 지역 병원을 포괄하여 파트너스 (Partners) 시스템을 구축하여 병원간의 의료 정보 뿐만 아니라 지역 단위의 보험까지도 통합적으로 관리하여 지역 주민의 의료 서비스를 보다 광범위하게 적용하려고 한다.


기본적 복지정책이 탈상품화가 낮은 자유주의 복지 정책을 유지해도 여기에서 발생하는 많은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보다 높은 탈상품화 정도를 가지는 복지 정책을 구축하려고 하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이다. 이를 위해서 기본적으로 필요한 조건은 병원의 공공성을 증가시키고 최소한 비영리화를 보다 확대해 나가야 한다. 영국이나 싱가포르의 경우 모든 국민들은 의료 서비스에 접근성은 높다. 이는 공공 의료 비중이 거의 100%에 가깝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사민주의 복지정책을 가지는 나라들은 의료 서비스는 완전 무상이 아니다. 그러나 의료비에 대한 상한제를 두어 의료비에 의한 경제적 파산을 구조적으로 막고 있다. 그리고 감기와 같은 경증 질환의 경우 기본적 치료비는 높은 편이다. 접근성이 높아 가벼운 질환에도 무조건 병원을 찾아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의료비 구조를 줄여 이를 중증 질환과 만성 질환 환자들에 대한 관리에 더 치중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이다.

결국 국가가 가지는 공공 보험의 범위가 얼마나 되는가에 따라서 혹은 개인의 능력에 따른 보험의 적용 범위가 얼마나 되는가에 따라서 개인이 얼마나 많은 부분 신경써야 하는가. 즉, 얼마나 많은 부분에서 개인이 협상을 해야하는지가 결정된다. 따라서 노동력의 상품화가 늘어날수록 노동자들은 공공 영역보다 사유 영역의 협상이 많아지게 되고 결국 노동자들은 낮은 가처분소득에도 불구하고 사보험을 가입하거나 아예 가입하지 않아 의료 서비스를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탈상품화가 높은 국가에서는 자연스럽게 사보험 시장이 거의 존재하지 않고 (특히 의료 부분에서) 공공 보험만으로도 충분하게 된다.


대한민국을 생각해보면 공공 보험 (국민건강보험) 이 존재하고 거의 대부분이 비영리 의료법인이라 의료적 영리활동이 제한되지만 10% 미만 (실제로 6%) 의 공공 의료의 현실과 중증, 만성 치료의 장기 치료의 경우 경제적 부담이 심각하여 개인적 파산을 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공공 보험의 기능적 역할이 충실하지 못하다는 현실적 증거가 된다. 결국 이러한 불안 요소는 사보험의 기형적 증가가 일어났다. 공공의료비의 비중을 살펴보기 위해 OECD 자료를 통해 살펴보면

국민의 의료 비용 지출은 2000년부터 2009년까지 OECD국가 중에서는 슬로바키아에 이어 두 번째로 가장 많이 증가했고, 가계 소비지출에서 의료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OECD 34개 국가 중 5번째로 높았다. 또한 2002~2007년까지 5년 동안의 연평균 증가율을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국민의료비 증가율은 9.3%로 OECD 평균(3.4%)의 2.7배였다. 민간지출과 의료비 증가율이 높은 이유는 공공의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OECD 27개 국가 중 칠레, 미국, 멕시코 다음으로 적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공공의료 지출 비율은 58.2%로, 칠레 47.4%, 미국 47.7%, 멕시코 48.3% 등에 이어 최하위 수준이었다. OECD 평균인 72.2%에도 크게 못 미쳤다.

즉, 온국민 건강 보험으로 공공 보험이 작동하고 있지만 실제로 공공의료 지출 비율은 60% 를 넘지 않고 약 40% 에 해당하는 비용은 개인의 부담이 되거나 사보험의 영역이 된다는 것이다. 구조적으로 ① 의료의 영리법인을 규제하고 ② 공공 보험을 온 국민에 적용하고 ③ 의료 수가를 제한하지만 실제로 그 기능은 60% 정도 발휘하고 있고 나머지 40% 의 의료비 부담은 고스라니 개인의 경제적 파산 원인이 되기도 한다. 결국 이런 위험 가능성은 보험의 좋은 마케팅 자료가 될 것이다.

3.3. 사보험은 공공 보험을 대체할 수 없는가?

사보험 시장이 공공 보험의 역할을 충실히 대신할 수 없는가? 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사보험 시장의 공급자가 많다면 경쟁에 의해서 가격이 저렴해지고 이에 따라서 소위 값싸고 질좋은 보험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를 생각하기 위해 두가지로 먼저 접근해 보자. 첫번째는 현재 이런 사보험 시장의 현재를 살펴보는 것이다. 미국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기본적으로 4인 가족 기준으로 평균 의료 보험비용은 약 1,3000달러(USD) 정도이다. 대한민국만 살펴보아도 건강 보험 (공공 보험) 비용 이외 의료 관련 사보험 비용 (암보험, 사망보험, 중증 질환 기타 등) 은 중산층 기준으로 월 30~50만원 정도이다. 공공 보험이 존재하지만 공공 보험만으로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추가적으로 건강한 상태에서 지불하는 고정 비용이다. 사민주의 복지 정책에서 공공 보험은 그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대부분이 의료비 부담 상한제를 통해 일정 이상의 의료비를 부담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한 재정적 지원은 기본적으로 세금으로 나오지만 소득에 따라 세금이 달라지고 세율도 달라지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복지에 사용되는 세금은 소득의 불평등 및 경제 수준의 균형을 맞추고 의료비에 의한 경제적 파산을 막는 기능을 가지게 된다. 현재의 모습을 보아도 사보험 시장이 증가하면 할수록 개인의 가처분소득은 점점 줄어든다. 특히 저소득층이나 중산층의 의료비 부담은 증가하게 된다.


두번째사보험은 결국 '영리 기업'이다. 보험회사의 공공성을 법률적으로 제한하지 않는다면 영리기업은 어떻게든 일단 많은 보험 가입자를 받은다음 보험 가입자들 중 보험 혜택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생긴다면 이들에 대한 보험금 지급에 대해서 까다롭게 적용할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이 있고 의료 지식이 깊지 않은 일반인을 상대로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항목을 적용하여 피보험자들이 예상했던 보험금 이하를 지급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즉, 이윤을 증가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거대 기업이 개인을 상대로 싸울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서 협상하게 된다. 이러한 문제는 이미 일어나고 있고 많은 경우 사보험을 가입해도 경제적 파탄을 맞이하는 경우도 목격할 수 있다. 결국 보험에 가입할 때는 가입자들이 미래를 대비하라며 심한 경우 공포 마케팅을 이용하여 가입을 유치한 후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경우에는 보험금 지급을 최소화하기 위한 다양한 법적, 행정적 방법을 이용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따라서 사보험 시장에서 임의적으로 자체적인 심사기준에 의해 보험금 지급하는 방법이 아닌 국가에서 공인된 보험 사정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결국 사보험은 자신들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소비자들의 돈을 뽑아내기 위한 다양한 묘책이 세워질 것이다. 결론적으로 사기업인 사보험 회사들이 완벽하게 소비자들을 위한 사업을 해야하지만 그 말은 결국 공공 보험과 다르지 않은 것이다. 결국 공공 보험을 강화하면 될 것을 왜 사보험이 자선사업을 할 것도 아닌데 공공 보험처럼 행동하라고 하는 것이다.

3.4. 사보험과 의료 영리화의 관계

공공 보험이 그것도 지역 보험이나 조합 보험이 아닌 국가가 관리하는 공공 보험이 존재하는데 이 기능을 어떻게 활성화한다면 사보험의 수요가 증가할리 없을 것이다. 그만큼 공공 보험에 대한 신뢰를 가지지 못한다는 말이다. 결국 미디어에는 넘처나는 사보험 광고가 공공 보험의 떨어지는 신뢰를 대변해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개인적으로 의료 보험의 사보험 시장 (실비보험) 을 허용한 순간 의료 사유화의 첫 걸음은 시작되었다고 생각한다. 실질적으로 보험조차도 선택에 따라서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결과가 차이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개인의 선택도가 높아지는 것은 의료 서비스에서 결코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미 의료 관련 사보험에서 나타나는 많은 문제점들을 생각하면 알 수 있다. 진단명의 미묘한 차이에 의해서 전혀 보험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자신이 가입한 보험의 약관에 따라서 전혀 수혜를 받지 못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사보험의 문제라기 보다는 결국 사보험은 영리 추구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사보험이 증가되고 공공 보험의 신뢰가 떨어지는 경우 의료 영리화가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이를 위해 두가지 단계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첫번째는 ⓐ 비영리의료법인의 영리자회사 운영 합법화 ⓑ 의료 법인의 완전 영리화 이다.

ⓐ 비영리의료법인의 영리자회사 운영 합법화

현재 (2014년 1월) 대한민국에서 논의되는 소위 '의료 민영화' , '의료 영리화' 로 줄여서 불리는 내용의 핵심이라고 본다. 기본적으로 이 문제의 시작은 의료 서비스에 들어가는 의료 수가의 원가를 국가가 얼마나 보존해주는가이다. 정확한 수치는 입장에 따라 다르지만 전체적으로 원가에 못 미치는 의료 수가라는 점에는 정부도 동의한다. 즉, 의료 서비스를 시행하면 할수록 적자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이렇게 발생하는 적자를 줄이기 위해서 (비영리의료기관도 이윤을 생각한다) 환자에게 모든 의료비를 청구할 수 있는 비보험 수술이나 치료를 적용하거나 환자의 편의를 위해 허용되는 장례식과 같은 부대 사업을 통해 그 이익을 충당하는 구조였다. 따라서 적자를 적극적으로 매꿀 수 있도록 지금까지 허용되지 않았던 관련 사업을 비영리의료법인이 아닌 자회사를 만들어 자회사를 통해 영리사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이야기하는 사업이 환자 보호자 등을 위한 숙박사업, 의료 관련 기기 사업 등이 거론되지만 이는 극히 일부분이라는 점이다. 이뿐만 아니라 자회사로 물리치료 및 대체 치료 (alternative therapy) 및 영양 보충제 등과 같은 사업과 같이 환자들이 직접적으로 소비자가 될 수 있는 사업 영역도 존재한다.

고급호텔과 같은 병실, 부유층을 위한 호화 병원을 통한 이익 극대화는 예상되는 영리병원의 모습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사업들은 기본적으로 경쟁 구조를 가지기 어렵다. 의료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의사의 컨설팅 (상담) 과 의료 치료과 동반된다. 컨설팅이 들어간다는 것은 환자가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지 않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전문의의 전문적인 지식을 상담받고 이에 따라 치료를 수행하게 된다는 점이다. 즉, 표면적으로 환자들은 병원을 선택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일단 상담을 받게 되는 순간, 독점화 구조가 이루어진다. 대부분 환자는 그런 이유로 자신의 주치의사를 바꾸거나 병원을 바꾸는데 큰 부담을 느끼게 되거나 병원 기록의 원할한 연계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국의 경우에는 이러한 부담은 더욱더 커진다. 따라서 환자가 받아야 하는 의료 서비스 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처방에 따를 수 밖에 없게 된다. 즉, 자회사의 이윤을 위해 자회사의 사업 영역을 의사가 소개하는 경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 의료법인의 완전 영리화

의료법인이 자회사가 아닌 자체적으로 영리화가 가능하다면 현재 미국 개인 병원 (Private Hospital) 과 완전 동일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이 경우 병원은 의사에 의해서 환자가 받아야 하는 의료 서비스를 지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병원 차원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보험 서비스를 연계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영리의료 법인이 비영리법인과 경쟁해서 살아남을 수 있는지 모르지만 의료 서비스의 경우 환자는 가장 가능성이 높은 의료 서비스를 받으려고 할 것이다. 즉, 생명과 건강에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비용이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이런 경우 영리법인은 소위 유명한 명의를 높은 연봉을 제시하며 데리고 갈 수 있을 것이다.

3.5. 공공 보험만이 해결책인가?

의료 수가만 현실화한다면 괜찮을까? 즉, 아무리 영리화 된다고 해도 국가에서 의료 수가만 현실화 한다고 하여 높인다면 괜찮을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이는 일괄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병원의 다양한 치료 방법에 대한 다양한 검증 과정을 통해서 접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그를 위해서는 의사의 판단과 개인적인 신념에 의한 진료가 아니라 임상결과기반 (Clinical Evidence-Based) 의 치료 방법의 공유와 가이드라인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에 따라서 가이드라인도 학회기준 뿐만 아니라 국내의 임상기록을 통한 우리나라 만의 현실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내는 노력도 같이 해야 할 것이다. 즉, 치료에 대한 의사들의 양심을 기본적으로 신뢰해야 하지만 임상 통계에 의해 잘 분석된 치료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서 이를 의료수가에 반영하여 치료의 결과와 예후가 좋은 치료 방법에 대해서는 높은 수가를 보존해주어 해당 치료 방법이 잘 정착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와 동시에 새로운 기술과 수시로 반영되는 기록들을 공유할 수 있는 의료 임상 데이터에 대한 체계적인 데이터 접근도 필요할 것이다. 이를 위해 진료 과목에 따른 임상기록 뿐만 아니라 질환 및 증상에 따른 데이터 통계를 통해서 환자 관점에서 접근된 임상 데이터도 정리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더욱 더 중요한 것은 의료 서비스도 결국 인간에 의해 이루어지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인의 양심과 직업 윤리 의식도 중요하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HIPAA (Health Insurance Portability and Accountability Act) 라는 이름으로 환자의 권리 및 의사의 책임 한계와 의료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떤 양심에 따라서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에 대한 법률이 정해져 있고 이는 기본적으로 숙지하고 있어야 하는 내용이다. 뿐만 아니라 각종 법률적, 윤리적 한계에서 책임이 발생하면 이는 주기적으로 갱신하는 의사 면허에 반영되어 실질적으로 정부 주관의 인력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변화하는 의료 정보와 데이터에 대한 반영을 위해서 Continuing Medical Education (CME) 를 이수하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주정부에서 갱신한 면허 및 운영에 관련된 행정 감시는 연방 정부 차원에서 다시 감시하고 있다.


이처럼 직업적 윤리 의식 및 빠르게 변화하는 임상 여건 및 의료 기술에 대한 습득을 기본으로 하며 검증된 의료 서비스를 중심으로 제공하고 기본적으로 공공 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의료 기관의 비율이 증가한다면 공공 보험이 효과를 발휘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그러나 공공 의료 비율이 높지 않은 체 공공 보험만 강화된다면 결국 공공 보험의 자본 (공공 자본) 은 결국 비영리의료법인이라고 해도 결국 민간 자본으로 흘러가게 되고 만약 의료 영리화가 된다면 공공 자본이 민간 자본으로 흘러들어가게 되는 것 뿐만 아니라 영리의료기관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면 비보험 부분의 치료를 임의적으로 확대하여 공공 보험을 상대로 사보험이 우위를 가질 수 있는 전략도 가능해진다.

3.6. 그래도 결국 다시 현실은...

참 어려운 이유는 이 모든 논의는 대부분 일어날 수 있는 가상의 시나리오일 뿐이다. 그 시나리오의 가능성을 생각하기 위해서 이미 의료영리화가 진행된 미국의 예를 통해 살펴보고 미국에서 의료영리화에 의해 발생하는 많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 등도 소개한 것이다.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될 것인가이다. 이를 예측한다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이윤을 추구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된다면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환자 (인간) 가 자본을 끌어 모으기 위한 도구가 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없다. 그리고 대부분 발생하는 문제점들은 그런 인간의 경제적 탐욕의 결과가 대부분이다.

많은 사람들이 미국처럼 된다고 하지만 오히려 미국보다 더 심각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되는 큰 두가지 부분은 ① 너무도 열악한 공공 의료 비율과 비영리의료기관의 영리자회사 허용시 참여할 수 있는 ② 거대 자본이 정해진 상황이라는 점이다. 즉, 현재의 비영리의료기관이 대부분 수익을 위해 영리자회사를 세우고 자회사 주도의 중소규모의 병원들을 흡수 통합하는 형태까지 허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면 이에 대해서는 결국 거대 자본의 M&A (인수합병) 을 통한 실질적인 독과점화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막을 수 있는 실효적인 법안이 수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광범위한 영리자회사를 허용한다는 것은 이후 발생할 수 있는 거대 자본의 공격적 경영에 대응하기에는 너무 늦어버릴 수 있다는 점이다.

공공 보험은 공공 복지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즉, 보험 시스템 뿐만 아니라 보험 지급 발생을 줄일 수 있고 체계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즉, 아픈 환자들이 많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이는 노령화 시대에 대비하는 고령화 관련 의학 (geriatrics) 에 공공 보험을 자연스럽게 치중할 수 있는 구조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예방의학 (preventive medicine) 이나 산업의학 (occupational medicine) 과 같은 예방하거나 빠른 치료를 통해서 경제적 노동 손실과 의료비 부담에 의한 경제적 부담을 최소화 시킬 수 있다. 여기에서 한가지 사보험이 집중할 수 없는 공공 보험의 중요 기능을 생각할 수 있다.


극단적으로 사보험이 100% 인 국가를 생각한다면 실질적으로 난치병 및 불치병에 대해서 사보험이 보장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싱가포르의 경우 국가의 의료 정책의 중심 과제는 공공 보험을 강화하여 국가가 ① 난치병과 불치병에 걸린 국민들에게 다양한 치료 기회를 위한 투자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적자가 나는 사업이라고 해도 이를 위한 기초 연구와 관련 기술을 육성할 수 있는 학계, 산업계의 연계가 가능하도록 정책을 수립한다는 것이다. 이는 국가 단위의 규모가 아니면 힘들며 민간 기업은 거의 사회적 공헌 수준에서 실행할 수 밖에 없는 것이며 강제도 아니다. 두번째 사보험에게 기대할 수 없는 공공 보험의 기능은 치료와 동시에 ② 예방과 보건 (Public Health) 에 균형있게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방과 보건을 강화하면 자연스럽게 치료에 드는 부담이 줄어들게 할 수 있다. 예방과 보건에 균형있게 투자하여 병에 걸리지 않도록 정책을 세우는 것과 감기와 같은 경증 질환을 가지고 상급병원에 찾아오지 못하도록 경증 질환에 대한 의료비용을 높이는 방법 등 다양한 방법을 찾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따라서 보험의 문제는 결국 병의 종류와 병의 치료 기간 및 다시 회복하는 데 필요한 자원 (의료인, 간병인 및 교육자 모두 포함) 이 얼마나 들어갈지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따라서 질환에 대한 세부적인 분류와 접근을 공공 보험에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3.7. 마무리하며...

우리나라의 스팸 전화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광고가 아마도 보험이 아닐까 싶다. 언젠가 보험 가입 권유 전화를 받았을 때 "고객님이 불의의 사고에 의해 돌아가셨을 때 가족들에게..." 라고 말하는 텔레마케터에게 나는 "그럼 제가 죽어야 하는건가요?" 라고 되물은 적이 있었다. 사보험은 근본적으로 예방을 위한 목적이 아니다. 오히려 되풀이 되어 아픈 환자들이 생겨 그 환자들이 보험을 들어야 하는 이유를 말해주는 살아있는 (혹은 죽어가는) 증인이 되어 보험 가입의 강한 두려움으로 만들어준다. 그리고 만약 사보험이 고객님들의 완치와 쾌유를 바란다면 치료를 받거나 과거력이 있는 사람이라도 받아줘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공공 보험조차 일부 항암치료 및 특수치료의 경우 재발의 경우에는 보험 적용이 줄어들거나 보험 적용되는 약이 줄어드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 소아당뇨 아이가 부모님이 안계시는데 의료 지식이 없는 할머니에 의해 자라다 결국 생명을 잃은 경우까지 목격했다. 결국 공공 보험은 단순히 치료를 원하는 사람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제도가 아니라 예방과 보건을 행정과 조직적으로 연계해서 이를 공공 의료로 확대해서 공공 보험이 공공 의료로 자본이 순환되어 그 효과를 증가시킬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공공 보험과 동시에 예방과 보건에 신경쓰기 위해 실질적으로 필요한 분류가 있다. 바로 중증 질환과 경증 질환의 분류, 그리고 만성 질환과 급성 질환의 분류이다. 역설적으로 이러한 분류는 사보험이 원하는 마케팅의 중요한 자료가 된다. 공공 보험의 입장에서 어떻게 예방 및 보건 정책을 통해 중증 환자가 되기 이전에 미리 예방할 수 있는 투자도 동시에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유는 다르지만 공공 보험이나, 사보험이나 결국 중증 질환 (환자)만성 질환 (환자) 에 대해 생각해야 할 필요성이 생긴다.


공공 보험의 투자는 결국 질환 / 사고에 의해 잃어버린 경제력을 회복시키는 투자로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리고 그 구조적인 기초는 공공 의료 비율을 증가시켜야 한다. 미국조차도 어떻게든 공공 의료를 회복시키기 위해서 투자를 하고, 비영리병원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서 다양한 제도적인 시도를 접근하는 과정에서 왜 우리나라는 공공 의료 비율의 거의 없는 상황에서 자회사를 통한 영리화의 단초를 마련해주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만약 영리화를 위한 첫 시작이 아니라면 충분히 이를 제도적으로 막을 수 있는 법적 규제가 필요할 것이다. (이런 법적 규제조차 이미 영리사업이 추진된다면 FTA 의 국가-투자자 제소 (ISD) 와 래칫조항에 위반이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을 것 같다.)


  [ 공공의료 글타래 1/4 ] 공공 부분의 사유화 ─ 민영화에 대한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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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공의료 글타래 3/4 ] 공공 보험에 대해서 ─ 노동의 탈상품화
  [ 공공의료 글타래 4/4 ] 중증환자와 만성환자 ─ 질환 중심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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