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월 어느날... 무럭 무럭 잘 자라던 화분 하나가 영문도 모른체 갑자기 말라버렸다.
매일 매일 내 눈앞에서 어떻게 자라는지 확인하고 물주고 여행가는 순간에도 물을 안 준거 기억하고는 새벽에 일찍 와서 물주고 가곤 했던 그런 화분들 중에 한놈이라 한동안 그 화분을 보면서 넋을 잃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할까? 내가 뭘 잘못한걸까? 어떻게 하면 살릴 수 있을까? 많은 고민도 하고 인터넷에서 살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찾아보고...
그리고 오늘 아무리 물에 담가두어도 말라버린 화분을 버리고는 새로운 화분을 심었다.
버리는 순간은 기분이 참 ....
그러나 버리고 난 순간 느꼈다... 세상엔 버려야 할, 잊어야 할 그런 것들도 있어야 지금 존재하는 것들에 대해서 내가 얼마나 소흘하게 지내고 있는지에 대해서 알 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버림도 미학이고 그 버림으로 무엇을 비운다는 것도 새벽 맑은 공기를 마시는 것만큼이나 신선한 행복일 수 있다는 것이다.
버려진 화분을 보았다...
음음... 뿌리가 너무 자라 안은 겹쳐져 썩어있고 공간이 모자라 뿌리는 물 빠지는 구멍까지 자라고 있었다. "내가 몹쓸 짓을 했구나..." 너를 사랑한다고 물만 주는 것만으로 나의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했었구나 정말 사랑한다면 겉으로 나를 위해서 어떻게 자라는지를 살펴보기 전에 상대방의 마음이 어떤지 헤아릴 줄 알았어야 하는 걸... 사랑한다면서 더 작은 공간에 구속시킨 것은 아닐까... 아님 너를 더 큰 공간에 옮겨주는 걸 의미없이 생각했던 것일까?
버려짐으로 누군가를 어떻게 사랑해야할지 깨달을 수 있었다면...
점심을 먹고 화분하나를 샀다. 가장 미워보이고 가장 안 가꾸어진 그래서 내가 이쁘게 만들어줄 수 있는 것으로... 하나를 버렸지만 그 자리는 다른 형태로 다른 모습으로 변화했다고 생각하자고...
힘들 수 있다는 것은 감사할 수 있다는 것을... 내가 그냥 지나 칠 수 있었던 그 무엇인가를 가슴속에 담아둘 수도 있다는 것을... 버림으로도 무엇인가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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