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April 7, 2007

상 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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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 끝나고 중환자실에 거추장스럽게 달려있는 호흡기와 내 가슴에 흉하게 있는 스테이플러를 보고서야 내가 환자라는 사실을 처음 느끼게 되었다. 

아직도 기억난다. 그 스테이플러 하나 하나 뽑아 낼 때마다 혹시나 수술 자욱이 터지지 않을까 조마 조마 하면서 하나하나 손 꼭 잡고 의사의 한동작 한동작을 바라보게 되었다.

어머니는 항상 말했었다. "크고 나면 성형수술로 다 지워버릴테니깐 걱정하지마"


술하고 나서 일년이 지나 수영장에 갔을 때 어떤 관리인이 나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손님 환불해 드릴테니깐 돌아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난 그 말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지만 끝내 인정하려고 하지 않았다. 내 가슴에 어쩔 수 없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만들어진 이 흉터가 내가 하고 싶은 것조차도 못하게 만드는 그렇게 큰 죄의 흉터인가? 지금은 전혀 신경조차 쓰이지 않는 그저 나의 일부분일뿐이다. 이젠 '아 내가 수술했었구나' 하는 어쩌면 잊고 지내는 나에게 다시 회상하게 만들어주는 표징이 되었다.

이미 내몸의 일부가 되어버린 그 흉터가 흉찍하다거나 보기싫은 존재가 아닌 그저 아무렇지 않는 바로 그 나의 모습이다. 겉으로 보이는 그런 모습이 참 모습인듯 어쩌면 그런것처럼 남의 흉터만을 바라보면서 살아간다면 결국 자신의 마음속 흉터조차 보지 못하게 되어버린다.

우리가 걱정해야하는 건 눈에 보이는 흉터... 지워지지 않을 것 같은 그 보이는 흉터가 아니라 남의 흉을 보고 살아가는 동안 자신의 마음속에 하나하나 만들어지는 그 깊은 상처의 아물지 않는 마음을 봐야할 것이다.

이 아파서 난 흉터는 보이지만
이 아파서 난 흉터는 보이지 않지만 

하루 하루 다른 사람의 흉을 보며 나의 마음을 아프게, 흉을 만들며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사랑하자... 그 흉조차도 사랑으로는 그저 아무렇지 않게 보이지 않게 만들어주지만 마음속의 흉은 성형수술한것처럼 치유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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