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July 31, 2009

맹모삼천지교 (孟母三遷之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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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적 묘지에 살았던 맹자는 장사 지내는 놀이를 하기에 시장 근처로 집을 옮기니 시장에서 장사하는 흉내를 내고 결국 서당 근처에 가니 공부하게 되어서 오늘날 존경받는 맹자가 탄생했다는 아주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어릴적 저는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알수 없는 당혹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첫번째 이유는 우리집 바로 앞이 주변에서는 가장 큰 시장이 자리잡고 있었고 그렇다고 해서 내가 장사 하는 흉내를 낸 적도 별로 없기 때문이었다. 한편으로는 맹자의 인지적 능력을 한편 의심하게 되기도 하였다. 두번째 이유는 이 이야기가 주는 교훈은 교육적 환경이 중요하다는 것이라면 공동 묘지나 시장은 교육적 환경에서는 좋지 못한 곳인가 하는 의문때문이였다.

어릴적 시장에서 여러가지 모습을 보면서 기억도 많이 남는 것 같다. 야채가게의 다양한 야채들은 내가 먹는 반찬들이 원래 반찬으로 있던 것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조리를 해야 하는지 알 수 있었고 닭 모가지를 비틀어 닭 털을 뽑는 기계에 들어가는 다소 보기 싫은 장면도 목격했지만 나름 추억처럼 그 장소가 남아있기도 하다. 생선가게의 비린 냄새와 가게 바닥의 물을 보면서 생선은 물과 뭔가 관계가 있음을 아주 어린나이에도 느낄 수 있었다. 그 미로 같은 시장의 다양함이 나에겐 참 좋은 놀이터로 충분히 역할을 해주었다.



오늘 (2009년 7월 31일) 뉴스에서는 오래된 공방의 헌법 재판소의 판결이 나왔다.

학교 주변 납골당 금지는 합헌, 즉, 납골당을 학교 주변 인근 200m 근방에 두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이다.

오랫만에 헌법재판소의 아주 흥미롭고 아름다운 결정문을 본 것 같아 마음이 참 알콩달콩하다.

"우리 사회는 전통적으로 사망자 시신이나 무덤을 경원하고 기피하는 풍토와 정서를 가지고 살아왔고 입법자는 학교 부근의 납골시설이 현실적으로 학생들의 정서교육에 해로운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규제하기로 결정한 것"... "납골시설 기피 풍토와 정서가 과학적 합리성이 없다해도 규제 필요성과 공익성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현실적으로 학생들에게 어떠한 정서교육에 해로운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리적이거나 실증적인 대안없이 그냥 느낌으로 옹호하는 것이 오늘날 헌법재판소의 현실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구지 외국의 사례를 들어 얘기하고 싶은 마음도 안생긴다. 언제부터인가 헌법재판소는 사회보편적이고 사회정의적인 부분보다는 사회 통념적 인식에 더 민감해 하는 것 같다. 전염성 시설같이 직접, 간접적인 해를 줄 수 있는 시설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죽은 망자를 위한 납골 시설, 그것도 성당안에 안치되어 있어 겉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그런 상황에서 그냥 기분이 나쁘다 혹은 협오시설을 마음대로 정해놓고 그것이 가까이 있으면 안된다는 논리에 손을 들어주는 것은 어떤 공익성을 이야기하는 것인지 알수 없는 일이다.

맹자의 어머니가 정말로 현자였다면 나는 맹모삼천지교의 이야기가 단순히 나쁜 환경을 피해 좋은 환경으로 갔다는 것으로 잘못 이해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맹자는 어린 시절 죽음에 대한 관찰과 느낌을 가졌고 장사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보고 자랐기 때문에 결국 오늘날 존경받는 학자가 되었을거라는 것이다.


오늘날 좋은 환경에 아쉬운 것 없이 장례식이 뭔지도 모르고 참치는 바다에서 캔으로 생산되고 쌀이 쌀나무에서 나오는 줄 아는 헛 똑똑이 아이들을 만들어내는 교육보다는 차라리 다양한 환경 속에서 사람들을 이해하는 마음을 가지는 배려심 많은 아이를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오늘날의 학부모들은 전혀 모른체 살아가는 것 같다.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 그렇게 반대하는 어른들을 보면서 아이들은 "우리 부모님은 역시 나의 교육을 위해 오늘도 싸우고 계시는구나" 하며 자랑스러워 할까? 아니면 그 안에서 자신의 재산과 환경을 지키기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맘에 안드는 것은 허용해서는 안된다는 어른들의 논리를 배우게 될지 모르겠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협오라는 말을 극단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다. 우리들 편의에 맞게 협오란 말을 쉽게 쉽게 사용하기 시작한다. 언젠가 우리들 또한 사람들이 협오하는, 그리고 학생들의 정서교육에 해로운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는 시설에 영원히 잠들게 될 것이라는 현실이 참 씁쓸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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