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March 21, 2010

틱장애와 핸드폰 통화하는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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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가 버스타고 가는 길에 뒷자리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사람이 내는 소리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은데 불규칙적이고 고음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듣기에는 거북할 수 있는 고함 소리와 함께 욕설비슷한 거친 소리가 계속해서 들리자 기사 아저씨는 길가에 차를 세우고 그 사람에게 큰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야! 조용히 좀 하라고! 시끄러워서 운전을 할 수가 없잖아!" 

한바탕 기사 아저씨도 욕만 안 섞었지 소리 지르면서 그 소리를 내던 사람에게 화를 냈던 것이었다. 나도 무슨 일인가 바라보았고 이내 그 사람이 '틱장애 (tic disorder)' 를 가진 아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왜냐면 운전기사 아저씨가 화를 내는 과정에서도 불수의적인 근육의 움직임이 보이면서 눈의 깜박이는 횟수가 일반인들에 비해 빈번했었기 때문이었다.


그 과정에서 알 수 없었지만 나도 모르게 일어나 그 아이의 대변인인 것처럼 아이의 상태와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이런 행동 및 말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이야기하였다. 기사 아저씨와 승객들은 나의 이야기에 어느정도 이해를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들의 얼굴 안에서는 불쾌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었다. 오히려 운전에 방해되는 것은 사실이니 오히려 나에게 어떻게 해보라는 것이다.

마땅히 할 것이 없는 나는 그 아이의 옆에서 반복적인 틱 행동에 대해서 조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이외엔 별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러나 나의 관심을 끄는 사건은 그 이후에 발생하였다. 하차하는 문 바로 앞에 앉은 20대 쯤의 젊은 아가씨 한명이 전화를 하면서 정말 모든 승객이 다 들을 정도의 목소리로 하루의 쌓인 스트레스를 풀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심지어는 그 아가씨는 방금 전 있었던 버스 안의 상황과 틱 장애를 가진 아이를 '병신같은 얘'라는 표현을 하면서 친구에게 수다를 떨고 있었다.

솔찍히 그 때 그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아도 듣게 되는 나를 제외한 많은 승객들은 그 이야기를 듣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지만 들으면서도 그리고 시끄러우면서도 그냥 무시하면서 있는 것이었다. 심지어 아까는 그 순간 순간의 틱 장애로 인한 소음조차 듣기 싫어하던 기사 아저씨도 그냥 모르는 척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 아가씨의 전화는 대충 5분 가량을 넘어가고 있었고 일상에 대한 반복적인 이야기로 집중하고 있었다. 소음의 질과 양으로도 틱 장애 아이의 것보다 탁월히 우수(?)했었다.

듣기 거북한 나는 결국 아이의 곁을 떠나 앞으로 가서 그 아가씨에게 최대한 정중하게 얘기했다.

"아가씨 혹시 수다떠는 틱 장애 가지고 계신가요? 그럼 이해해드리고요. 아니면 다른 사람들을 위해 조용히 해주세요." 

결국 그 아가씨는 "별꼴이야 뭐 이런 XX가 있어!" 라는 정감어린 소음을 듣고 내리는 것을 보고 조용한 버스를 되찾을 수 있었다. 그 아이도 곧이어 내리면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내렸다.

리가 사는 세상엔 옆에서 누군가 난처한 일에 당할 때 도와주려고 하기 보다는 그냥 지나치고 싶어한다. 그리고 괜히 불쾌해질 일에 대해서는 자신이 불쾌함을 느껴도 그냥 맘으로만 불쾌해하고 고치려 하지 않는다. 틱 장애를 가진 아이와 수다떠는 아가씨를 보면서 남들을 위한 배려는 어쩌면 남의 상황을 이해하고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생각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수용으로부터 시작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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