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한 정거장을 지나치고 말았다. 성급히 내렸지만 어쩔 수 없이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함을 인정했다. 피곤한 마음에 짜증도 났지만 누구를 향한 짜증이겠는가.
아예 몇 정거장 더 지나서 다시 돌아오는 버스를 탔으면 더 좋았을까? 하는 여러가지 고민을 하다가 결국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그냥 열심히 걸어가기로 마음먹었다.
아파트 단지를 지나서 걸어가는 길, 키 높은 가로수 사이로 오랜지색 가로등은 비추고 내 앞에 다정하게 손을 잡고 걸어가는 노부부를 보았다. 부끄러워 주머니에 손 넣고 가는 남편의 팔에 매달린 모습이 아니라 손을 잡고 보폭을 맞추기 위해 남편분은 조금은 어색한 걸음을 하면서...
한 정거장 지나서 내렸다는 짜증보다 지나길 잘 했다는 묘한 기운을 느꼈다.
누군가의 섬세한 조작으로 시간과 공간을 그 아름다운 노 부부와 겹칠 수 있게 했다는 기운을 가지고 한참동안 따라가며 보았다.
삶은 이러한 보물찾기의 연속인 것 같다. 그래서 당장 내 앞에 닥친 일들이 마음에 안들어 화내고 짜증내기 보다는 한번쯤 참고 걷다보면 마음의 단비처럼 가슴이 멍해지는 장면도 만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세상은 보물찾기와 같은 것...
그저 오늘도 그 보물을 찾을 수 있는 눈과 귀를 허락해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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