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 여기 콩나물 좀 더 주세요.”
식당의 아주머니는 다른 손님이 먹고 난 반찬을 모아둔 곳에서 콩나물 한줌 옮겨 손님에게 갔다 준다. 그리고 생각하지만 말해서는 안 되는 것은…
‘다른 손님이 먹던 것인데 그것도 모르고 잘 먹네. 이렇게 해야지 남는 게 있지…’
아마도 우리가 갔던 음식점 중에는 이런 업소가 한 두 곳은 있을 것이라고 가정하고 살아가는 것이 속 편할 것이다. 우연히 이런 반찬이나 식자재가 비위생적이거나 재사용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우리는 다시 그 음식점을 가고 싶은 마음이 없어질 것이다. 비록 그 업소가 회개(?)를 하고 그런 행위를 다시 하지 않는다고 한다고 하더라도… 그렇다면 이렇게 계속 손님을 속이고 재사용을 하게 된다면 정말 그 음식점은 경제적으로 이익을 많이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은 사람들은 아마도 그 업체가 그렇게 속이다가 결국엔 들통 나고 사람들의 불신으로 성공하지 못하는 시나리오를 생각하게 되겠지만 조금은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음식점의 점원이고 반찬이며 식자재를 재사용한다고 생각해보자. 그리고 나는 내 손님들이 그런 음식을 먹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손님들은 그렇게 나에게 속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재사용되는 반찬과 음식을 먹고 있는 손님을 바라보며 내 가족과 같이 맛있는 음식을 제공해야지 하는 마음이 들 수 있을까? 처음에는 그렇게 하고 있다는 마음에 대한 죄책감이 들 수 있지만 일상화되고 그로 인해 줄어드는 음식물 쓰레기 처리 비용과 당장 눈에 보이는 경제적 이익에 이내 그런 죄책감은 ‘그런 것 쯤이야’ 하면서 상황에 대한 합리화, 어쩌면 궁극적으로는 우리나라 자원의 재활용이라는 측면을 내세우며 정당화 할지 모른다.
그런 상황에서 손님을 보면서 정말 내 가족과 같은 마음으로 대할 수 있을까? 결코 아닐 것이다. 자신의 마음 속에서 이미 ‘음식물 재사용’에 대한 물음은 ‘옳음’으로 결론을 낸 상태가 되어버리고 그에 따라 손님이 모르고 넘어가는 불쾌감에 대해서 어쩌면 ‘그것도 모르고 잘도 먹네…’ 라는 마음으로 손님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이미 손님은 내가 만든 맛있는 음식을 먹어주는 고마운 존재에서 내가 숨기는 사실에 피해를 보는데도 모르는 상대방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런 마음은 이내 손님을 대하는 태도로 반영되기 마련이다. 사실 내가 당신을 속이고 당신을 기만하고 있으니 내가 미안합니다. 가 아니라 내 속임수에 잘도 넘어가는 그런 사람이군요… 하면서 바라보게 된다면 그 상대방은 절대로 나의 편에 있는 사람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손님은 결코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나는 이미 상대방을 적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참 아이러니한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누군가를 속이고 그 속임의 대상에게 미안한 감정을 가져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그 반대의 감정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아마도 나의 거짓된 부분에 대한 정당화 과정이 이미 거쳤기 때문에 그에 대한 회개 혹은 ‘되돌아 봄’의 과정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일지 모른다.
그렇게 정당하지 않은 행동들을 숨기며 손님들에게 잘해준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고 그 정도의 반성이나 회개의 용기를 가지고 있다면 오히려 자신이 했던 잘못된 행동을 고치려 할 것이다.
음식점에서 느끼는 순간 순간의 불쾌감, 불친절은 이런 마음들과도 연결되어 있는지 모른다. 겉으로 잘해준다고 해도 속으로 비웃는 사람의 모습에서 사람들은 결코 진실을 찾을 수 없고 그 진실을 잃어버리는 순간 마음에서 떠나버리는 것이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아무리 겉으로 웃고 친절하게 하여도 어떤 이들에게서는 결코 진심을 찾을 수 없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런 것이다. 자신은 뇌물을 받으며 법을 어기거나 피해가면서 그렇지 않고 정직하게 살아가는 일반 국민들을 진심으로 모신다고 이야기할 때 정말 그 말을 믿을 수 있는가? 국민들이 잘 먹고 잘 살기 위한 음식점에 들어왔는데 좋은 것은 자신들만 다 챙기면서 ‘여러분들을 위해 좋은 음식을 만들었습니다’ 하면서 찌꺼기 같은 음식을 먹는 국민을 보면서 ‘아 저들을 위해 정말 노력해야지…’ 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심각한 이중인격을 가진 사람 아니면 거짓된 자일 뿐이다.
자신들의 호의호식을 위해 그렇게 노력하면서 국민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마치 ‘재활용화는 음식물을 먹는 저들’이라고 바라본다면 정말 받들며 국민을 위해 정치를 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좋은 음식과 가족과 같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음식점을 직접 체험하고 국민들을 위해 봉사한다는 사실이 무엇인지 정치인 스스로 인지하지 않는다면 반복되는 이 불편한 진실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어떤 음식점도 ‘우리 음식점은 자원의 활용을 위해서 반찬을 재사용하고 있습니다.’ 라고 자신의 정당성을 이야기하면서 영업하지 않을 것이다.
반찬을 재사용하며 손님들을 속이는 음식점이 망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그 사실이 알려진다면 손님들의 신뢰를 잃어버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운이 좋아 절대로 들키지 않는다고 해도 손님을 바라보는 그 마음가짐에 있어 결코 손님을 가족같이 아끼는 마음으로 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운이 좋아 자신들의 도덕적이지 못한 행동들이 들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결코 그들은 국민들에게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살아가지 않는다면 우리가 느끼는 그 시선은 반찬 재활용에 당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먹는 그 찝찝함을 느끼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을지 모르겠다.
수많은 범법 행위와 올바르지 않은 행동들에 대해서 나름대로 정당화하며 나는 높은 지위와 명예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나는 괜찮지’라고 국민들을 바라본다면 그의 눈빛이 우리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보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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