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June 23, 2012

인생은 주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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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에게 물었다.

"장실 칸 중에 하나는 더럽고 다른 하나는 깨끗하다 어떤 칸을 선택하겠는가?"

그걸 질문이냐는 식으로 당연하다는 듯, "깨끗한 칸!" 이라며 당당히 얘기한다.

그 당당함에 나는 대답했다. 나에게 정답은 "휴지가 있는 칸" 이라고...후배는 나에게 그건 질문이 아니라고 하면서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지만 이내 잠잠히 수긍하고 말았다.

인생은 우리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주어진 보기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중요한지를 보기를 만드는 과정이다. 그래서 인생은 누군가가 만들어 낸 보기의 답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물론 휴지를 가지고 깨끗한 칸으로 가는 최적화의 과정이 우리에게 최상일 수 있지만 그 또한 깨끗함의 우선순위에서 벗어나 더 중요한 우선순위인 휴지임을 알고 나서 가능한 것이 아닌가.


주어진 문제만으로 행복할 수 없는 것은 이런 이유가 아닐까...



등학교 시절 좋아하는 계절을 물어보는 선생님이 계셨다.

"봄 좋아하는 사람? 여름... 가을... 겨울...."

어디에도 손을 들지 않는 나를 발견하신 선생님이 "좋아하는 계절이 없니?"

나는 당당하게 "아니요 보기에 없어요 저는 환절기를 좋아해요"

반 친구들은 내가 웃기려고 했다 생각했는지 다들 웃고 선생님도 내가 장난치는 줄 알았는지 혼내셨다. 나는 아이들과 선생님의 태도에 자신감을 잃었지만 내 생각엔 변함이 없었다.  난 계절의 변화가 느껴지는 환절기가 좋았을 뿐, 누가 계절은 봄,여름,가을,겨울이라고만 정했던 것인가. 나는 그 이후에도 제시된 보기 밖의 대답에 대해서 말하기 꺼려했고 그래서 보기 중 하나로 정해야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렸다.

점점 자라면서 객관식은 그저 질문자의 편의를 위한 과정일 뿐 수많은 과정은 그 누구도 보기를 정해주지 않는 주관식의 세상임을 점점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그 객관식의 세상에 길들어진 아이들은 어딘가에서 나에게 보기가 주어지기 무척이나 바란다. 나 혼자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어른이 되어서도...


이 땅에 더이상 나같은 피해 '어른이'가 나오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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