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July 24, 2012

믿음에 대한 바보스러운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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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학교 시절 공부는 안하고 딴짓만 하느라 동호회 할동을 열심히 하다가 만난 누나가 있다. 이제 횟수로 18년이 넘는 시간동안을 알면서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지만 그래도 힘든 시간, 즐거운 시간 가끔 만나도 항상 반갑고 의지가 되는 누나이다. 사실 그런 느낌으로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 든든하고 행복한 그런 존재이다.

2000년대 초반 어느날, 한달에 한번 정도는 가볍게 안부 인사 나누던 사이였던 누나는 어느날부터 갑자기 그것도 먼저 아침에 전화를 주었다. 전화하자 마자 누나는 "나한테 전화오니깐 좋지?" 누나가 뜬금없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아직 잠이 덜 깼나 싶어 "음..? 왜그래?? 뭔일있어?" 그렇게 대꾸했고 이 후 몇일동안 이 알 수 없는 뉘앙스의 전화로 가끔 대화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직접 보자고 하면서 내가 있는 학교로 찾아와서는 갑자기 정말 힘들다는 얼굴 표정으로... "이제 그만해... 나도 힘들어" 하면서 나에게 알 수 없는 하소연을 하는 것이었다. 전혀 영문을 알 수 없던 나는 "무슨 말이야 도대체??" 라고 하고 앞뒤 전후 사정을 천천히 들을 수 있었고... 그 전후 사정은 다음과 같았다.

어느날 누나의 숙소로 전화가 와서 받자 마자 상대방이 "누나..." 라고 말을 시작하자 남자 형제가 전혀 없고 여대 나온 누나에게 그런 호칭을 부르는 사람이 나뿐이라고 생각하고 그 자리에서 "응 그래 원준아..." 라고 대꾸해주었고 그때부터 이 변태분은 자신을 '원준'이라 자칭하면 계속 전화를 받아줄 거라고 생각하고 원준이로 빙의했던 것이었다. 그렇게 상당 시간 시달림을 받아왔던 누나는 낮과 밤이 전혀 다른 나를 대하면서 결국 힘들어 하며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나를 찾아온 것이었다. 

조금은 놀랍고 많이는 웃겨서 한동안 어쩔 줄 모르는 웃었고, 나는 그럼 성이 뭐냐고 물어보라, 몇몇 우리만 알고 있는 내용을 확인하거나 그럼 쉽게 알 수 있지 않겠냐고... 그리고 나는 알지도 못하는 누나 숙소 전화번호로 왜 전화하냐, 할거면 핸드폰으로 하지 등 이야기하면서 오히려 재밌는 에피소드가 되어버리고 말고 그 변태분도 결국 나의 정확한 성을 알지 못해서 그 다음부터는 전화하지 않고 사건은 모두 일단락 되었다.


런데 난 이 사건이후 누나가 참 고마웠다. 일단 누구인지 모르지만 나일거라고 생각하고 이상하고 맘에 들지는 않았지만 ①'나'란 존재를 믿어주고 그렇게 받아준 것이라고 생각하니 나의 편에서 나의 입장에서 아무리 이상하고 힘들게 해도 참고 받아주었다는 사실과 그리고 용기내어 ②나에게 찾아와서 나를 위해 내 앞에서 확인하기 위해서 나와 이야기해주었다는 사실이다. 무엇보다 내가 혹시나 상처 받을까 그동안 힘들어하면서도 내가 원망스럽기도 하고 그랬겠지만 그래도 내가 아닌 누군가를 나라고 생각하며 그렇게 달래고 받아주었다는 그 바보스러움이 참 고마웠다. 당시엔 그냥 "누나 정말 바보같다..." 라면서 이야기했지만 그 바보스러운 믿음은 아직도 내가 누군가 다른 사람을 대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태도로 가지려고 하는 마음이 되었다.

군가에 대한 믿음이란 그렇게 바보스러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록 바보스럽고 힘들고 말도 안되는 엉뚱한 일들에 고통스러울 수 있어도 그래도 사람에 대한 그 기본적인 믿음만큼 중요한 것도 없고 그 중요한 것은 지킬 수 있으니깐... 그렇게 나를 걱정해주고 나의 편이 되어주려고 항상 믿어주는 착한 누나는 나의 축일인 7월 3일에 토마스 신부님의 주례로 결혼하고 지금은 아이들과 남편과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그 바보스러운 믿음을 가진 누나는 항상 행복할 것이라고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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