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팠다는 것을 빌미로 사람들에게 동정을 얻어 내고"
누군가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몸이 아팠던 적이 많았던 나였다. 그리고 그 아팠던 것이 후회스럽거나 원망스러운 적도 많았지만 그래도 나보다 더 아픈 이웃들을 보면서 그리고 꼭 아팠던 경험이 나에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 후 그 아픔의 경험이 나에게 소중한 경험이 될 수 있기를 바랬다.
사람을 판단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고 한다. 거듭 살펴보고 혹시나 생길 수 있는 실수가 없는지를 생각하고 나서도 마지막으로 판단은 하지 말라고 한다. 심판자로 누군가를 판단한다는 것은 상대방의 본질을 판단하고 그 사람의 모든 행동을 자신이 생각한 본질에 비추어서 끼워 맞추는 편견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가끔은 누군가에게 내 상황과 나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고 그리고 잠시라도 들어주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런데 상대방의 이야기는 듣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만으로 상대방을 함부로 판단하는 사람에게 위와 같은 이야기를 들었을 때의 기분은, 화도 나지 않고 내가 설득하려고 했던 상대방이 어쩌면 내가 설득해도 소용없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세상에 아프고 싶어서 아픈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병마와 싸우면서 느낀 여러가지의 좌절과 시련, 그 안에서의 생각하지 못한 많은 아픔들에 대해서 전혀 공감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아팠다는 것을 빌미로 사람들에게 동정을 얻어 내서' 뭘 할 것인지, 그렇다고 해서 아픈 것에 대해서 따뜻한 위로의 말도 해준 적도 없으면서 단지 아픔을 도구로 이용한다는 상대방에 대한 내면의 통시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동정을 얻어내서 도대체 뭘 하는 것일까.
병마와 싸우는 많은 사람들을 그런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겠구나 싶은 이 말은 계속해서 머리에서 맴돈다. 그리고 심지어 내가 그런 인간이 아닐까 하는 무서운 도돌이표를 새기면서 지금까지 내가 겪은 경험 안에서의 모든 이야기를 그냥 지워버릴까 하는 생각까지 하게 만들었다. 이런 촌철살인(?)같은 이야기를 한 분은 자신의 가족이 아프다면 그 아픔을 빌미로 다른 이들의 동정을 얻어낼 것이라고 생각하게 될까 궁금하다. 가족 중에 누군가 아프라는 그런 저주스러운 마음을 가지면 안되겠지만, 누군가 어쩔 수 없는 유전병으로 계속 아픔의 고통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면 아픔을 가진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사람의 말은 종종 마음을 무겁게 하고 그렇게 마음의 평화를 한순간에 지워버린다.
그래서 사람의 말은
가볍게 할수록 상대방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고
무겁게 할수록 상대방의 마음을 가볍게 만든다.
비록 가볍게 무시할 수 없겠지만 나또한 그동안 가벼운 말들로 누군가의 마음을 무겁게 만든 그 속죄를 위한 과정이라고 받아들이라고 누군가 조언해주셨다. 나도 완벽하지 않아 말의 옥석을 가리지 않고 가볍게 해버린 말들에 대한 반성을, 그리고 무겁게 고요와 침묵의 과정을 통해 가능하면 상대방의 본질, 의도, 본성에 대한 가벼운 이야기를 하지 않도록...
내 자신을 침묵과 고요의 중심에 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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