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September 18, 2012

믿고 의지함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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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해 하지 말거라. 지금 당장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이루지 못한 것은 아니란다. 하느님은 우리가 필요한 순서를 허락하실 때도 있지만 때로는 우리가 더 맛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우리에게 가장 맛있는 순서를 정해 놓으심을 잊지 말자. 아무리 맛있는 디저트라도 식사 전에 먹으면 그 달콤함에 우리가 찾아야 하는 맛의 참된 의미를 찾지 못할 수 있단다."

우연히 책장을 정리하다가 고등학교 시절 항암치료 때문에 학업을 쉬어야 하는 상황에서 어머니께서 주신 메모를 다시 보게 되었다.

"조급해 하지 말거라. 지금 당장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이루지 못한 것은 아니란다."

그때는 이 의미가 무엇인지 정말 알지 못했고 오히려 내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당시 상황에 모든 불행은 나에게 왔다고 생각했다. 물론 세상에 대한 원망 때문에 하느님도 믿지 않았고 당돌하게 내가 성당을 찾은 이유는 경외심이나 마음의 평화가 아닌 '어디 한번 보자'는 마음 뿐이었던 것 같았다.


... 렇게 시간이 흘러 흘러 그 이후에도 여러번의 아픔과 시련이란 이름의 선물을 주셨다... 예전처럼 이기기 위한 대상이 아닌 결국 이겨내야 하는 대상으로 생각하며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였지만 그래도 내 삶의 계획이 내 뜻이나 내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에 여전히 조급해 하며 그 조급함을 통해 걱정과 불안이 가득한 적도 많았다.


우연히 '스시장인: 지로의 꿈 (Jiro's Dreams of Sushi)' 이란 다큐 영화를 보았다. 80세가 넘는 연세에도 초밥 하나만 바라보며 장인 정신으로 가장 맛있는 초밥을 손님에게 선보이기 위해 매일 가장 좋은 재료와 함께 초밥을 내어주는 순서를 아침마다 고민한다. 손님이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순서를 초밥 재료의 특성에 따라서 말이다. 그리고 손님이 왼손잡이면 왼손을 향하게 놓고 손님의 먹는 속도에 따라 초밥의 크기와 양도 조절하여 모든 식사가 끝났을 때 같이 앉은 손님들이 모두 식사를 동시에 맞출 수 있도록 해준다.

아무리 우리가 초밥을 좋아하고 초밥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다고 해도 장인의 눈과 귀, 경험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가 내놓는 초밥의 질과 초밥을 먹는 순서에 대해서 그를 믿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 삶의 주인이긴 하지만 우리의 삶과 우리 앞에 놓인 앞으로의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택하고 계획을 세운다고 확신할 수 없다. 그러나 만약 우리를 잘 아는 하느님이 우리의 계획에 좋은 재료와 순서를 마련해 주신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마음이 편할 수 있을지 상상해 본다.

화를 다 보고 나서 느끼는 한 가지는, 어쩌면 우리는 당장 욕심내는 것들만 챙기려다 세상의 온갖 다양한 아름다움을 무시하며 살아가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가장 맛있는 식사를 기대하며 손님들이 초밥 장인을 믿고 그의 섬세함을 믿듯이, 우리의 삶도 우리에게 불평이 될 수 있어도 우리가 보지 못하는 모든 아름다움을 맛보게 하려는 하느님의 마음을 믿는다면 우리에게 다가오는 모든 것과 싸우는 시간대신 숨은 보석을 찾는 시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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