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September 14, 2012

침묵 - 극적 기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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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이 죽었다고 하는데 외계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조금 전과 조금도 다른 데가 없다. 이런 엉터리 같은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이것이 순교라고 하는 것인가? 왜 당신은 잠자코 계십니까?"

- 엔도 슈사쿠 - 『침묵』


적 기대감(dramatic expectation)이라고 부르고 싶다. 우리가 살아가는 순간 우리가 의미 부여하고 싶거나 가치가 높다고 생각하는 부분들에 대해서 우리가 기대했던 그 어떤 결과나 모습보다 훨씬 더 극적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학부 시절 우연히 도서관에서 읽었던 침묵이라는 책을 몇년이 흐른 뒤 다시 만났을 때, 내가 그 오래전에 읽으며 흘리다 떨어진 눈물 자욱을 바라보며 아... 그때 읽었던 똑같은 그 책을 읽는 것은 나에겐 극적 운명인가 하는 생각을 하며 다시 잡은 책이었다.

그리고 책을 다 읽고 덮었을 때 기억에 남는 구절이 바로 자신의 눈앞에서 죽는 일본 신자를 바라보며 외친 외마디였다. '이것이 순교라고 하는 것인가?' 라는 그 한마디 속에 이런 극적 기대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극적 기대감은 우리의 삶 안에 너무도 많이 자리잡고 있다. 무엇인가 특별하다면 평범하지 않을 것이야 라는 생각에 때로는 소소해 보여도 심적 실망감을 느끼기도 하고 결국 이러한 실망감은 우리가 바라는 것에 대한 욕망을 보이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왜 당신은 잠자코 계십니까?"

... 잠자코 계십니까? .... 다시 읽은 책 안에서 예전엔 보지 못했던 극적 기대감이 때로는 우리의 수많은 욕심 안에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극적 기대감에 미치지 않을 때 우리는 실망할 수 있다. 그래서 어쩌면 어린아이같은 마음이 믿음에 있어 필요한 것인지 모르겠다는 막연한 생각과 함께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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