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지폐를 보관할 때 모양과 방향을 맞추어서 보관하는 습관이 생겼다. 그래서 현금지급기에서 돈이 나오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똑같은 방향과 위치로 정리를 해서 돈다발에 인물 얼굴을 송곳으로 찌르면 인물 모두 한방에 보낼 수 있게 된다.
보통 거스름돈을 받으면 이렇게 정리되어서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아니 어쩌면 살아오면서 단 한번도 그런 경우는 없었던 것 같았다. 그런데 홍대 앞을 지나가다 거리에서 빅이슈를 판매하고 있는 분이 계셔서 만원짜리를 건네며 한부 부탁드렸다. 그리고 빅이슈 한부와 함께 천원짜리 일곱장을 나에게 주셨는데 그 천원짜리가 내가 정리하듯이 정리되어 있는 것이었다.
별 것 아니지만 누군가 거스름돈을 받아갈 사람을 위해 돈을 가지런히 정리하고 준비하고 계셨다는 마음과 함께 나와 같은 습관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에 알 수 없는 흐믓함과 기분 좋은 느낌을 감출 수 없었다.
그래서 습관의 공유란 그 습관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공유하고 있을 때 자신이 그 습관을 왜 지키고 싶어하는지 그 마음또한 같이 공유하게 된다. 나는 단순히 물건을 사기 위해서 지불하는 돈이라도 그렇게 정리해서 주는 것이 좋다. 비록 상대방은 그런 것에 전혀 관심이 없다지만... 그래서 습관이란 단순히 지키고 싶은 행동일 수 있지만 내가 그 습관을 가지게 된 생각과 마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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