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January 24, 2013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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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 전부터 무엇인가 만들어서 선물을 줄 기회가 많아졌다.

구슬과 철사 등을 이용해 고리를 만들고 이어서 전문적이지 않지만 작은 장신구부터 천주교에서 기도에 쓰이는 묵주를 비롯해 시간날때 재료가 있을 때 만들어 본다.

사실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지만 구슬에 고리를 넣고 도구를 이용해 동그랗게 구부리고 완성된 것만을 보면 그 안에 어떤 힘든 부분이 있었는지 그리고 만들면서 전문적이지 않기 때문에 힘을 제대로 주지 못해 새끼 손가락의 한 부분이 다 만든 후엔 부어버리거나 통증이 느껴질만큼 아플 때도 많다. 사실 그런 것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그냥 다 만들어진 완성품을 보면 그냥 속으로 흐믓해 하며 정말 이것을 받게 될 사람이 기뻐할까 만족해 할까 그런 생각을 할 뿐이다.


물을 하면 참 다양한 반응을 만날 수 있다.

어떤 사람은 너무 과장된 모습이 아닐까 할 정도로 너무 좋아하며 기쁜 미소를 보여주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반대로 당연히 받아야 할 것을 받았다는 표정으로 무덤덤하게 챙기는 사람도 있고, 때로는 받자 마자 자신이 맘에 들지 않는 부분을 지적하며 어떻게 바꾸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모든 반응에 언제부터인가 그냥 나는 속으로 기쁜 마음만으로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이자 마음 먹었다. 그냥 그런 것 하나하나 신경쓰면 만들 때부터 그 사람을 판단하며 그 사람이 보일 태도를 먼저 예측하고 그 예측에 따라 나도 열심히 만들지 않으려는 마음이 생긴다는 것을 언제부터인가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사용하다가 고장이 나거나 끊어지거나 수리가 필요한 상황이 돌아올 때가 많게 되었다. 내가 익숙하지 않으니 그리고 처음에는 재료사는 것도 익숙하지 않아 좋은 재료를 볼줄 몰라 좋지 않은 재료 때문에 그렇게 다시 수리를 해야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어떤 때는 그런 것이 아닐 때도 있겠구나 싶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같은 시기에, 같은 재료로 정말 거의 비슷한 정성으로 만든 결과물이라고 해도 어떤 사람은 왜 이렇게 물건이 약하냐면서 오히려 성내는 사람도 있고, 그런 것이 신경쓰여 같이 만들어진 결과물을 쓰는 다른 사람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보면 너무 잘 쓰고 있다고 왜 이렇게 튼튼하냐고 오히려 고맙단 이야기를 다시 들을 때도 있게 되는 것이었다. 그럼 내가 만들 때 정말 다른 마음으로 만들었을까? 그런 것 때문인지 주어야 할 사람이 5명이라면 우선 5개를 먼저 만들고 그리고 누구에게 어떤 것을 줄지 나중에 결정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꼭 그랬던 것은 아닌 것 같았다.

그렇게 다시 잊고 지내던 삶의 일상 가운데... 문득 내가 받은 선물을 바라보게 되었다. 때로는 선물 받은지도 모르고 있던 물건이 기억을 더듬어 보니 그때 누구에게 어떤 일 때문에 받았던 기억이 생각날 때가 많았다. 때로는 기쁜 마음으로 받았지만 정말 내가 쓰기도 적절하지 않거나 내가 어떤 생각과 가치관과 전혀 다른 선물도 받을 때도 있었고, 어떤 것은 너무도 소중한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전해준 선물처럼 아직까지도 쓰지 못하고 마치 전공서적처럼 책장에 잘 모셔진 선물도 놓여 있었다.

젠가 내가 누군가에게 묵주를 선물한 적이 있었다. 그 선물을 받고 고마워 했던 그 친구는 다음에 나를 만나더니 너무도 미안한 표정으로 나에게 상황을 설명하며 그 묵주를 다른 분에게 주었다고 나에게 계속 미안한 마음을 얘기해준 적이 있었다. 오히려 그런 이야기를 듣는 내가 더욱 미안해질 뿐이었다. 선물은 무엇을 바라고 주는 의무방어전 같은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내 손을 떠난 그 선물은 이미 그 친구의 것이고 그리고 그 친구의 판단에 더 필요한 곳에 갔다면 오히려 내가 더 감사해야할 일이었는데 미안하다고 하니 더욱 미안했을 뿐이다.

돌이켜 생각하면 살아오면서 너무도 부족한 내 자신은 누군가에게 무엇을 주는 것보다 받는 것이 많았다. 이야기는 할 수 없어도 부족하고 나쁜 성격에 제대로 표현도 못하지만 그래도 마음으로 그 고마움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도 참 스스로 힘들고 답답할 때가 많았다. 선물은 사람들이 사람을 어떻게 관계 맺어야 할지 서먹할 때 유용한 것이 되기도 하지만 너무도 편하고 가까울 때는 오히려 그것이 짐처럼 부담으로 다가와서 나를 짓눌러도 의식하지 못하는 것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왜 세상의 가장 큰 선물은 자기 자신이 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사람이 가장 큰 선물이 되어줄 수 있는 의미는 알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가장 힘든 문제가 되어버린다.


구도 내가 너를 위해 선물을 준비하며 이런 아픔과 상처가 있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건 주는 선물의 의미가 너무 퇴색해버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과 두려움 때문이다. 그러나 선물 그 자체를 보면 우리는 그 안에 어떤 상처와 아픔의 결과가 서려 있는지 조금씩 짐작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비록 내 맘에 들지 않는 상처난 작은 구슬의 마음도 살펴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나에게 선물을 주면서 이런 상처난 선물을 줄 수 있느냐고 화내는 누군가는 결국 선물을 주는 사람의 상처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결국 아끼지 않을 것이다.

이미 상처나 아픈 사람들도 자신이 누군가에게 좋은 선물이 되기 위해 상처를 감추고 화려한 포장으로 치장하려고 한다. 그리고 점점 그 상처는 숨어들어간다. 처음엔 그냥 치료할 수 있는 외상이지만 어느새 그 상처는 깊은 내상이 되어 온몸에 아픔을 흐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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