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 if Google were right and the real issue is closed versus open,
it’s worthwhile to remember that open systems don’t always win"
만약 구글이 말하는대로 진짜 문제가 '개방' vs '폐쇄'라고 해도,
개방형 시스템이 언제나 승리하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해두는 것이 나을 것이다.
Former Apple CEO Late Steve Jobs: See, we're better than you, Google
구글은 이에 대해 공식적인 답변은 하지 않았지만 안드로이드 개발 책임자 중 하나인 앤드 루빈 (Andy Rubin)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소위 공대생스러운 (혹은 Geeky 한) 대답으로 대신하였다.
the definition of open: "mkdir android ; cd android ; repo init -u git://android.git.kernel.org/platform/manifest.git ; repo sync ; make
from Andy Rubin's Tweet
앤디 루빈의 트위터는 2013년 2월 현재 12개밖에 없기 때문에 원문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개방성을 이야기하기 전에 스티브 잡스의 언급은 공감한다. 개방성 - 폐쇄성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가장 잘못된 논의의 시작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바로 - 누가 승리하느냐? 라는 질문이다. 그 승리라는 말에는 여러가지 무언의 가정이 들어간다. - 누가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것인가? 조금 나아가면 - 어떤 개념이 기술적으로 유리한가? 등 대부분 대립되는 구조에서 누가 승리할 것인가에 대해서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개방성 시스템의 대명사로 안드로이드, 폐쇄성 시스템의 대명사로 애플을 언급한다. 사실 애플이 폐쇄적인가에 대해서 먼저 논의해야할 것이다. 그러나 확실한 한가지는 안드로이드보다는 폐쇄적이라 해도 별로 틀리지 않다는 전제로 시작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두번째는 스티브 잡스가 언급한 승리(win)에 정의이다. 누구나 알지만 기술의 우수성이 항상 시장을 지배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시장의 점유가 승리라고 정의할 수 있을지 몰라도 더 중요한 것은 우수한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삶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술이어야 궁극적 인간을 위한 기술이라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스티브 잡스가 이야기했던 win 의 의미가 무엇인지가 더 궁금하다.
기술만 남기고 떠난 불운한 과학자 이야기
아마도 아인슈타인이나 에디슨만큼 이름이 널리 알려진 과학자이지만 "그게 사람이름이었어?" 하는 반응을 보이는 존재가 있다. 바로 루돌프 디젤(Rudolf Diesel)이다. 흔히 디젤 엔진 혹은 경유 엔진을 발명한 독일의 과학자이다. (대부분은 기술자로 이야기하지만 개인적으로 그는 열역학과 기계공학을 이해하는 과학자라고 부르는 것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그는 점화 플러그가 없이 연료의 압축만으로도 자체 점화가 가능하도록 하여 기계적 에너지가 열 에너지로 변환될 수 있는 사실상 현대에 이르기까지 혁신적인 기술을 만들어낸 사람이다. 디젤은 초반에 투자자를 위해 특허를 획득하고 이를 통해 투자자와 자신 스스로도 막대한 부를 누릴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술은 공개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디젤의 기술과 원리를 알리려 했다. 그러나 영국으로 가는 배에서 익사한 것으로 의문의 죽음을 맞이하였다.그의 철학은 두가지였다. 기술은 독점되지 (monopolistic; exclusive) 않아야 하며 공개되어 (open to the public) 누구나 디젤엔진을 만들어야 한다가 그 첫번째였고, 두번째는 독점된 기술은 공익을 위해 움직이지 않고 독점을 가진 이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게 된다는 것이다.
개방성의 시작을 불운했지만 동력 기관의 큰 업적을 남겼던 루돌프 디젤의 철학으로 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현대의 IT 기술은 디젤 엔진처럼 눈에 잘 보이지도 않고 현실적이지 않아서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해서 명확하게 가늠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제 모바일이라는 휴대하며 항상 정보를 얻고 정보를 저장하고 정보를 가공하는 단말기와 함께 지내게 되고 그 모바일이 움직일 수 있는 실제 공간으로 인터넷 공간이 우리의 삶에 아주 가깝게 다가와 있다. 그러나 사용자 입장에서 개방성이 우리에게 어떤 이익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무척이나 어렵고 반대로 폐쇄성이 오히려 사용자에게 유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모른다. 그러나 개발자나 정보 시스템에 어느정도 학문적, 실용적 참여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진지하게 생각해야 하는 문제이다. 적절한 비유일지 몰라도 이런 분야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으로 개방 - 폐쇄 둘 중 어떤 쪽을 선택하느냐, 혹은 어떤 비율로 적절하게 선택하느냐는 거의 종교의 영역과 다름이 없다. 쉽게 말해 현실적으로 이는 신념의 문제가 되어버린다. - 종교의 문제와 별로 다르지 않다는 이야기다.
개방 - 폐쇄 선택의 게임이론
개방 - 폐쇄 어떤 선택을 하든 그것은 개인의 신념과 믿음의 문제로 귀결된다는 점을 먼저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 개방성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폐쇄성이 가지는 장점이나 미래에 대세가 될 것이다라는 폐쇄성에 대한 믿음을 가진 사람들을 억지로 설득시키고 싶지 않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어서이다. (그리고 그것은 끝없는 논쟁의 시작일 뿐이다.) 그러나 개방성이든 폐쇄성이든 어떤 것을 선택하든 이를 선택하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로 나누어지게 된다는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개방성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크게 두가지의 이유로 나누어진다.
> 개방성을 선택 - 미래의 시장에서 개방성이 경쟁력을 가진다. 즉, 개방성을 통해 개발된 시스템 (시스템에 대한 정의는 조금 있다가...) 미래의 시장에서 우위를 가질 것이다.
> 개방성을 선택 - 개방성이 가지는 공공성 및 사람들에게 더욱 더 유리한 방향으로 개발이 될 것이다. 즉, 자본의 흐름과 관계없이 개방성을 통해 만들어진 시스템이 사용자에게 필요한 것이다.
반면 폐쇄성을 가지는 사람들도 비슷한 위의 두가지 이유를 가지고 선택하는 것이다. 즉, ① 미래 시장에서 전략적으로 유리한 입장과 ② 자본의 흐름과 별개로 사용자가 실제 사용하는데 편리한 시스템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전자의 입장이 도덕적으로 나쁘다라고 이야기할 수 없을 것이다. 어짜피 자본이 한계가 되지 않아야 (자본에서 자유로울 정도로 돈이 많아야) 창의성도 증가할 것이라고 개인적으로 믿기 때문에 자본에 대한 욕망이 나쁘다고 이야기할 수 없다. 도덕적, 윤리적 관점은 모두 버리고 첫번째는 개방성이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좋은 전략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반면 시장에서 개방성이 유리할 것이라 생각한 선택은 폐쇄성이 가지는 유리한 기술에 대한 독점권을 포기해야하기 때문에 기술료를 통한 이윤 추구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독점 기술을 포기하고도 다양한 방식으로 이윤을 증대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개방성 - 공공의 이윤 , 폐쇄성 - 기업의 이윤 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개방성도 기업의 이윤을 증대시키기 위한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인터넷 IT 기술과 같이 그 기술이 빠르게 전파되는 경우에는 오히려 폐쇄성을 강조해 자신만의 기술을 강조하여 사용자를 모으기 보다는 개방성을 통해서 사용자들이 좀 더 빠르게 접할 수 있고 다양한 개발자들이 널리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인터넷은 기술의 우수성보다 사용자의 대중성이 더 중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고 해도 사용자가 많지 않으면 쉽게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대학교에 자신들의 소프트웨어를 무료 혹은 저렴한 가격으로 보급하고 교육시킨다. 대학교때 익숙했던 툴이나 기술은 그대로 사회에 나가서 많은 사용자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개방성에 이은 차별화 전략도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리눅스는 초기부터 개방성과 오픈 소스를 강조하며 성장해왔고 보안 및 기능의 발전은 오픈 소스의 힘으로 많이 보강되며 이제는 엔터프라이즈 급의 서버 운영에도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개방성을 통해서 성장해온 리눅스는 다양한 라인업 line-up 을 통해서 엔터프라이즈 급 서버로 RedHat Enterprise Linux (RHEL) 를 판매한다. 물론 CentOS 나 다른 리눅스 OS 를 사용해도 가능하지만 신뢰성과 전문지원을 마켓팅으로 차별화된 판매 전략도 가능하게 된다. 따라서 개방성은 자본을 포기하고 무조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란 시각도 조금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개방성 - 보안성
개방성을 이야기할 때 가장 잘못 이해되는 부분이 바로 개방성의 대상에 대한 내용이다. 개방성을 이야기하면 사용자의 데이터와 같은 개인데이터도 개방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다. 앞서 언급한 시스템에 대한 정의가 필요할 것 같다. 시스템은 우리가 어떤 작업을 하는데 있어서 필요한 (단지 IT 분야가 아니라도 일반적으로) 체계와 운영 방식(규칙, 법규 등)에 대한 약속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자동차를 움직이고 멈추는데 가속패달과 브레이크패달을 통해 운영한다는 것은 꼭 그렇게 할 필연성은 없어도 약속을 통해 만든 규칙이고 우리는 자동차 시스템을 받아들이는 순간 해당 시스템의 규칙을 받아들이고 사용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인터넷도 우리가 특별히 URL이란 주소 시스템을 통해 우리가 원하는 인터넷을 검색하고 탐색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시스템은 몇가지 요소로 구별할 수 있을 것이다.1. 운영 체제: 일반 노트북부터 구글의 대규모 서버도 모두 운영 체제를 가진다. 해당 운영 체제는 우리가 잘아는 윈도우일수도 있고 리눅스일수 있고 무엇이 되어도 상관없다. 다만 사용자들이 원하는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돌아가는 가장 기본적인 운영에 필요한 시스템이다. 넓은 의미에서 데이터베이스 시스템도 이에 포함시켜도 무난할 것 같다.
2. 플랫폼: 일반 사용자들이 작업하고 원하는 작업 (검색, 게임, 블로그 등) 을 할 수 있도록 기능을 부여하고 사용자의 데이터를 저장하고 가공하는 등의 기능을 부여하고 사용자들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제공한다. 아주 간단한 예로 워드프레스와 같은 블로그 같은 것은 운영 체제와 상관없이 설치되어 사용자들이 쉽게 블로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3. 데이터: 데이터는 실제 작업의 생산물이다. 예전에는 로컬 컴퓨터에 저장하였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클라우드라는 개념으로 사용자의 데이터, 사용자 정의 설정값 등 사용자 별 가지는 데이터도 시스템을 구성하는 하나의 중요한 요소로 생각해야 한다. 바로 저장 (스토리지; storage) 시스템이다.
이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하드웨어 요소가 필요하지만 소프트웨어 요소만 고려해본다. 이렇게 크게 보아 세가지의 영역으로 나누었을 때 개방성의 대상은 마지막 데이터가 아닌 첫번째와 두번째가 될 것이다. 그리고 운영 체제나 플랫폼도 개발, 운영, 보안 등 다양한 영역으로 나누어질 수 있지만 크게 개발과 운영의 부분이 개방성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을 것이다. 따라서 개방성을 이야기할 때 사용자 데이터까지 개방한다는 주장은 논외 대상이 되어야 한다. 이제부터 이야기하는 주 대상은 운영 체제보다는 플랫폼에 대한 이야기고 별도의 언급이 없다면 플랫폼의 개방성에 대한 부분이 될 것이다.
반대로 폐쇄성이 보안성의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것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모바일 시장의 대립을 이야기하며 애플의 iOS 가 안드로이드에 비해 악성 코드가 적다는 이유로 애플의 폐쇄성이 보안에서 더 장점을 보인다는 주장은 한편 설득력이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세상에서 가장 개방성이 높은 운영 체제는 윈도우 windows 시스템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반대로 리눅스는 윈도우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바이러스와 악성코드로 시달려야 할 것이다. 본 내용과 별도의 이야기지만 보안의 문제는 시스템의 취약점 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사용 환경, 사용자의 사용 수준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보안을 단순히 통계의 합으로 어떤 시스템이 보안이 좋다 나쁘다보다는 사용자의 관리 수준에 따른 통계가 필요할 것 같다. 즉, 보안은 취약한 관리 수준을 가진 일반 사용자를 제거한 상태에서 살펴보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본다.
인터넷 공간의 개방성
그렇다면 인터넷 공간의 개방성, 개발자 및 연구자의 입장이 아니라 사용자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예를 들어 어떤 사용자가 메일을 사용할 수 있는 웹 서비스를 사용한다고 할 때 일반 사용자가 자신이 사용하는 메일 서비스가 HTML5 로 만들었든, flash 를 이용해 만들었든, 상관없이 빠르고 자신이 원하는 기능만 잘 구현해주면 소위 장땡이다. 따라서 개발자들에게는 자신의 철학이 있고, 개발 언어에 대한 선호도 때문에 특정 기술을 사용해 웹 서비스를 만들 수 있지만 결국 그런 개발 환경의 선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용자에게 매력적인 웹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더 관건이다. 아무리 자신이 Perl 을 잘 쓰고 장점을 잘 살릴 수 있다고 해도 해당 웹 서비스가 장점을 가질 수 없다면 과감하게 다른 언어를 통해 구현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냉정하게 말해 개발자의 개발 환경은 신념에 가까울 수 있지만 이런 신념도 사용자를 위해 과감하게 바꾸는 것이 현명할지 모른다.
교리가 '개떡'같아도 교인이 수천만에 이르는 종교가 있는가 반면, 교리는 완벽해 보여도 별로 흥하지 않는 종교가 있는 것도 이와 비슷한 현상일지 모른다. 그래서 기술의 우수성은 개발자의 시각과 사용자의 시각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기술에 대한 평가조차도 개발자들에 따라 다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현실적 표현은 우수한 기술이 대중적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대중적 제품이 우수한 기술이 아닐까?
그런데 인터넷이란 공간은 바로 이 개방성의 가장 큰 혜택을 본 공간이다. 인터넷의 첫 시작은 즉, www 은 유럽원자핵연구소(CERN) 내부에서 통신하던 여러가지 TCP/IP 기반의 통신 기술 중 이미지와 텍스트를 한꺼번에 보내고 싶은 의도에서 만들어졌고 이를 통해서 HTML 이라는 규격을 만들었고 이를 발전시켜 우리의 모든 웹 서비스는 아주 간단한 웹 페이지부터 시작해 아주 복잡한 금융시스템이든 이 기본적인 표준을 따르게 되어 있다. 그리고 그 표준을 통해 볼 수 있는 웹 브라우저를 통해서 아주 간단하고 쉽게 접속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만약 표준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 우리가 인터넷을 한다고 한다면 무척이나 혼란스러울 것이다. 어떤 사이트에 들어가냐에 따라서 별도의 브라우저를 사용해야 하기도 하고 때로는 해당 웹 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특정 서버(하드웨어)를 사용하거나 특정 운영 체제를 사용해야 하는 일이 발생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우리가 누리는 많은 인터넷 기술과 서비스들은 표준 standards 이라는 중요한 약속에 의해서 크게 발전해왔다는 점이다. 표준이 우수한 기술이라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표준을 기반으로 해서 플랫폼의 개발 속도도 빨라진 점은 인정해야 할 부분이다.
극단적으로 인터넷에 관련된 기술들이 폐쇄성을 기반으로 특허 전쟁으로 지속되어 왔다면 사용자는 동일한 기능을 제공하는 플랫폼 중에서 선택을 해야하고 만약 해당 기술이 쇠퇴하거나 망하게 된다면 사용자들은 다른 플랫폼을 찾아 떠나야 할 것이다. 춘추전국 시대의 혼란과 대립이 분명 인간의 철학과 사상을 발전시키기는 했지만 그만큼 현실 세계에서 백성들은 혼란과 선택의 연속에서 갈팡질팡 했던 것도 기억해야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어떤 새로운 기술이 사용자에게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춘추전국시대와 같은 초기 기술 전쟁은 필요할 것이다. 그렇지만 춘추전국 시대의 통일 이후 힘써야 하는 것은 규격과 표준의 정립이다. 역시나 규격과 표준이 항상 우수한 기술이라는 착각은 버려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규격과 표준은 공통의 플랫폼을 제공해서 개발해야 하는 범위를 줄일 수 있다는 점, 그렇게 사용자에게 정말 필요한 기술에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그런 기술의 표준성과 개발의 개방성을 강조하는 IT 기업의 예는 구글이 될 것이다. 구글이 가지는 개방성의 철학은 단순히 안드로이드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몇개의 문서를 통해서 살펴보면 좀 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방(Open)의 의미 - 국문
Think Quarterly - Open Issue "The Future is Open" - 영문
특히 두번째 Think Quarterly 의 Open Issue 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개방성에 대한 의미와 철학, 그리고 단순히 기업의 운영 철학으로도 이윤을 버리는 바보같은 짓이 되지 않을 수 있음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폐쇄성은 경쟁력이 될 수 있는가?
그리고 그런 전략은 여전히 유효하고 매니아 층을 만들었다. 애석하게도 개인적으로 그 매니아에 절대 들어갈 수 없는 성격이어서 과감하게 애플의 제품을 버릴 수 밖에 없었다. 가장 큰 이유는 [AndroidOS over iOS 데이터 관리를 중심으로] 을 통해서 전했었는데 당시 작성한 시기가 2011년 8월이었다. 그런데 여전히 iOS 는 여전히 동일한 환경과 플랫폼으로 개인적으로 원하는 기능을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참 신기한 일이다. 동시에 여전히 충분히 많은 매니아 층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역설적으로 스티브 잡스가 이야기했던 안드로이드의 파편화 (하드웨어 제조사에 따른 안드로이드의 변형) 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하드웨어 제조사의 입장에서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는 안드로이드를 다수 선택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안드로이드의 시장 점유율은 증가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이런 현상에 대해서도 별로 좋은 시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스티브 잡스가 지적한 운영 체제의 파편화와 더불어 제조사가 강제로 끼워넣는 빌트인 built-in 앱에 대해서도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어떤 플랫폼이 개방적인가 아닌가를 판단하는 기준도 참 어렵다. 겉으로는 오픈 시스템, 오픈... 등의 이름으로 명명(naming)하지만 실제로는 폐쇄적인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방성을 판단하는 아주 간단한 기준을 앞서 제시한 개방(Open)의 의미 에서 힌트를 얻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개방성(Openness)은 사용자 데이터의 손실없이 언제든 플랫폼을 떠날 수 있음을 뜻한다.
처음에 개방성에 대해서 생각할 때는 개발자가 어떻게 만드는가에 따라 결정된다고 생각했지만 조금은 살펴보면 개발자의 개발 방향은 결국 웹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의 철학과 정책에 따라 정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처음 개방성에 대한 좌절(?)을 느낀 것은 모 포탈 서비스의 블로그 내용을 카피하거나 블럭 지정도 하지 못하게 하게 JavaScript 를 실행하지 못하도록 만든 블로그의 옵션과 그 옵션을 통해서 자신의 블로그 내용이 보호될 것이라고 믿는 많은 사용자 때문에 유용한 정보를 저장하는 것조차 어려울 때였다. 아주 간단하게 맛집의 전화번호 하나 저장하려고 블럭 지정도 안되니 직접 보고 옮겨 적는 것이 최선이었다. 물론 이렇게 막는다고 복사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즉, 공유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블로그의 정책을 보면서 역설적으로 개방성의 중요성을 느끼게 되었지만 이는 아주 사소한 부분이었다.
개방성에서 더 중요한 것은 바로 데이터의 손실없이 플랫폼을 떠날 수 있다는 철학이다. 만약 내가 A라는 블로그 서비스를 사용하다가 서비스 내용이나 개인의 동의 없이 제공되는 광고 컨텐츠가 마음에 안들어 떠날려고 하는데 제대로 백업 서비스도 제공해주지 않고 표준 데이터를 사용하지 않아서 A블로그이외 다른 블로그 서비스에 올릴 수 없다고 한다면 이는 심각한 폐쇄성의 예가 될 것이다. 사용자는 자신이 축적해온 블로그 내용때문이라도 쉽게 서비스를 변경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탈할려는 사용자 하나는 다시 확보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서비스에 대한 신뢰는 떠나기 쉬울 것이다. 바로 개방성의 장점은 바로 서비스에 진입할 때의 문제가 아니라 서비스를 언제든 떠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표준이 필요하다.
이런 개방성의 개념은 꼭 웹 서비스뿐만 아니라 제품의 영역에도 확인해 볼 수 있다. 아이폰을 쓰던 사용자는 쉽게 다른 스마트폰으로 넘어오기 쉽지 않다. 가장 큰 이유는 애플이 제공하는 매력적인(?) 서비스를 놓치기 싫은 사람들도 많다는 것이다. 애플 기기 안에서 데이터 공유가 편리한 iCloud 는 가장 대표적일 것이다. 또한 앱스토어에서 구매한 다양한 iOS 기반 앱들도 이탈하기에 아까운 대상들이다. 예를 들어 안드로이드로 넘어오는 순간 앱스토어의 앱들은 무용지물이 되고, 아이클라우드는 무척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리고 구매했던 다양한 미디어 등도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상업 자본의 큰 틀에서 보았을 때 이탈을 막는 여러가지 매력적 요소를 갖춘 애플은 성공한 비즈니스 모델일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페이스북도 이런 의미에서 개방성보다는 폐쇄성을 전략으로 둔 웹 서비스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국내의 포탈 서비스, 그리고 다양한 웹 서비스를 이 기준에 맞춰 생각해보면 국내 웹 서비스가 개방성과 폐쇄성의 전략에서 어떤 쪽을 선택했는지는 쉽게 답이 나올 것 같다. 에버노트나 스크랩 툴을 사용하다 보면 가장 큰 문제점이 국내 포탈 서비스가 제공하는 블로그에서는 제대로 스크랩이 안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공유를 하려고 해도 자유롭지 못하다. 단순히 스크랩의 문제는 제외해도 언제든 떠날 수 있도록 표준과 규격을 지키며 서비스를 하는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RSS 표준일 것이다. 또한 검색 엔진의 검색 결과에서도 큰 차이를 보여준다. 이에 대해서는 더이상 언급을 하지 않고 다른 분야에서의 표준과 개방성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겠다.
의료 정보 시스템과 개방성
HL7의 기본적인 철학은 환자의 개인정보 데이터는 보호되면서 이를 임상 데이터로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방법, 진료, 치료받는 병원에 관계없이 (마치 운영 체제에 관계없이) 환자가 지속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던 것이다. 따라서 데이터 data 는 교환 exchange 될 수 있으면서도 작업 operation 은 데이터의 손실없이 플랫폼을 이동할 수 있는 상호운영성 interoperability 을 제공하는 것이다. 아주 간단하게 환자가 어느 병원을 가든, 표준을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면 예전에 받았던 치료 내용과 의료 기록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고 환자의 개인 정보를 제거한 상태라면 해당 질환에 대한 표준을 통해 얻어진 데이터는 전국 단위에서 분석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즉, 임상 진료를 보는 의사들에게도, 기초 의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도 필요한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만약 병원이 자체 시스템을 사용하고 환자의 전자의무기록 eMR; electronic Medical Record 이 내부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면 다른 병원에 가서는 새로 입력을 하거나 별도의 변환 시스템을 통해서 변환해야 할 것이다. 이때 호환이 안되거나 변환이 불가능한 데이터가 있다면 상호운영성은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또한 오랜동안 표준이 연구되어 왔기 때문에 병원은 해당 표준을 기본으로 자신들이 필요한 내용이 있다면 HL7 에서 제공하는 Append-able Field 를 이용해서 충분히 확장성도 제공해준다. 그래서 표준은 나름의 확장성도 제공해줘야 한다. 이는 표준이 항상 최선이 아니라는 철학에서 제공되어야 하는 유연성이 될 것이다.
이렇게 축적된 데이터의 유용성은 몇가지 예로 살펴 볼 수 있다. 환자의 증상 symptom 과 병소focus, lesion 의 상관관계를 찾는데 유용하고 기존 환자 치료의 결과와 예후 등을 추적하기 좋은 데이터가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여기에서 찾을 수 있는 표준의 가장 큰 장점은 물리적으로 분리된 기관들에서도 전체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별도의 가공이 필요없이 바로 사용가능한 좋은 원 데이터(raw data)를 제공해준다는 것이다. 이 표준을 기반으로 자신이 원하는 생리학적 모델이나 약리학적 모델을 만든다면 자신이 원하는 분석된 데이터도 빠르게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단순히 표준과 개방성은 좀더 넓은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제공해준다. 여러차례 소개했던 Google Flu Trends 를 보면 단순히 인터넷 사용자들의 검색 결과를 통해서도 얼마나 의미있는 분석이 가능한지 보여준다. 마찬가지로 임상 데이터의 적절한 활용은 우리에게 좀 더 넓은 시각에서 의학을 발전시킬 수 있는 도구를 제시해준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의료정보에도 개방성과 공유의 개념은 적절하게 활용되어야 한다.
의료정보 시스템에서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개인정보에 대한 민감성일 것이다. 표준을 기반으로 한 개방성은 이런 민감한 개인정보에 대한 적절한 방법을 제시해준다. 만약 병원 자체로 만든 시스템을 사용한다면 병원 환자의 데이터의 관리는 병원 자체의 문제가 될 것이다. 그러나 표준에서 어떤 데이터가 개인정보이고 어떤 정보는 임상 데이터를 위해 공개되어고 괜찮은지에 대한 정책이 제시된다면 훨씬 효과적으로 그 정책이 적용되고 개인정보도 보호가 더 쉬울 것이다. 예를 들어 각자의 병원 시스템을 사용하는데 정부에서 정부 정책의 변화로 환자 데이터중 몇개의 데이터는 공개해서는 안된다고 한다면 정부가 할 수 있는 방법은 각각의 병원에 해당 데이터가 제대로 보호되는지 감시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러나 표준을 따르게 된다면 표준 내용에서 해당 데이터 필드만 공개되지 않도록 변경하면 효과적이다. 또한 개방성에는 항상 투명성이 동반되어야 한다. 개방성과 투명성은 개인정보에 대한 보호에도 폐쇄성의 전략보다 더 안전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개방성이 꿈꾸는 세상은...
의료 정보 시스템에서 표준을 사용하면 얻을 수 있는 많은 장점도 있지만 물론 단점도 있다. 가장 큰 단점은 개방성은 생각보다 집중과 선택이 어렵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개발의 속도는 폐쇄성을 기반으로 한 개발보다 훨씬 더딜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일반 사용자들 (의료 시스템의 경우에 실제 사용하는 의료인들도 포함해서) 에게 표준이 가지는 현실적이고 바로 보이는 이득보다는 표준을 따라야 하는 불편함이 먼저 할때가 많다. 그래서 개방성은 표준이라는 문제와 함께 기업의 입장에서는 이윤 창출에 있어 플러스 요인이기 보다는 마이너스 요인으로 보이기 쉽다.그래서 아무리 개방성과 오픈 소스의 혜택을 가장 많이 본 것 같은 대학생들과 개발자들이 창업을 하며 인터넷 기반 회사를 차리면 언제 그랬냐는 듯 폐쇄성의 전략을 세우는 것을 많이 목격하게 된다. 그래서 개방성보다는 폐쇄성을 강조하며 사용자들을 끌어드리는 마켓팅 전략과 이탈하지 못하는 올가미를 만든다. 폐쇄성이 공공의 이익과 사용자의 입장에서 서비스를 제대로 한다면 나름대로 인터넷의 좋은 표준으로 자리잡을 수 있지만 어느 순간 그 폐쇄성은 독단의 늪에 빠져 기업의 이윤을 위해 사용자들을 좋은 광고 몹 mob 으로 여기며 광고주들의 광고를 노출시켜 기업의 이윤을 증가시키는 전략으로 변화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탈하지 못하는 올가미를 이중삼중으로 만들어 사용자의 데이터를 볼모로 서비스를 유지한다. 그것이 폐쇄성의 전략이라면 과감하게 버려도 될 것이라고 믿는다.
단순히 개방성은 인터넷의 문제가 아님을 의료 정보 시스템을 통해서 이해할 수 있도록 예를 들었지만 인터넷에 퍼져있는 데이터중에서 의미가 없거나 비정형의 데이터가 얼마나 많은지를 보면 얼마나 많은 데이터가 온라인의 서버에 저장만 되어 있는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별 것 아닌 모든 행동들과 작업들도 사실은 아주 단순하게 개방성과 폐쇄성 중 어떤 철학을 가지느냐에 따라서 작업의 방향은 크게 달라진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연구개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제약회사가 하나의 약을 만드는데 폐쇄적으로 만들어 자신이 실험한 데이터를 자신만이 가지고 이를 이용해서 약을 만들어 특허를 통해 몇년동안 치료제를 만드는 것이 기업의 이윤을 위해서 현명한 선택이라고 해도 환자의 입장에서는 궁극적으로 좋은 것인지는 한번 심각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병원이 임상 데이터와 치료 데이터를 표준을 통해서 공유하고 이를 통해 제약회사들이 독자적이고 폐쇄적으로 실행했던 수많은 실험들 (사실 이런 실험들은 단편적 시각에서 실시했을 가능성이 높다) 을 서로 공유하고 좀더 넓은 시각을 통해 신약을 개발할 수 있다면 현재의 개발 기간 뿐만 아니라 약의 효능, 약의 제한 범위 등 환자의 실질적 치료를 위한 약을 만들어 낼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가장 폐쇄적이라고 생각했던 산업 분야가 개방성을 가진다면 우리의 기술은 좀더 인간을 위한 기술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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