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링컨 (2012; Lincoln) 은 잘 알려진 역사적 인물이 13번째 수정헌법을 통과하기 위해서 그와 그의 내각 사람들이 펼친 정치력의 이야기를 그려낸 영화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 영화를 이렇게 표현한다.
Film
of Daniel Day-Lewis
by Daniel Day-Lewis
for Daniel Day-Lewis
너무도 잘 알려진 링컨의 모습, 그리고 잘 알 수는 없지만 링컨의 내면과 링컨 특유의 비유를 통한 설득의 화법, 그리고 이루어야 하는 일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진행하는 그의 추진력을 다니엘 데이-루이스는 너무도 잘 보여주었다. 영화가 끝나고 주변 인물들, 예를 들어 링컨의 부인 메리 토드 링컨 (Mary Todd Lincoln), 공화당이 수정헌법을 통과시킬 수 있도록 주도적인 역활을 했던 [ Thaddeus Stevens ] 의원 (Tommy Lee Jones 분) 그외 국무장관 [ William Seward ] (David Strathairn 분) 등 익숙한 얼굴들이 나왔지만, 해당 인물을 찾아보면 그 인물의 생김새 뿐만 아니라 그들의 삶과 이야기들은 그 짧은 영화 안에서 잘 표현된 것 같은 전율을 느끼게 되었다. 그러다 오래 전부터 궁금하던 내용을 찾아보게 되었다. 영화나 미국 드라마의 엔딩 크레딧을 보면 캐스팅 (casting) 에 관련된 사람들은 이름 뒤에 C.S.A. 라고 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M.D. 나 Ph.D. 같은 학위도 아닌데 무엇일까 하는 궁금중에 찾아보니 C.S.A. 는 The Casting Society of America 이란 단체로 영화, TV 드라마 뿐만 아니라 뮤지컬까지 대사가 나오는 모든 영상물에 출연하는 모든 배우들 중 가장 적합하고 내용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배우를 캐스팅하고 찾아내는 역할을 하는 단체라고 한다. 우리나라 연애기획사의 길거리 캐스팅이나 엑스트라 배우들을 소개해주는 에이전트 역할을 하는 단체가 아니라, 캐스팅 디렉터 (casting director) 들의 단체이다.
[ The Casting Society of America ] 의 홈페이지에 보면 그들은 Casting Agent 와 Casting Director 를 구별하기를 바라며 둘의 차이점을 정확히 이야기해준다. 결론적으로 그들은 대사가 존재하는 영화, 드라마, 뮤지컬 공연 등에 그들의 관찰력과 직관력 그리고 경험을 통해서 어떤 배우가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인지를 도와주는 직업이다. 그리고 그들의 캐스팅이 돋보이는 영화들을 선정해 상을 주기도 한다.
링컨은 영화 내용적 측면에서도 많은 고민을 주었지만, 캐스팅이 영화에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는 영화이기도 했다. 그렇게 잘 캐스팅된 영화는 아무리 사소해 보이는 작은 역할의 배우들조차도 너무도 돋보이며 순간 장면의 주인공으로 보일 정도였다. 그렇기 때문에 잘 알려진 위인 링컨을 이야기하지만 그 역사의 순간에도 아무리 링컨이 위대해도 링컨 혼자 이루어낼 수 있는 역사는 없다는 것을 너무도 잘 보여주었다. 영화의 여운은 다니엘 데이-루이스의 링컨도 기억에 남았지만, 각자 배우들이 소화해 낸 역사적 인물들 그리고 역사의 숨겨진 이야기같은 작은 역할의 배우들조차도 잔잔히 기억에 남는 것 같다.
그중 공화당의 Thaddeus Stevens 이 미하원의회 (U.S. House of Representatives) 에서 연설한 대사는 감동적 서사 (a narrative) 는 한 인물의 영웅적 서사보다 역사를 이루워 내기 위한 많은 구성원들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가는 집합적 서사가 더욱 더 크게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I don't hold with equality in all things, just equality before the law, nothing more
- Thaddeus Stevens, Lincoln (2012)
스티븐스는 모든 인종, 인간의 평등을 가치관으로 굳게 믿던 인물이다. 그리고 그점을 이용하기 위해 반대파 민주당원은 스티븐스가 의회 연설에서 백인과 흑인이 평등한지에 대한 질문을 하게 된다. 그의 불같은 성격이 걱정되었던 많은 수정헌법 지지자들은 그의 연설 안에서 그의 불같은 성격을 참아달라고 당부한다. 이유는 모든 의회 구성원이 백인인 의회에서 그의 가치관을 적극적으로 이야기한다면 그렇지 않아도 수정헌법 통과에 필요한 모자른 20표는 커녕 공화당원 안에서의 내분까지 만들 수 있다고 걱정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역시나 민주당원 우드 의원의 "백인과 흑인이 평등하다고 생각하냐?" 라는 질문에 스티븐스는 대답한 것이었다.
"나는 모든 것에 대한 평등을 지지하지 않는다. 단지 법안의 평등을 지지한다. 그뿐이다."
그의 가치관도 지키고 의회의원들의 지지를 이탈 시키지 않게 만든 이 짧고 굵은 말은 어떤 선택을 해도 함정에 빠질 것 같은 상황에서도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는 현명한 모습을 보게 된다. 신약성경 마르코복음 12장 13절을 떠올리게 한다. 링컨을 기대하고 보기 시작했지만 기억에 남는, 그리고 더 찾아보게 되는 인물은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영화의 주연, 조연으로 구분되어 그 구분에 의한 역할의 비중이 강조되는 것이 아니라 균형잡힌 배우들의 비중과 인상 (impression) 이 어쩌면 캐스팅 디렉터의 작업이 중요할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스티븐스에 대한 관심으로 찾아보다 그의 묘비에 적은 그의 글을 보면 그가 노예해방과 인권에 대한 가치관을 잘 살펴볼 수 있었다.
"I repose in this quiet and secluded spot, not from any natural preference for solitude, but finding other cemeteries limited as to race, by charter rules, I have chosen this that I might illustrate in my death the principles which I advocated through a long life, equality of man before his Creator."
- Thaddeus Stevens (1792 ~ 1868)
나는 여기 조용하고 한적한 이곳에 누워있다. 어떤 고독의 자연스러운 선호함때문이 아니라, 인종에 따라 선택되어 구별되는 공동묘지를 찾기보다는, 평생을 지켜오던 원칙을 내 죽음으로 표현할 수 있는 이곳을 선택하게 되었다. 모든 이들은 창조주 앞에 모두 평등하다는 사실을 위해.
- Thaddeus Stevens (1792~1868)
[참고] secluded 와 solitude 는 문학적 어울림을 위해 선택되었다. (참 멋지다... ) 그리고 any natural ... other cemeteries 로 자연적 감정과 인위적 묘지에 대한 대비... 그리고 그의 문장 하나하나 참 간직하고 싶은 내용이다. 또한 그는 당시 인종에 상관없이 묻힐 수 있었던 Shreiner-Concord Cemetery 을 선택하였기 때문에 죽음마저도 자신의 신념을 표현했던 것이다.
서사에 대한 소박함 그리고 그 웅대함
서사는 항상 가슴 뭉클하고 큰 규모를 상상하게 된다. 그러나 링컨은 소박한 일상같은 인물들이 하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움직이는 그 소박한 서사가 잘 그려진 영화였다. 그리고 그 소박한 일상의 서사가 만들어낸 웅대한 역사는 우리에게 뭉클한 서사로 다가오게 된다. 미국 헐리우드 영화가 상업적 영화의 대명사처럼 불리우지만, 링컨을 포함하여 상당히 최근의 이야기였던 벤 애플렉 (Ben Affleck) 의 아르고 (Argo; 2012) 는 정말 역사 안에서 묻힐 수 있는 이야기를 서사적 시각에서 영화로 만들어 낸다. 개인적인 취향을 생각하기 보다는, 직접 보고 마음에 드는 영화가 있고, 마음에 들지 않는 영화가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링컨을 보고 역사의 이야기든, 누군가의 이야기든, 그 이야기가 가지는 서사적 구조가 개인적 취향임을 느끼게 되었다. 특별히 링컨과 같이 다시 조명하면 보이는 것이 많을 수 있는 역사의 서사가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영화 아르고 (2012) |
그런데 문득 한국의 역사를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의 역사에도 분명 그 당시 세상을 바꾸는 혁명적인 인물들과 그 주변의 역사가 있었을 것이다. 분명 있었을 것이다. 우리 역사가 가진 서사를 잘 그려낸 영화가 무엇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몇개의 사극 드라마와 영화가 생각났지만, 역사적 사실에 대한 서사라기 보다는 오히려 출연하는 배우들을 살려내는 가공의 인물이 중심이 되는 내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역사의 이야기를 서술하기 위해서 배우들은 그 당시의 인물이 되는 한국영화가 궁금해졌고 우리의 역사 중 서사적 구조를 그려낼 수 있는 좋은 소재가 무엇일까 고민하게 되었다. 사실 그 어떤 역사의 내용도 어떻게 꺼내는가에 따라서 그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역사를 서사로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작업이라 느껴진다.
서사는
무엇이 일어났던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역사적 사실도 있지만 그 역사의 사실을 서사로 만들고 그 사건이 우리 삶에 얼마나 중요한 의미가 되는지를 만드는 것은 역사적 사실 자체가 가지는 중요성보다, 그 중요성을 어떻게 전달하는가가 더 중요한 것 같다. 쉽게 말해 인간의 드라마도 결국 어떻게 편집하고 어떻게 전달하고 어떤 구조와 어떤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는가에 따라서 우리에게 다가오는 의미가 많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역사를 위해 기록은 중요하다. 그 기록은 이후의 사람들이 서사로 만들 수 있는 소재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그 역사는 소박하고 단순해도 별 문제는 아니다. 그 역사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다양한 매체 - 음악, 영상, 문학 어떤 것이나 - 를 통해서 어떻게 그려지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미국인들은 그런 서사적 구조의 미국 역사에 대해서 상당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가 많다. 심지어 미국에서 어린 시절 교육을 받은 중국계, 유럽계 미국인들에게도 그런 모습을 쉽게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서사, 그 자체는 웅장하지 않다. 오히려 인간의 일반적 소박한 일상들의 모습과 그 집합일 뿐이다. 그 모습을 서사로 만드는 것은 우리 삶에 어떤 가치가 중요한지에 대해서 중요성을 인식하는 많은 사람들에 의해서 가공되고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것이다. 가끔 어떤 사극의 영화를 보고 느끼는 궁금증은 저 영화의 내용이 역사의 사실은 둘째치고 맥락을 보여주는 것인지, 아니면 역사적 인물만을 가지고 와서 전혀 다른 맥락을 보여주는 것인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그래서 가끔은 가공의 영화 내용이 역사로 오해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어린 시절 역사의 교육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역사는 그 자체가 현재의 우리에 대해서 어떤 사건들이 우리의 생각과 문화와 생활을 만들었는지에 대한 되돌아 보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유구한 역사를 강조하며 짧은 역사의 미국을 비교하기 보다는 얼마나 많은 역사를 의미있게 서사의 구조로 만드는데 노력을 했는지 되돌아 보기를 개인적으로 소망한다.
링컨이 보여주는 서사는 생각보다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그 서사의 역사를 그려내기 위해 영화 감독만큼 캐스팅 디렉터의 중요성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링컨은 대중의 흥미를 위해 주인공을 너무 과장되게 부각시키지 않아도 많은 배우들이 기억에 남는 영화가 만들 수 있음에 잔잔한 서사의 웅장함이 더 오랜 기억으로 남을 수 있다는 느낌이 다가왔다. 결론은 링컨 참 괜찮은 영화였다. - 자막이 없이 감상해 힘들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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