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May 27, 2013

대량 생산의 불편함 ─ 동네 경제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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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과일은 포도지만 소비자에게 과일의 형태로 소비되는 양은 바나나가 가장 많다. 포도의 경우 포도주 및 가공 식품의 원료로 많이 사용되기 때문에 포도 자체가 최종적으로 소비되는 비율은 줄어든다. 반면 바나나는 가공도 많이 되지만 과일 그대로 전세계에 공급되어 이미 한국도 바나나가 2012년 기준으로 가장 많이 소비된 과일이 되었다. 


이제는 공정 무역이란 이름으로 커피 농가들의 수입(income)도 보장하여 생산 재배하는 커피 농가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 기반 시설까지 지원해주어 커피를 통하여 삶의 질을 높이고 자본에 의한 일방적 노동 착취 방식이 아닌 농가 스스로 커피 재배에 대한 지식을 배워서 경쟁력을 높이는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래서 공정 무역을 통해 수입된 커피를 소비하는 것이 소비자로 가질 수 있는 소위 '착한 소비'의 예가 되기도 했다. 관심의 대상인 커피는 그래도 조금씩 인식이 바뀌면서 커피 농가들도 같이 잘 살 수 있는 협력 생산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데 익숙한 바나나의 경우에는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다. 

열역학 법칙 - The laws of Thermodynamics

바나나의 불편한 진실을 이야기하기 전에 열역학 법칙을 소개하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열역학이란 우주에 존재하는 에너지 (열) 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역) 알기 위한 (학) 이다. 즉,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에너지가 어떻게 발생하고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지 아주 가까이는 냉장고는 어떻게 우리의 아이스크림을 차갑게 얼려줄 수 있고, 용광로는 어떻게 철을 액체 상태로 녹이는가 와 같이 에너지에 관계된 모든 자연 현상을 설명하려는 인간의 지식이다. 

간단하게 지난 블로그 포스팅 - [ 언론은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는가 - 시선의 과학 ] 을 통해서 우리에게 유용한 정보의 개념과 반대되어 불확실성이 높아, 우리에게 혼란을 줄 수 있는 것을 '엔트로피(entropy)'라 소개했고 이는 열역학에서 유래된 개념이라고 소개하였다. 에너지를 보는 기본적인 원리로 열역학은 3가지의 법칙을 제시했다. 이 법칙들은 만약 에너지와 관계된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판단을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근본 법칙(fundamentals)이 된다. 즉, 이 법칙들은 항상 참이라고 생각하고 모든 것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내용이다. 예를 들어 물과 기름이 섞였을 때 외부에서 에너지를 가하지 않는데 다시 물과 기름으로 분리될 수 있는 '가능성'을 판단할 때, 그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 내릴 수 있는 원칙이 열역학 법칙이 되어 준다. 다른 예로 우리는 왜 자동차를 계속 운전하기 위해서는 연료를 공급해 주어야 하는가? 과 같이 너무도 당연해 보이지만 대답하기 어려운 근본적 문제에 대해서도 열역학 법칙들은 해답을 제시해준다. 그렇다고 이 법칙들이 절대적 진리라고 말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이 법칙들이 반증하는 예(counter example) 들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참(true)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열역학 제 1법칙: 1법칙은 아주 간단하다. '닫힌 계'에서 에너지의 총합은 항상 일정하다. 인데 이를 다른 표현으로 에너지 보전 법칙이라고 한다. 사실 중요한 가정은 '닫힌 계'인데 아직까지 우주가 열린 계라는 증거가 없기 때문에 우주는 닫힌 계로 보아 우주가 가지는 에너지의 총합은 항상 일정하다고 이야기한다. 항상이란 에너지의 시간적 의미를 가지는데 모든 시간에 걸쳐 에너지는 항상 일정하다. 즉, 시간이 아무리 진행해도 전체 에너지의 총합은 일정하다고 말한다. 
열역학 제 2법칙: 다른 표현으로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으로 1법칙은 에너지의 총합만을 생각했지 에너지의 형태, 종류 등에 대한 언급을 한 것이 아니다. 엔트로피는 우리가 쓸 수 없는 에너지의 형태로 생각하면 편하다. 쉽게 표현하면 2법칙은 시간이 가면 갈수록 우리가 쓸 수 있는 에너지 형태가 쓸 수 없는 에너지 형태로 전환된다는 것을 이야기해준다. 자동차의 엔진에서 한번 연소된 휘발유는 다시 자동차 원료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리고 모든 에너지의 변환 과정에서 우리가 원하지 않는 엔트로피 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에너지 산란이 일어나기 때문에 100이란 에너지 A형태 (예를 들어 전기 에너지)를 통해 기계 에너지 (모터를 돌린다와 같은) 100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알려준다. 항상 가해진 에너지의 총합보다 적은 양으로 에너지가 사용된다는 열효율의 개념을 알려준다. 

이와 같이 우리 일상에서 살펴보면 열역학 제 1법칙, 제 2법칙은 아주 간단한 현상부터 복잡한 현상까지 설명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해준다. 우리는 어느 정도 이 법칙들에 익숙해져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느낌을 가질 때 직감적으로 열역학 법칙에 어긋나는 현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것도 사실 부단한 교육의 결과였다. 아인슈타인이 잠시 스위스 특허청에서 일을 했을 때, 사람들은 열역학 법칙에 대해서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였다. 

P.S.: 열역학 제 3법칙은 본문 내용과 연결하지 않아 소개하지 않았습니다. 개인 과제입니다.


영구기관 - Perpetual Mobile 

만약 100이란 에너지를 투입했는데 100이란 일을 다하고 에너지를 다 싸버렸다면 열역학 제 1법칙에 의해서 가능할 것이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1법칙은 에너지의 특별한 형태로 일(work)을 정의 내린다. 우리에게 유용한 무엇인가를 해주는 작업을 일이라고 부르는데 이 일에 소요되는 일도 에너지와 등가(equivalent) 라고 이야기해준다. 그런데 만약 100이란 에너지를 투입했는데 100이란 에너지가 계속 유지되어 계속해서 일을 한다면 이는 제 1법칙에도 위배되지만, 열효율을 이야기하는 제 2법칙에도 어긋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그런데 이런 불가능한 영구기관을 아인슈타인이 스위스 특허청에서 근무할 때 수많은 사람들이 특허로 제출했다는 사실이다. 물론 이런 내용은 현재에도 특허 신청이 들어온다고 한다. 그리고 당연히 열효율의 개념을 이해하는 특허청 종사자라면 거절할 것이다. 아인슈타인이 심사관으로 있을 때는 열효율이란 개념, 열역학 제 2법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상상만으로 특허 신청을 하던 사람들이 많았고 이런 내용은 모두 아인슈타인의 손에서 거절되었다. 아인슈타인은 이미 열역학 제 2법칙을 위배할 수 없는 자연을 이해하였기 때문에, 다시 말해 세상이 움직이는 원리를 이해했기 때문에 이런 불가능한 내용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자연과학, 사회과학 등 학문의 원리와 원칙은 우리에게 시험 문제로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내가 보는 세상의 현상이 제대로 된 것인지 아닌지를 바라볼 수 있는 힘을 가지게 해주는 하나의 판단 능력이 되어 준다. 단순히 느낌이나 감정으로 움직이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보편적 준거를 가진 법칙을 통해서 세상을 접근하고 바라보는 것이 생각하는 힘의 가장 큰 원천이다. 

상식적 자연 - Common sensible Nature 

서론에서 언급한 바나나에 얽힌 불편한 진실을 설명하기 위해 열역학 법칙과 과학 (자연과학 뿐만 아니라 사회과학까지 포함해서) 이 우리에게 주는 실질적 이로움을 설명했다. 과학은 영어로 science 이다. 그리고 science 의 어원은 라틴어의 scientia 로 '알아야 할 것과 알지 말아야 하는 것을 구별하는 능력'이다. 아인슈타인이 특허청에서 영구기관을 모두 거절한 당당한 이유는 '바로 알아야 할 것'을 통해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을 구별하는 능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우리가 비교적 싼 가격으로 누리는 모든 것들을 생각해보자. 우리가 접하는 모든 공산품, 농산물, 수산물, 축산물 등 다양한 제품들이 우리에게 전달되는 과정과 그 과정의 결과를 우리가 지불하는 가격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단지 우리가 마트에서 물건을 사는 과정, 지불과 획득에 집중하지 말고 내가 획득하기 까지의 과정을 유통이라는 과정 뿐만 아니라 생산되는 단계까지 모두 생각해 보자. 예를 들어 바나나를 생각해보자. 바나나는 분명 공산품이 아니다. 농산물이다. 열대 지방 어딘가 바나나 나무가 있고 많은 노동자들은 바나나 나무에서 아직은 덜 익은 바나나를 수확한다. 수확한 바나나는 수출국에 따라서 주로 배를 통해서 이동된다. 이런 과정의 단계를 상상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리고 조금 건강에 대해서 신경쓰는 소비자라면 농약이나 이동 중 상태 보존을 위한 약품 등을 걱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싼 가격의 바나나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이 더 큰 매력이다. 

이 과정에서 상식적 자연(Common sensible Nature) 이란 개념을 도입해보고 싶다. 바나나가 대량 생산되어 세계 각국에 팔리기 위해서는 그만큼 규모의 경제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 규모는 우리에게 싼 가격을 보장해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불편한 진실은 여기에서 시작한다. 이미 대규모 바나나 농장을 위해서 지구의 어딘가 기존의 생태계를 모두 밀어버리고 바나나로 대체해야 한다. 그 뿐만 아니라 농장은 대규모 생산을 위해서 대지(earth)의 생산 지력(fertility of soil)을 초과하는 생산을 감행한다. 바나나 농장 건설때문에 농작지를 잃어버린 농민들 뿐만 아니라 일자리를 찾아 몰려온 노동자들은 바나나 농장의 값싼 노동력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부족한 지력을 보충하기 위해서 병충해 예방을 위해서 미국 및 선진국에서 금지된 농약을 사용하여 노동자 (남자)들이 불임에 걸리게 만든다. [ ※ 참고: 바나나로 불임이 되는 남자들 ] 문제는 자본을 통한 이런 제 3국가의 진출, 산림의 파괴, 대규모 농장 뿐만 아니라 심지어 여기에 사용하는 농약까지도 거대 자본이 판매하여 발생하는 거의 모든 이익이 다시 거대 자본으로 집중되는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아주 상식적 수준에서 경제를 생각해보면, 우리가 소비하는 아주 싼 가격의 제품들은 분명 누군가 그 싼 가격을 보상하기 위해 손해를 보아야 한다는 것은 이해할 것이다. 모든 생산 주체들이 이익을 보면서 소비자에게 싼 가격으로 공급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혹자는 바나나 가격도 많이 올랐다고 불평을 하지만 자연 생태계와 우리의 소비량을 한번 생각해보자. 바나나는 거의 일년 내내 공급이 된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바나나가 나무에서 다 자라 상품으로 팔리기 위해서는 최소 8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짧게 잡아 전 세계의 바나나 농장을 하나로 몰아 놓아도 일정한 공급을 만들기 위해서 얼마나 큰 바나나 농장이 존재해야 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실제 중남미는 열악한 노동 조건뿐만 아니라 수많은 산림과 자연 생태계가 바나나에 의해 파괴된다. 

생산의 불균형 - Productive imbalance 

우리나라에서 찾아볼 수 있는 재미있는 현상이 있다. 우리나라는 한우 1++ 라면 거의 정신을 못 차리는 많은 소비자를 가지고 있다. 지금은 한우의 등급은 소의 이력이나 소의 상태가 아닌 소고기가 가지고 있는 지방의 함량으로 소위 마블링이 얼마나 많이 포함되어 있는가에 따라서 결정이 되고 그에 따라서 가격이 결정된다. 소고기에 마블링이 많다는 것은 지방 함량이 많다는 것이다. 소고기의 지방은 해산물의 지방과는 다르게 가급적 섭취를 줄이는 것이 좋은 포화지방산이다. 쉽게 말해 심혈관 질환에 그다지 좋은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런거 다 떠나서 맛있으면 그만이라고 하지만 우리가 선호하는 마블링 때문에 소고기들은 비만 상태로 도축이 되어야 더 값을 받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즉, 마블링을 많이 함유된 상태로 소를 키우기 위해서 목초지의 풀을 뜯어 먹지 않고 빨리 성장하고 지방이 풍부해질 수 있는 옥수수 사료에 의존한 사육을 하게 된다. 당연히 풀밭에서 뛰노는 소들에 비해 건강 상태는 좋을 수가 없다. 즉, 우리는 마블링을 위해서 비만으로 만들어진 건강하지 않은 소들을 소비하게 되는 것이다. 


예전에 파충류 외계인들이 지구를 침공해 인간들을 몰래 냉동해 자신들의 우주선으로 가져가는 내용의 외화가 있었다. 외계인의 목적은 인간을 자신들의 식량으로 소비하기 위해서인데 가장 먼저 외계인이 인간들에게 제공한 것은 의료 서비스였다. 건강한 인간을 만들어서 자신들도 질좋은(?) 식량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산 소고기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거부감을 느끼고 있지만 미국의 소고기는 한국과 그 개념이 전혀 다르다. 소고기 판매장에 가면 우리가 선호하는 마블링은 낮은 등급의 고기이고 붉은 살이 대부분인 지방의 거의 없는 고기가 다수이다. 그리고 이런 고기를 만들기 위해서 목초지에 방목해서 생산하는 방식을 제공한다. 다만 소고기의 생산은 많이 줄어든다. 그리고 생산 기간도 늘어난다. 그리고 가급적 생산 범위를 너무 넓지 않도록 주변 주(states)와 수요가 맞는 주에 적정하게 공급하는 정책을 취한다. 반면 미국 이외의 수출을 위한 공장형 농장도 있다.  

농산물, 수산물, 축산물을 포함하여 자연에서 생산되는 구조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바나나나 소고기와 같이 소품종 대량 생산을 기본으로 한다는 것이다. 이런 대량 생산을 위해서는 다양한 종이 존재하는 자연 생태계를 인위적 개량해서 생산 시설로 만들어야 한다. 바나나는 열대 지방의 생태계를 파괴하지만 소고기 같은 경우는 더 복잡하게 생태계를 파괴한다. 우선 소들이 있어야 하는 공간과 소들에게 필요한 사료를 공급하기 위해 옥수수와 같은 사료를 만드는 농작지가 필요하다. 그렇게 소고기의 생산을 위해서 직접, 간접적으로 파괴되는 모든 생태계의 문제를 '햄버거 커넥션'이라고 부른다. 

생태계의 질 - Ecological Quality 

[ 스웨덴의 계란 등급에 대한 이야기 ](닭의 삶을 존중하는 스웨덴 계란 등급) 를 보고 우리의 건강한 식생활을 위해 필요한 것은 우리가 무관심하게 바라보던 생산 과정에 대해서 관심을 가질 필요성과 국가도 이런 농산물에 대한 인식을 하고 국민들도 인식할 수 있는 적절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즉, 생각보다 우리의 먹거리에 대해서 무관심하게 소비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단순히 바나나 뿐만이 아니다. 소고기도 하나일 뿐이다. 문제는 이런 문제를 마땅히 해결할 방법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몇가지 대안을 생각하기 전에 생태계의 질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누군가는 대량 생산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고용의 효과를 가지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지금까지 자본의 논리가 지배하는 생산 시스템에서 대량 생산이 모두가 행복한 고용의 효과를 보여준 예는 거의 없다. 거대 자본에 의해 땅을 잃어버린 농부들과 농장 근처의 사람들은 노동에 집중하게 되고 생활의 질은 거의 기대할 수 없는 수준으로 떨어지기 쉽다. 심지어 불임을 일으키는 농약에 노출되기도 하고 좋은 작업 환경도 기대하기 힘들다. 국내의 유통 산업도 생각해보자. 이미 대형 마트와 같은 대형 유통 자본은 자영업자들을 줄이고 자본의 노동 인력으로 흡수시켜 얼핏보면 고용을 창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불안정한 고용은 결국 고용 불안만 가중시킨다. 그리고 소비자의 입장에서 대량 생산은 대량 소비를 만들어 낸다. 언제 먹을지 기약없는 냉장고의 저장 식품들 뿐만 아니라 묶음 판매 등과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통해서 사람들을 소비하게 만든다. 

결국 생산지, 유통 단계 뿐만 아니라 소비자 각 부분을 따로 분리해서 살펴보아도 생산에서 소비까지 이르는 생태계는 좋은 질을 유지하기 어려워 진다. 커피, 차의 공정 무역이 성공하는 사례를 보면 거대 자본에 의해 지배당하는 생산 구조가 아닌 작은 규모의 자본을 통해 자립 영농이 이루어진 경우가 생산자들의 만족이 높은 경우였다. 

가시적 대안 - Practical counter-proposals 

이런 현실에서 대안이 뭐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 마트와 대량 소비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마트가 전해주는 그 달콤한 매력은 쉽게 빠져 나오기 힘들다. 앞서 생태계의 질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간단하게 생각한 부분이 바로 소비자의 질이다. 소비자가 누릴 수 있는 생활의 질을 생각하면, 대량 생산은 그 특성 상 가공식품 위주로 이루어진다. 식품들도 대량 공급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소량을 공급하는 다수의 공급자보다는 대량 공급이 가능한 대형 공급 유통업자를 더 선호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대량 유통을 위한 대량 생산은 국내의 경우 거의 수입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대체로 대량 유통은 그 과정에서 운반에 상당한 에너지를 소비한 체 공급되고 싼 가격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생산지에도 싸게 구매해야 하는 특징을 가진다. 생산의 과정에서 모두 충분한 보상을 받기는 쉽지 않은 환경이 만들어 지고 결과적 피해는 소비자들도 질 높은 제품을 접할 기회가 점점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미 자본의 힘은 너무 커졌기 때문에 얼마나 효과와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 모르지만, 대량 생산의 문제점을 해결해 보기 위해서 다양한 대안을 만들고 있다. 생각해 볼 변화는 역설적으로 가장 대량 생산의 혜택을 봐야 하는 대도시의 움직임이다. 소위 지역 생산 / 소비 (local supply & consumption) 방식으로 정확한 의미는 다를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동네 경제 (동네 시스템) 이라고 부르고 싶다. 지역 내(內) 가까운 곳에서 생산된 지역 과일, 야채 등을 멀리 보내지 않고 가까운 지역에서 소비할 수 있도록 빠른 유통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수입되는 농산물 (대표적으로 바나나) 은 항구 Port, 항공기 Cargo 등과 같은 운송 단위가 크게 정해져 있기 때문에 대량 유통이 불가피하지만 지역 생산 / 소비는 물류센터 (distribution centre) 도 거의 필요없고 생산에서 소비에 이르는 시간이 매우 짧아진다. 장점은 신선한 야채나 과일을 먹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동네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특별히 대량 구매해서 냉장고에 넣는 것이 아니라 바로 해 먹을 수 있다는 점, 가공 식품의 비율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물론 단점도 많이 가지고 있다. 가장 큰 단점은 제철 과일이나 야채가 아니면 쉽게 먹을 수 없고 지역에서 생산되는 품목이 한정될 수 있다. 그러나 지역에서 다양한 농산물을 만들거나 지역에서 오래전부터 자생적으로 자라던 농산물에 대해서도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빠른 생산 - 소비로 이어지기 때문에 재고에 대한 부담은 거의 존재하지 않고 도시는 이런 유통 경로가 활성화 될 수 있는 소규모 지역 마켓을 지원해주거나 정기적으로 Farmer's Market 과 같이 생산자들과 소비자를 직접 만나게 할 수 있는 지역적 공간을 마련해주는 방법도 있다. 

도심안에 열리는 보스턴의 Farmer's Makert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주는 공간이다.

이렇게 제철 농산물 생산과 지역 소비를 활성화하게 되면 계절에 따라 다양한 농산물을 생산하고 겨울은 농산물이 많이 생산되지 않지만 저장 식품, 발효 식품을 만들거나 자신들의 가게에서 독자적으로 만든 홈메이드 상품을 만들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소위 '상식적 자연'을 생각하면 겨울에 여름 농산물을 먹는 것도 상식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는 단계가 필요하다.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겨울에 여름 농산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에너지와 더 많은 인위성을 강요해야 한다. 

열역학적 해석 - Thermodynamic Analysis 

문제는 대량 생산 / 유통 / 소비를 통한 방법과 지역 생산 / 소비를 통한 방법 중 어떤 방법이 더 바람직한가 혹은 더 많은 사람들이 이익을 볼 수 방법은 무엇인지 결정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이고 지역 특징, 문화 등에 따라서 많은 것을 고려해야 한다. 이런 선택의 문제에서 무엇이 좋을 것이라 판단할 수 있는 힘은 바로 과학과 철학이 제공해 준다. 앞서 아인슈타인이 영구 기관을 만든 사람은 거의 영구 수준으로 무시했던 가장 큰 근거는 아인슈타인이 사람들의 관상을 잘 보았기 때문이 아니라 제출된 특허가 자연스러운 원리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많이 알았기 때문이다. 


앞서 설명한 열역학으로 유통의 방식을 한번 분석해 보려고 한다. 대량 생산 / 유통 구조를 가로 세로 높이 1m 의 정육면체의 뜨거운 금속 덩어리라고 생각하자. 그리고 지역 생산 / 소비 구조는 가로 세로 높이가 10cm 의 작은 정육면체가 1,000개가 있다고 생각하자. 두 경우 모두 부피는 동일하다. 금속 덩어리가 가지고 있는 열을 생산한 농산물이라고 생각해보자. 적당한 크기의 수조를 생각해보자. 수조는 농산물을 공급해야 하는 지역이고 소비되는 지역이다. 수조에 담긴 물을 골고루 빠르게 뜨겁게 하는 방법은 하나의 큰 정육면체 금속을 넣는 것보다 작은 1,000개의 정육면체를 골고루 넣는 것이다. 즉, 열이 전달될 수 있는 표면적이 큰 육면체보다 작은 육면체가 넓기 때문에 열은 빠르게 물을 효과적으로 뜨겁게 할 수 있다. 만약 수조의 크기가 적당히(?) 작을 때는 어떤가? 큰 정육면체가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문제는 큰 정육면체가 여유없이 들어갈 수 있는 수조에 들어간다면 수조의 물은 우리가 원하는 이상으로 뜨거워질 가능성이 높다. 즉, 유통으로 대비해서 보면 과잉 공급되어 버려지는 양도 커지게 된다는 점이다. 

큰 정육면체는 규모의 경제 효과를 가질 수 있어서 유통 회사 입장에서는 일정 이익을 보장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진다. 그리고 과잉 공급되어 그 책임을 말단 유통 단계에 책임지게 한다면 근래 발생한 모 유업의 대리점 밀어내기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작은 규모의 지역 생산 / 소비는 그 소비의 속도가 대량 생산보다 더 빠르기 때문에 재고 소진에도 유리하고 무엇보다 실패한 상품에 대해서 빠르게 반응을 받아서 대체 생산품을 개발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새로운 소비의 패러다임 - Neo Paradigm for Consumption 


지금까지는 소비가 생산의 최종 말단(end point)에서 없애는 개념으로 생각해 왔다. 그러나 이제 소비도 하나의 경제 주체가 되어서 새로운 경제 활동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방식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아주 친근한 개념으로 소비자의 소비 패턴이나 요구 사항들이 생산에 영향을 주는 방식을 생각하지만 오히려 대량 생산의 시대 소비자의 요구사항은 점점 무시되어 가는 것이 사실인 것 같다. 오히려 생산자의 전략에 따라서 소비자의 요구사항은 무시되는 경우도 많다. 생산 기술이 발달하면 소품종 다량화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획일화된 대량 생산 가공품으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고 있다. 간단한 예로 대부분의 가공 식품은 합성착향료에 의해 조작된 향에 일관되게 섭취되지, 유통에서의 변질 등 대량 생산이 가지는 문제점 때문에 소비자들이 원하는 기호를 만족시키는 것처럼 광고한다. 예를 들어 여전히 합성착향료로 향을 내면서 천연과즙과 같이 순수하게 짜낸 (squeezed) 음료인 것처럼 보여준다. 

이렇게 대량 생산에 강요된 대량 소비에 지친 소비자들에게 대안의 하나로 동네 경제 (공동체)를 한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재래 시장 / 전통 시장 이라는 시대에 뒤처진 느낌의 표현이 아닌 생활 시장[ ※ 참고: 생활시장과 대형마트 - 우리는 누구를 위해 소비하는가 ] 으로 우리 곁에서 살아 있는 동네 시장으로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을 생각해 본다. 무엇이 더 좋을 것이라 판단하기는 어렵다. 다양한 변수와 상황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인적인 믿음은 동네 경제에 간다. 이유는 간단하다. 열역학 법칙을 통해서 무엇이 더 효율적이고 무엇이 더 자연스러울 수 있는지 생각해보는 것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오히려 동네 경제를 움직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의 인식이다. 이미 마트의 1+1 행사와 할인 행사 대량 소비에 익숙해져 버린 상황에서 불편함이라는 꼬리표를 물고 다니는 동네 경제에 얼마나 참여할까 싶다. 이를 위해 시 행정의 철학도 동네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지역 시설 및 정책을 마련해주고, 이에 맞춰 참여자들도 인식을 변화하고 참여해야 한다. 소비자들도 대량 소비를 통해 냉장고 소비를 하지 않고 제때 필요한 것을 구매하고 바로 소비해버리는 생활 방식을 따르고 무엇보다 우리가 소비하는 것들에 대한 세심한 관심이 필요할 것이다. 


교의 공양계는 내가 먹는 음식 하나 하나가 어디서 왔는지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얼마나 많은 자연을 파괴하고 내 입으로 들어가는지 아는 것이 바로 깨어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이 될 것이다. 이제 소비란 단순히 써서 없애는 활동이 아니라 소비를 통해서 내가 어떤 경제 활동을 지원하는지 알리는 새로운 의사 표현의 방식임을 인식한다면 우리의 소비가 세상을 얼마나 변화시킬 수 있는지 느낄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자연을 지치게 하고 자연을 고갈시켜 가면서 인간의 욕망이 그만큼 충분히 가치있는 것인지 한번 고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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