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June 14, 2013

필립 K 딕 - 인간, 기술, 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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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 년대 과학 소설의 대가인 필립 K 딕 (Philip K. Dick) 은 44편의 장편과 121편의 중단편을 남겼다. 양으로도 대단하지만 그의 소설은 다양한 영화의 소재가 될 뿐만 아니라 이후 과학 소설에 영향을 미치며 과학 소설의 다양한 모티브를 제공해 주었다. 지금까지도 계속 다양한 감독에 의해 그의 소설은 영화로 만들어지고 있다.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 1982), 토탈 리콜(Total Recall, 1990 & 2012), 임포스터(Impostor, 2001), 마이너리티 리포트(MInority Report, 2002), 넥스트(Next, 2007), 페이첵(Paycheck, 2003), 스캐너 다클리(Scanner Darkly, 2006), 콘트롤러(The Adjustment Bureau 2011) 등 흥행에 성공한 영화, 시대의 명작으로 불리는 영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상당한 영향력을 주었던 영화 등 다양한 영화가 있다. 이 밖에도 언급하지 않았지만 많은 중단편 소설을 단편 영화로 만든 경우부터 애니매이션까지 많은 다양한 작품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그의 소설에 직접적 영향을 받은 영화에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매트릭스(Matrix, 1999), 이퀄리브리엄(Equilibrium, 2002) 등 수많은 작품들이 있다. 한 사람의 작품이 이렇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그의 소설은 미래를 배경으로 한 과학 소설의 원류를 만들기에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그의 작품을 평가하고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이야기하는 것은 그의 방대하고 놀라운 상상력에 대한 모독일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소설보다 소설을 통해 영화로 만들어진 작품을 통해서 그가 생각했던 미래 사회, 기술이 지배하는 세상에 대한 단면들과 그 단면들이 모여 복잡한 문제를 만드는 구조를 생각해보는 것은 의미를 가지는 작업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필립 K 딕의 소설을 통해 만들어진 영화들이 가지는 공통적인 구조를 통해 발전하는 기술 세계에서 인간, 기술, 기계의 의미를 생각해보려 한다.

포일러 작업 - 영화의 간단한 줄거리

전체의 큰 줄거리를 간략하게 소개할 것이다. 당연히 큰 맥락에서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미리 이야기 내용을 아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분들은 이 부분을 생략하시고 영화를 찾아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1. 블레이드 러너 (Blade Runner, 1982) : 미래 사회 인간의 인력을 대체하기 위한 복제 인간 (replicants) 를 만들고 이들은 지구에서 분리된 우주 공간에서 노동력을 제공한다. 그러나 이내 이들은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지구로 다시 잠입해 들어온다. 이렇게 들어온 복제 인간과 정상 인간을 구별해 내는 직업을 가진 주인공 데커 (Deckard) 는 복제 인간을 만든 회사의 협조를 통해 지구에 잠입한 복제 인간들을 찾아내 제거 (retirement) 하지만 복제 인간과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복제 인간이 가지는 인간적 감정을 공감하게 된다. 블레이드 러너 란 복제 인간과 정상 인간을 칼날같이 구별하기도 하며 처단한다는 의미이다.


2. 토탈 리콜 (Total Recall, 2012) : 1990 년 영화로 만들어진 토탈 리콜도 있지만 2012년 다시 제작된 내용을 기준이다. 평범한 공장 노동자인 더글라스 퀘이드 (Douglas Quaid) 는 일상적인 삶을 살고 있다가 자신이 원하는 기억을 심어준다는 Rekall 이란 회사를 방문하고 자신이 기존의 지배 구조를 전복하려는 스파이였다는 사실을 조금씩 기억하게 된다. 그렇게 기억하게 되면서 자신의 삶은 완전히 조작된 것이고 그 조작된 삶에서 살았던 퀘이드는 거짓 삶이고 실제는 칼 하우저 (Carl Hauser) 라는 원래의 자신이 되어 인간을 지배하는 거대 자본 (정부) 와 싸우게 된다.


3. 임포스터 (Impostor, 2001) : 첨단 과학을 연구하는  스펜서 올햄 (Spencer Olham) 은 어느날 외계인 스파이 협의로 체포되게 된다. 인류는 외계인의 핵 전쟁으로 파괴되고 싸우고 있었고 외계인은 납치 살해 후 똑같은 복제 인간을 인간 세상에 보내어 결정적 순간 자살 폭탄을 하도록 만든다. 자신의 결백함을 주장하며 도망다니는 신세가 된 올햄은 결국 외계인이 보낸 복제 인간의 정체를 밝혀 낸다. 이전 블로그 [ 참고: Impostor (2001) - 진짜 자아에 대해서 ]


4. 마이너리티 리포트(MInority Report, 2002) : 예지력이 뛰어난 예지자들(Pre-Cogs)이 미래에 일어날 살인을 미리 경고하여 이를 막는 범죄 예방국 (PreCrime) 을 통해 미래의 살인자를 체포하게 된다. 범죄 예방국의 리더인 존 앤더슨 (John Anderson) 은 미래 범죄의 피의자로 지목 받게 되어 쫓기는 신세가 된다. 이 과정에서 범죄 예지의 헛점과 이를 이용한 권력 집단의 음모를 파헤치게 된다. 앤더슨은 예지자 중 한명인 애거사 (Agatha) 와 동행하면서 진짜 범인을 찾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5. 넥스트 (Next, 2007) : 2분 앞의 미래를 미리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크리스 존슨 (Cris Johnson) 은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라스 베가스에서 돈을 벌거나 독심술을 통해 공연을 하고 있었다. 크리스의 능력을 알게 된 정부 기관은 도심에서 터지게 될 핵폭탄의 위치를 알아내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서 크리스의 능력을 이용하게 된다. 크리스의 능력만 믿고 정보 수집에 소흘히 하던 FBI 는 결국 핵폭탄의 위치를 확인하지만 폭탄은 터지게 된다.


6. 페이첵 (Paycheck, 2003) : 마이클 제닝스 (Michael Jennings)는 완성품을 보고 역으로 제품의 원리와 설계를 찾아내 다시 만들어 내는 리버스 엔지니어 (Reverse Engineer) 이다. 완벽한 일을 위해 그는 프로젝트를 마치고 프로젝트 기간동안의 기억을 지우는데 2년 혹은 그 이상 걸리는 거액의 프로젝트 제안을 받고 이를 수행하게 된다. 프로젝트가 끝나고 지워진 기억 끝에 세상에 나왔지만 거액의 보상금은 사라지고 알 수 없는 물건들만 가지게 되는데 기억이 지워지기 전 자신이 자신에게 보낸 물건을 통해 자신이 만든 기계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기계임을 알게 된다.


7. 스캐너 다클리(Scanner Darkly, 2006) : 마약을 단속하며 잠복 수사를 하는 밥 (Bob Arctor) 는 경찰들도 알 수 없도록 경찰서에서는 자신의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않고 임의의 모습이 뒤섞여 보여주는 위장복을 입고 다닌다. 잠입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자신도 신종 마약(substance D.)에 중독되게 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 마저 잃어버리게 된다. 스스로 정신 분열증을 겪게 되면서 결국 자신이 누구인지 조금씩 잃어가게 된다. 이 영화는 필립 K 딕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실사 촬영을 만화 스타일로 만든 독특한 영화이다. 필립 K 딕의 직접적이며 인간적인 고백 같은 내용이 인상적인 영화이다.


8. 콘트롤러(The Adjustment Bureau 2011) :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데이먼 (Damon; David Norris) 는 어느날 우연히 마음에 드는 여성을 보게 된다. 그 여성을 다시 만나려고 하지만 누군가 방해하는 운명의 어긋남으로 만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어렵게 여성을 만나 사랑하게 되지만 이 세상은 자신이 원하는 방향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예측하고 조정하는 조정부 (The Adjustment Bureau) 에 의해서 섬세하게 조정 당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과 사랑해서는 안될 계획에도 불구하고 데이먼은 결국 그 운명의 조정을 거부하고 여성과 사랑을 할 수 있게 된다.


립 K 딕의 작품은 하나의 철학자가 만든 하나의 거대한 서사시란 생각이 든다. 다양한 소재들을 통해 신선한 시선을 제공하지만 그의 작품을 이해하는 몇가지 코드 (codes) 를 생각하면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그의 코드를 영화를 통해서 한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A. 분리 : 앞에서 소개한 8개의 영화에는 공통적인 분모가 존재한다. 바로 분리이다. 블레이드 러너에서는 인간이지만 복제 인간과 정상 인간으로 분리되고, 토탈 리콜은 자아와 기억의 분리, 임포스터는 복제 인간 / 정상 인간의 분리 뿐만 아니라 자아와 기억까지도 복합적으로 분리가 일어난다. 마이너리티 리포트와 넥스트는 기능적 능력과 인격적 자아가 분리되며 페이첵의 경우 능력과 자아가 기억의 단절을 통해 분리된다. 스캐너 다클리와 콘트롤러에서도 능력과 자아는 분리된다. 그런데 이런 분리는 자신의 의지에 의한 산물이 아니라 대부분 외부적 영향에 의해 분리되는 경우이다. 이렇게 분리된 상태는 자아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바로 자아의 확인은 자아의 존재 (기억) / 자아의 범위 (능력) 로 구성된다.

토탈 리콜 : 조작된 기억에 의한 자아와 원래 자아 사이에서 갈등하는 주인공, 주인공은 어떤 자아가 진짜 자아인지 아주 사소한 부분을 통해 결정한다.

필립 K 딕의 의도는 알 수 없지만 하나의 자아가 분리된 상황을 상황적으로 설정해서 예를 들어 복제 인간과 같이 물리적으로 분리된 복제된 자아를 통해 진짜 나와 복제(가짜) 나의 구별이 어떻게 가능한지 묻게 되고 자아의 존재는 기억의 상실 혹은 기억의 단절을 통해서 기억이 자아를 인식하는 과정을 찾아가고 있다. 결국 분리된 상황에서 싸워 찾아내고 싶은 것은 인간성 (human identity) 가 무엇인지를 찾는 끊임없는 과정을 그려낸 것이라고 보인다. 그리고 그 인간성을 찾는 과정은 지배 권력의 구조 안에서 모순을 찾아내고 억압하는 시스템을 벗어나려고 하는 다양한 시도를 만들어 간다.


B. 불완전성 : 8개의 작품에는 공통적으로 미래에는 가능할 것 같은 기술들이 소개된다. 인간 자아에 대한 질문도 끊임없이 던지지만 인간은 결국 기술의 발전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제시한다. 미래의 기술을 화려하게 그려낸 영화는 마이너리티 리포트나 토탈 리콜, 블레이드 러너 를 살펴 볼 수 있지만 거의 모든 작품들은 현재 우리의 기술이 아닌 새로운 기술들이 많이 소개된다.  블레이드 러너의 홍체 (안구) 인식 기술이나 음성 인식을 통한 명령 기술 등은 이제 조금씩 우리 삶에 적용되고 있지만 영화 제작이 1982년이란 점을 고려하면 필립 K 딕이 제시하는 기술이 선지적 예견력을 가지고 있는지 놀라게 된다.

그러나 기술은 미래 사회에 두가지 역할을 하게 된다. 인간을 지배하기 위해 효과적인 도구로 사용되기도 하고 인간의 삶을 좀 더 편안한 형태로 만들기도 한다. 이런 양면성은 분리되어 보이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일어나는 것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미래의 범죄를 미리 예견하여 이를 막아 범죄를 일어나지 않게 한다. 일반 시민들이 볼 때는 살인의 경우 범죄를 줄이는 것이 아닌 사라지게 할 수 있는 기술이며 분명 환영받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 저지르지도 않은 소위 '미래의 범죄자'들은 범죄를 저지르지도 않았지만 저지를 것이라는 예견을 통해 감옥에 갇히게 된다. 이처럼 특별한 능력을 가진 정부는 강력한 지배의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 기억을 통제할 수 있는 기술은 토탈 리콜이나 페이첵을 통해서 인간의 기억을 통제해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는 강력한 도구로 사용되며 이를 저항하는 자아는 결국 자아를 잃어버리는 심각한 피해자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억을 지우고 싶거나 기억을 임의로 조작하여 원하는 기억 속에서 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좀 더 편안한 삶을 위한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발생하지 않은 범죄에 대해 죄를 묻는 것이 법리적 논리로 오류가 아니냐고 묻는 질문에 존 앤더슨은 공을 굴려 준다. '낙하하는 공을 잡으면 공이 낙하하지 않는 것은 공이 낙하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라고 이야기한다.

이처럼 필립 K 딕은 기술은 가치 중립적인 요소이지만 그것을 어떻게 이용하느냐, 누가 이용하는가에 따라서 그 역할은 달라지고 그 영향는 심각하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어떤 기술도 처음에는 인간을 망치게 하려고 개발되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기술이 완벽하지 않다는 가정 하에 그 부작용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 불완전성의 피해자는 결국 인간이 가져가야 한다는 것도 생각해야 할 것이다.


C. ID (Identification) : 분리, 특히 자아의 분리 문제는 우리에게 새로운 과제를 만들어 낸다. 바로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질문과 함께 공적으로 내가 누구인지 확인하는 ID 과정 (IDentification) 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아를 파악하는 과정도 처음은 항상 기술에 의해 만들어진 ID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블레이드 러너의 홍체 (안구) 를 통해 복제 인간을 찾아내는 과정이나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쫓기는 주인공이 안구를 교체해서 새로운 ID 를 가지게 되는 과정, 토탈 리콜에서 자신의 손바닥에 이식된 in situ 핸드폰을 제거하는 모든 과정은 결국 기술이 어떻게 ID를 확인하는지 보여주는 여러가지 가능성을 보여준다.

스캐너 다클리 의 위장 슈트는 누구인지 알 수 없도록 항상 변화하고 복합된 모습의 모습을 보여준다. - 변장된 자아조차도 결정된 자아로 인식할 수 있기 때문에 이조차도 보여주지 않기 위해 완전 익명 (perfect anonymous) 를 만든다.

이런 ID 과정은 인간과 기술이 연결된 문제이다. 기술이 어떻게 인간을 확인하고 그 기술은 완벽하게 인간을 확인시켜 줄 수 있는지를 질문한다. 그러나 더 생각해봐야 할 것은 아무리 기술이 인간의 ID 를 확인시켜주는 기술이 발달을 해도 자아의 확인은 결국 자아의 기억과 자아의 존재를 통해, 자신과 자신의 주변을 살펴보는 과정을 통해서 궁극적으로 가능하다는 다소 모호하지만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결론을 우리에게 제시해준다.


D. UI (User Interface) : 기계와 인간이 등장하면 자연스럽게 등장해야 하는 개념이 있다. 바로 UI (User Interface) 이다. 필립 K 딕의  영화는 다양한 미래의 기술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그 가능성보다 더 주목할 내용은 바로 인간이 기계와 어떻게 접속하는지 (interfacing) 보는 것이다. UI 는 인간의 처리 능력이 한계가 오면서 기계가 처리해주는 정보의 양이 많아지면서 결국 인간은 기계에 접속해야만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된다.  필립 K 딕 작품이 나온 1980년대 이러한 생각은 하나의 예언에 가깝다. 즉, 기계가 인간의 필요에 의해서 도입되지만 기계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기계를 통해 얻어진 결과를 인간이 인지하거나 인간의 활동과 의도가 기계에 명령이 내려질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 필수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콘트롤러에서 보여주는 종이 위에 동적 움직임을 표시하는 인터페이스는 친숙한 재질 속에서도 충분히 정보를 표시하고 접근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영화에서는 다양한 UI 기술을 보여준다. 가장 대표적으로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는 글로브 콘트롤러 (glove controller) 를 착용하고 컴퓨터 정보를 수집, 정리, 분석하고 자신이 원하는 정보에 집중하도록 한다. 토탈 리콜의 in situ 핸드폰 뿐만 아니라 여러 장면에서 인간이 기계와 소통하는 방법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물론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조금은 과장된 모습으로 그려질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UI 가 가져야 하는 큰 철학적 줄기이다. 결국 미래의 UI 는 인간의 생리적 활동을 방해하지 않는 혹은 인간의 자연스런 활동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법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보여준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지금의 핸드폰은 인간의 손 뿐만 아니라 인간의 시선까지도 빼앗아 버리는 덜 떨어진 기기일지 모른다.


줄기를 정리하면 필립 K 딕이 바라보는 세상의 코드는 자아 정체성 (identity)불확실성 (uncertainty) 이다. 자아를 찾기 위해 분리된 상황을 설정하고 그 분리된 상황에서 자아가 어떻게 자아를 찾아가는지 그리고 그 찾아가는 과정에서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그림을 보여준다. 그리고 기술은 우리를 위해서 끊임없이 개발되고 그 개발의 혜택은 인간을 위해 사용되지만 인간을 지배하는 구조의 효과적인 도구로도 사용될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인간을 위한 기술이 인간을 억압할 수 있는 역설을 가지는 가장 큰 이유는 기술이 가지는 불완전성을 포함한 불확실성을 보여준다.

그리고 인간, 기술, 기계의 관계를 통해 기술은 끊임없이 인간을 확인하는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려고 하지만 기술 자체의 불완정성은 인간의 끊임없는 자아 확인 과정마저도 불완전하게 만들 수 있다. 또한 인간과 기계의 관계는 결국 기계와 이야기해야 하는 UI 의 문제를 제시한다.

결과적으로 필립 K 딕의 작품, 그의 작품을 통해 만든 영화를 이해하는 4가지의 코드는 정체성 (identity), 불확실성 (uncertainty), ID 그리고 UI 로 정리하려고 한다. 미래 사회를 이해하는 코드로 이 4가지는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제시해 준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미래 사회의 모습은 우리가 경험할지도 모르는 가능성이 있는 세상이지만 필립 K 딕이 제시한 자아의 확인과 기술의 불확실성은 미래의 모습이 어떤 구체성을 가지더라도 항상 생각해야 하는 근본적인 질문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인간이 기술과 기계의 발전을 통해 순환하고 생활해야 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끊임없이 ID 와 UI 의 문제는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페이첵 (Paycheck) 에서 소개하는 미래를 예측하는 기계

인터넷에서 내가 나라는 사실을 어떻게 증명하고 보여줄 수 있는지, 다른 이가 나의 정체성을 도용할 수 있는 위험성은 없는지, 이를 막을 수 있는 ID 기술은 무엇인지를 생각하는 것은 보안 문제의 가장 큰 핵심 과제이다. 예전에는 필요성 조차 느끼지 못했던 내가 나임을 증명하는데 얼마나 에너지를 소모해야 하는지는 재미있는 주제이다. 기술이 발달하면 할수록 인간을 풍요롭게 해주는 기계가 많이 발명될 수록 그 기술과 기계를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의 문제는 결국 정체성의 문제와 연결된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특별히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자아를 증명해야 한다는 것은 상당히 에너지 소모적인 과정이다. 이것도 결국 기술이 만든 하나의 필요악이 되어버린다.

미래 사회에 대한 상상은 단순히 미래에 어떤 것이 돈벌이가 될 것인지 고민하는 것 이상으로 현재의 자아를 되돌아 보는 좋은 거울이 되어준다. 그런 의미에서 필립 K 딕은 미래의 모습을 보여주고 상상으로만 가능한 세상을 보여주는 것 같지만 결국 그 가상의 미래는 현재의 내가 인간으로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어떤 모습으로 지금의 기술과 기계를 대해야 하는가의 철학의 문제를 제시해준다. 필립 K 딕을 읽는 4가지 코드 중 뒤의 두개 ID 와 UI 는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해 주지만, 반대로 앞의 두개 정체성과 불확실성은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고 진보해도 우리가 놓치지 말고 기억해야 할 근본을 제시해준다.

인간의 예측 능력이 꼭 원하는 결과를 만들지 않을 수 있다는 상상을 하게 만드는 넥스트

립 K 딕은 미래 사회를 직접 보여줬다는 의미보다 많은 사람들이 미래에 대한 상상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줬다는 더 큰 의미를 찾을 필요가 있다. 상상력의 장점은 다양한 세상을 그려 볼 수 있는 무한의 도화지를 제공해 준다는 것이다. 그의 소설은 영화는 좀 더 다른 이야기를 전해준다. 그러나 상상력의 산물인 영화를 통해 새로운 상상력을 만드는 것도 즐거운 일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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