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July 24, 2013

쿠폰 세상 - 사소한 것에 대한 집념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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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아침이나 한가로운 시간을 보낼 때 마음에 드는 카페에 가서 편안한 의자에 앉아서 책보는 것이 참 좋다. 그리고 그 시간의 여유를 선사하는 따뜻한 커피 한잔으로 책 읽거나 글 쓰는 템포를 조절하는 것이 소소한 행복처럼 다가온다.

요즘은 어떤 카페를 가도 쿠폰을 찍어 준다. 열번 마시면 음료 하나 무료로 주는 것, 열번째는 쿠키, 스무번째는 음료 등 정말 다양한 쿠폰들이 있다. 마케팅을 위해 이렇게 도장 찍어주는 재미로 다른 곳 갈 것 쿠폰 찍어주는 곳으로 가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조금은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면 정해진 횟수를 채우기 위해 가는 것은 아닌데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도 이왕 가는거 한번이라도 무료로 받을 수 있는 곳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하며 소위 덤 문화에 익숙해진 우리들은 대형 마트를 가도 뭔가 적립해야 하고, 덤으로 무엇인가 따라오지 않으면 그것이 오히려 어색한 것 같다.

동네 카페의 장점은 '나'를 기억해준다는 것이다. 편안한 의자가 좋아 자주 가는 카페의 주인이 지구인처럼 생기지 않아서 그런지 나를 기억해주었다. 그리고 어느 날 카페에 쿠폰이 있다면서 열번 찍으면 한번 무료인 쿠폰에 도장 9개를 팡! 팡! 찍어주셨다. 그동안 자주 온 것을 생각해서 열정적으로 찍어주셨다. 그러니 이론상 한번만 더 마시고 마지막 도장만 찍으면 무료로 마실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실 무료도 좋다. 그리고 나에게 특별히 손해가 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쿠폰 방식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나씩 찍어가는 그 재미도 분명 색다른 재미일 것이다. 예전에는 이런 쿠폰에 도장 찍는 것에 별 저항감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이런 재미를 즐겼는지 모른다. 그런데 어느날 쿠폰에 도장을 찍기 위해 가고 싶지 않은데 조금은 억지로 가는 알 수 없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리고 열번을 찍고 무료로 음료를 마시는 것이 마지막 방문이 된 적이 있었다. 내가 진정 찾고자 하는 즐거움은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은 가고 싶지 않을 때도 마치 도장 찍어야 하는 의무감처럼 가게 되어 내가 한잔의 음료와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기 위한 원래의 목적은 조금씩 사라지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되었던 것인지 모른다. 사실 냉정하게 보면 괴변스러운 생각이지만 가능하다면 쿠폰이 없어도 느낄 수 있는 순수한 즐거움을 찾고 싶다는 것이 나만의 생각이었다고 생각한다.

친절하게 도장 9개를 찍어준 카페에 그 이후로도 자주 갔지만 골든 티켓같은 그 쿠폰을 내밀지 않았다. 어느날 "쿠폰 잃어버리셨어요?" 라고 물어봐서 나는 그냥 "그냥 쿠폰 때문이 아닌 내가 지불한 충분한 맛과 공간으로 만족해서 그래요." 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앞으로 더 맛있게 부탁해요." 라고 너스레 떨듯 말했다. 그 이후에도 카페는 종종 맛있게 내린 커피가 있으면 한잔씩 주시고 때로는 쿠키도, 머핀도 하나씩 건내주신다. 가격으로 따지자면 얼마치 이익을 얻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단순히 화폐 가치로 따질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규모 자본의 브랜드 커피 전문점에서는 찾을 수 없는 소소하고 잔잔한 그런 것은 단순히 자본으로 따질 수 없는 작은 즐거움이 되어 준다. 

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뮤지컬 여배우가 공연이 끝나고 팬사인회에 대한 불만을 자신의 인터넷 공간에 올렸다. 철이 없는 불평 불만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고, 혹은 정말 피곤한 자신의 몸 상태를 알아주었으면 하는 하소연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의 반응은 아주 가혹했다. 물론 여배우의 행동이 신중하지 못한 부분도 있고 때로는 공인으로 공적인 일에 대한 발언들은 항상 신중해야 한다는 점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반응은 상당히 공격적이란 사실이 놀라웠다.

본 사진은 특정 내용과 관계없는 사진입니다.

"사인회도 하기 싫다면 공연도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하는 것이냐..." 라는 비약적인 논리부터, "당연히(!) 관객들에게 보답 차원으로 해줘야 하는 것인데..." 의 배우의 의무 영역을 규정짓는 발언, 그리고 "배우들에게 사인 받는 것이 하나의 즐거움인데..." 와 같은 개인적 아쉬움의 표현까지 다양한 반응들이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로 배우나 유명인에게 사인을 받는 것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는 성격이라 심지어 앞으로 대통령이 될 인물과 대면할 기회에서도 호들갑 떨면서 사인받지 않기에 팬사인회를 그리 큰 비중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외국에서 공연을 보았을 때도 공연이 끝나고 나가는 관객들을 향해 줄지어 인사하는 경우나 가장 극진한 대접을 받았던 경우가 아마도 웨스트엔드에서 주연 배우와 함께 사진 찍을 수 있는 기회 정도가 내 기억에 가장 가까운 배우와의 접촉(?)이었다.

사인회가 관례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그리고 사실 공연이 끝나고 배우들은 체력적으로 많이 소모된 상태일 것이다. 그리고 배우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배우들 자신에게는 재능을 발휘하여 공연 내용을 관객들에게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감동을 줄 수 있는 역할을 하는 것이고 관객들은 배우들로 부터 감동적인 공연을 보기 위해서 충분한 지불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배우의 본질은 우리에게 공연으로 관객들에게 희노애락을 선물해주고 그 감동으로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활력이 되어주는 존재라고 본다. 나에게는 팬사인회는 마치 카페에서 찍어주는 쿠폰 도장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이 진정 배우로 무대 위에서 서서 자신의 재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그들을 배려한다면 팬사인회는 생략해도 그렇게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

사인회가 관례일지 배우의 당연한 의무라고 규정할 수 있다는 것이 참 어색하다. 사실 그런 행사의 대부분은 공연 주최측에서 제시하는 하나의 마케팅 행사가 아닌가 질문하고 싶어진다. 그리고 만약 마케팅을 위한 행사라면 회사 측은 배우를 온전히 배우로 지원한 것이 아니라 공연 이외의 다른 마케팅 차원의 도구로 사용했다는 점이 더 큰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관객이 지불한 표값에 팬사인회는 당연히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더 이상 반박할 수는 없다. 카페에서 쿠폰을 사용하는 것이 개인적으로 어색하지만 쿠폰 사용은 당연한 소비자의 권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틀리다 이야기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배우들이 더욱 더 멋진 공연을 바란다면 기능적 역할에 충실하여 소비자들 (관객들) 의 기쁨을 충족시키는데 필요한 기능적 존재라고 생각하지 말고 배우 한 사람도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하나의 인간으로 때로는 지치고 피곤하고 체력적으로 힘들 수 있다는 그 인간적이고 본질적인 존재에 대해서 생각해줄 필요는 있다는 것이다.

약 당신이 과학자이고 흥미를 가지고 알아내고 싶은 세상에 대한 깊은 탐구와 연구를 하고 있는데 왜 한 나라의 국민으로 이렇게 어려운 시국에 정치적 입장을 정확히 표명하지 않냐면서 정의의 이름으로 너의 행동은 잘못되었다면서 과학자의 태도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면 기분이 좋을 사람이 몇명이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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