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불행하여라!” (루카11,44)
행복과 불행 사이의 거리는 얼마나 될까?
그 거리를 한 번 재보도록 하자.
불행(不幸)이란 글자 그대로 ‘행복하지 못한 것’을 말한다.
이 말은 행복하지 않으면 불행하다는 말과 같다.
반대로 불행하지 않으면 행복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결국 행복과 불행은 붙어있으니 거리는 ‘제로’로 보는 것이 옳지 않을까?
그런데 우리가 삶에서 느끼는 행복과 불행의 거리는 무척 큰 것처럼 보인다.
모두가 행복하기를 원하는데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는 사람은 그리 쉽게 보이지 않는다.
무엇이 문제일까?
행복과 불행은 늘 같은 자리에 있다.
하지만 우리의 어리석음은 조건을 먼저 생각한다.
그리고 그 조건이 채워지도록 모든 힘을 기울인다.
우리가 생각하는 행복은 무엇인가?
우리가 생각하는 불행은 무엇인가?
조건이란 쉽게 말해서 “그렇게 된다면”을 뜻한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렇게 된다면’은 어떤 상태를 말하는가?
행복과 불행은 조건 이전에 선택의 문제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한테 불행한 이들이라는 소리를 들었던 이들은 누구였던가?
그들은 왜 예수님께 불행한 사람들이라는 말씀을 들어야만 했을까?
그들 역시 행복할 수 있는 조건이라고 믿는 길을 채우고자 달려왔을 것이다.
그리고 얻고자 한 것들을 얻었을 것이고, 얻은 것을 빼앗기지 않으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선택이 틀렸기에 옳은 삶을 만들 수 없었고, 그럼에도 무엇이 틀렸는지조차 모르는 삶이었다.
그래서 “너희는 불행하다”라는 말을 예수님께 들어야만 했던 것이다.
무엇이 참 행복인지에 대해 제대로 생각해야만 한다.
같은 자리에 있는 행복과 불행 중 당연히 행복을 선택해야 한다.
답은 간단명료하다.
복음적 가치를 선택해야 한다.
그 가치를 선택하고 살 수 있을 때, 그 어떤 조건이나 환경은 의미를 잃게 된다.
이미 행복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기억하자.
불행하지 않다면 행복한 것이다.
그러니 감사하며, 어떤 어려움이 찾아온다고 해도 희망을 갖고 기쁘게 복음적 삶을 살아야 한다.
매일의 복음 내용을 통해 글을 올려주시는 [ 김대열 프란치스코 하이에르 (소나무) 신부님 ]께서 올려주신 글이다. 학교에서 사회에서 경쟁을 하며 치열하게 사는 사람들에게 '왜 이렇게 열심히 사느냐?' 라고 물었을 때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대답이 '행복하기 위해서...' 라고 한다.
어린 시절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모든 조건이 다 갖추어져야 행복할 수 있다고... 그러나 삶의 고난과 삶의 무게가 자신의 마음처럼 될 수 없을 때 특히, 자신이 원하지 않은 상황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순간마다... 즉, 조건이 하나 하나 실현되지 않을 때마다 행복할 수 없을 것이라 좌절하기도 한다.
신부님의 글처럼 "불행은 행복하지 않은 것이다." 바로 필요한 조건이 갖추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선택하기 않기 때문이다. 모두 "행복해지고 싶다" 고 이야기하며 그 행복의 조건이 갖추어지지 않은 탓만 하게 된다. 눈을 돌려 살펴보면 내가 행복하지 않고 행복의 조건이 있다면 나보다 조건이 좋지 않은 사람들은 모두 불행해야 한다. 그 조건도 참 복잡하고 요구사항도 많다. 경제적 조건을 포함하여 자신의 욕심을 반영하는 모든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행복하지 않으려는 핑계일 뿐이다. 세상에는 행복을 선택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내가 부족함이라 생각하는 조건을 적당함이라 생각하며 선택한다.
내가 모자람이라 생각하는 조건을 충분함이라 생각하며 선택한다.
내가 불만족이라 생각하는 조건을 흡족함이라 생각하며 선택한다.
행복은 선택의 문제이다. 선택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행한 것이다. 신부님의 글을 접하고 알 수 없는 가슴의 벅찬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작년 이맘때 나에게 찾아온 병마들은 나에게 행복을 빼앗아갈 조건이라고 생각했던 순간이 있다. 응급실 침대에 누워 중환자실에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을 들은 순간이었다. 그땐 행복은 절대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행복은 조건이 맞아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내가 선택하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의 조건을 버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 선택을 한다면...
그 어느 순간보다 벅찬 행복을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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