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November 10, 2013

배려도 도움도 연습이 필요할지 모른다.

Leave a Comment
종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 거리를 걷다가 갑자기 쓰러지는 사람들 혹은 술에 취해 제대로 걷지 못해 쓰러지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2013년 올해는 그런 경험을 유독 심하게 하는 것 같다. 역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개인적으로 아프고 나서 더욱 더 그런 장면들이 눈에 들어오는 것을 보면 오히려 내가 그동안 크게 관심있게 혹은 무관심하게 그냥 지나친 많은 사람들이 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Episode One...

여름, 한국의 어느 지하철 입구에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그렇게 사람들이 몰려 있을 곳이 아니기 때문에 어색한 모습에 무슨 일이 있는지 호기심에 가까이 가보았다. 그런데 지하철 계단에 어떤 4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분께서 술을 드시고 앞으로 쓰려지고 깨진 술병에 얼굴을 포함해 자상을 입은 체 의식을 잃고 있었던 것이었다. 주변에는 거의 1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사람들은 놀랍게 자기 카메라를 꺼내어 대부분 사진을 찍고 있었고 심지어 그때까지도 누구 하나 제대로 신고한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무슨 용기인지 모르지만 달려가서 출혈 부위의 자상을 보고 가지고 있던 휴지 등으로 지혈을 하고 다른 이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계단 내려가는 방향으로 쓰려졌기 때문에 호흡에 좋은 자세가 안되었기 때문에 평탄한 곳에 눕혀야 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술냄새가 심하게 나긴 했지만 다행히 맥박과 호흡은 괜찮았지만 얼굴과 손등에 지혈을 해야 했다. 소리지르며 사람들에게 119를 불러달라고 하고 주변에 있던 남자 몇분께서 같이 도와주셔서 결국 응급차에 인계할 수 있었다.


사실 너무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 상황에서 사진을 찍고 있던 사람들의 모습,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사진을 찍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상황이 끝나고 누구에게 뭐라고 소리지르며 어떻게 사진찍고 있냐고 화낼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많은 군중들이 그저 한사람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 가는데 어떻게 사진찍고 있을 수 있는가 싶었을 뿐이다. 물론 응급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연습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보는 사람들도 안타갑고 당황했을 것이지만 그래도 죽은 상황도 아닌데 마치 범죄현장 보존해야 한다는 생각인지 정말로 위태롭게 쓰려진 사람을 어떻게 해볼 생각도 안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너무 충격이었다.

Episode Two...

그리고 한달쯤 지났던 어느날 시내에 볼일이 있어서 아침 일찍 버스를 타고 가고 있었다. 자리에 앉아 가고 있는데 젊은 나이의 출근하는 청년 한명이 계속 팔을 주무르면서 팔과 가슴이 불편한 듯 계속 누르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계속 주시하고 있었는데 좋지 않은 예감은 그렇게도 적중하듯 청년은 달리는 버스 안에서 푹하고 쓰러지고 말았다. 놀라서 당황하는 사이 많은 사람들이 버스 기사 아저씨에게 정지해달라고 소리지르고 버스는 멈추었다. 쓰러져서 가슴에 통증을 호소하면서 힘없이 누워 있는 청년을 보고 앞으로 달려가서 혹시 모르는 응급 상황을 대비해 가지고 다니는 니트로글리세린 (NTG) 을 꺼내어 아파하는 청년에게 녹이도록 했다. 다행히 두알에 통증이 완화되긴 했지만 그대로 놔둘 수 없어서 가까운 응급실에 바로 들어가도록 했다.


그런데 그 급박하고 응급의 상황에서 자기 발 아래 쓰러진 청년을 두고 왜 빨리 출발안하냐고 버스 기사에게 소리지르는 아줌마가 있었다. 안타가움 혹은 안쓰러운 마음, 적어도 엄마가 자식을 걱정하는 모성의 마음은 커녕 오히려 자기 늦는데 왜 버스 빨리 출발안하냐는 아줌마의 모습을 보면서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몇가지 더 어이없는 이야기를 하긴 했지만 정신없는 경황 속에서 응급실에 같이 동행하고 한참이 지나서 아줌마의 어이없는 이야기가 생각났던 것 같다.

Thinking about...

한국에서 버스를 타면 항상 자리에 앉지 않으려고 의도적으로 탑승 줄의 마지막에 서서 타려고 한다. 혹시 자리에 앉아 있다가 양보해야 하는지 아닌지 고민하는 내 스스로가 조금 그래서 그냥 차선책으로 생각해본 방법이다. 예전에 임산부로 보이는 어떤 분에게 자리를 기꺼이 양보하였는데 그분은 자리에 앉아서 나에게 화를 내면서 알 수 없는 소리로 나를 째려 보아서 자리를 피했던 경험이 있었다. 당시에는 임산부석이라고 따로 지정되지도 않은 시절이었지만 그래도 그때의 당혹감은 여전히 기억난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고 나서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아차! 임산부가 아닐 수도 있겠구나!" 하는 가능성을 회상하기도 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가 누군가에게 배려를 하고 도움을 주려 할때도 마땅히 그래야 할 많은 이유들을 생각해야 하게 되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약 두달동안 캘리포니아 소재 회사에서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다. 잠깐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서 방문하게 되었지만 조금 놀라운 경험들이 많았다. 많은 사람들은 공짜 점심이나 한국에서 부러워하는 여러가지 복지 정책을 이야기하지만 개인적으로 느낀 것들은 조금 다른 부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이 신경써야 하는 나(self)이기 때문에 항상 어디를 가도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어쩌면 거리에서 쓰러진 사람들을 보고 너무 안타가워 하는 마음도 어쩌면 내가 저렇게 될 수 있다는 마음때문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심하게 아픈 경험도 했기 때문에 그 아픔이 얼마나 외롭고 서러운 내용인지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처음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날 나와 같이 작업하는 분들은 보건 및 건강 담당 (public health & insurance) 하는 분이 오셔서 미리 나의 건강 상태에 대해서 알려주는 것이다. 그리고 혹시 응급 상황에 대한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에게는 응급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 그리고 가능한 응급 상황에 대해서 알려주었던 것이다. 우리나라라면 아마 그런 것은 지극히 개인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이고 그런 것을 담당하는 사람조차 쉽게 만나기도 어려울 것이다. 그렇게 나와 같이 생활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나의 건강 상태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도록 그리고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에 대한 교육을 받았던 것이다. 그렇게 주변 사람들은 내가 어떤 상황이고 어떤 보호를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이해하였고 차가 없는 나를 위해 유쾌한 마음으로 나를 태워주었다. 몇일이 지나고 그런 내용을 우연히 알게 되었을 때 나의 사생활이 노출된 것 같은 불쾌함이 아니라 그동안 주변 동료들이 보여준 태도와 모습들이 왜 그런지 알게 되었다.

Public Health Portal from Washtenaw County, MI

사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예전처럼 체력이 강하지도 뛰어나지도 않다. 혈당도 조절하고 조심해야 하고 혈압도 조절하고 그리고 심장도 조심해서 무리가 가지 않도록 잘 지켜봐줘야 한다. 건강한 사람들은 거의 경험하지 못하는 호흡곤란이나 숨차는 현상도 가끔은 느껴야 한다. 그때마다 걱정도 된다. 그런데 캘리포니아에 오면서 혈당 측정기를 가지고 오지 않아서 일주일 가량을 측정하지 못했다. 뭐 이젠 적당히 조절되겠지 싶어서 일부러 가지고 오지 않은 것이기도 하지만 어느날 보건 담당하는 분이 오셔서 이것저것 물어보더니 혈당 측정기를 가지고 오지 않았다는 사실에 기꺼이 혈당 측정할 수 있도록 마련해주었다. 이미 회사 안에는 사람들의 건강을 위해 혈압 측정기와 운동기구는 다 있었지만 혈당 관리해야할 직원들이 없었던 모양이다. 몇개월 후면 떠날 사람인데 꼭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니 오히려 이렇게 하지 않아서 문제가 생기면 내 책임이 되니깐 자신을 위해서라도 해달라고 하는 것이다.

About Public health... & Practice

누군가 보건 (public health) 이 무엇이냐고 물어볼 때 항상 앵무새처럼 이야기하게 된다.

보건이란 "건강을 지키고 싶은 의지를 만드는 환경을 만드는 공공재" 

라고 말이다. 그런데 공공재란 단순히 공공의 서비스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라 그 사회의 구성원이 그 공공재가 충분히 필요하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 되어야 가능하다. 아무리 사회 곳곳에 AED (Automated external defibrillator; 자동제세동기) 가 마련되어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사람들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많은 경우 우리는 도움을 주어야 하는, 그리고 누군가를 배려해야 것은 상당 부분 '인간의 선한 의지'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요즘은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그런 배려와 도움도 결국 연습이 필요하고 그 연습은 사회가 왜 보건이 필요한지, 건강을 지키려는 사람을 왜 적극적으로 도와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의식이 충분히 조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라도 수능에 나오는 문제 하나 더 가르치고 풀 수 있도록 하는 학생들도 중요할지 모르겠지만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내 주변에 있을 때 적극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연습을 시키는 것, 응급 상황에서 왜 내가 도와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찾기 전에 먼저 행동할 수 있는 연습과 습관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그런 이유로 응급 조치에 대한 연습과 실무를 할 수 있도록 교육에 투자하는 것은 분명 필요하다. 그런 교육을 통해 내 주변의 누군가 거리에서 쓰려져 생명이 위험한 상황에서 모두 다 지켜보고 카메라만 찍고 있는 상황이 아닌 적극적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도움을 줄 수 있는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0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