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November 6, 2013

어느 날의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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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가 현관문을 두드린다.

올 사람이 없는데 의아해 하며 현관으로 나가려 한다. 그러나 지금은 이른 아침 여전히 어제 저녁의 흔적이 그대로 남은 파자마를 입고 있는 나는 곧바로 현관에 나갈 수 없었다. 이 시간에 문을 두드린다면 나와 친한 사람일까? 그럼 내가 파자마 입은 모습이 그리 흉이 되지 않을 사람이라면 이 상태 그대로 나가도 별로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만약 처음 보는 사람이나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내 모습이 그에게는 무척 실례가 될 것이다.

누군지 물어보기로 했다. 현관 가까이 내 목소리가 들릴만큼 거리를 두고 큰 소리로 물어본다.

"구세요?" 

잘 들리지 않는지 대답이 없다. 다시 물어본다. "누구세요?" 그러나 현관 밖 누군가는 대답이 없다.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일까? 아니면 내 큰 목소리에 어쩔 줄 모르고 그냥 망설이며 있는 것일까? 알 수 없다.

할 수 없다. 파자마를 벗어 던지고 그래도 모르는 사람에게도 실례되지 않을 정도만 얼른 챙겨 입고 현관으로 다가가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서둘러 옷을 챙겨 입고 현관으로 다가간다. 이제 누가 현관 밖에 있어도 괜찮다고 마음 먹고 현관 가까이 다가서서 물어본다. "누구세요?"


현관 밖에서 낮은 소리로 대답이 들려왔다.

"... 누구랍니다...." 

면서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은 이런 류의 '어느날의 방문'과 비슷하다. 최소한 우리는 누군가를 맞이하기 위해 예의를 차리기 위해 신경쓰고 누구인지 궁금함과 기대감을 동시에 가지며 누군가의 방문을 맞이하게 된다.

처음 만나는데 잠옷 있고 있는 상대방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반대로 누군가에게 자신이 잠옷입은 모습을 쉽게 보여주고 싶어하지 않는다. 사람의 만남이란 아무리 사소해도 이런 현관이라는 최소한 자신이 준비할 시간을 마련해주는 공간적, 시간적 완충기 (buffer) 가 존재한다.

소셜 네트워크가 보편화되면서 인간의 관계는 상상도 할 수 없이 빨라지고 신속해졌다. 자신의 마음에 들면 '연결'하면 되고 '친구' 맺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런데 때로는 우리에게 완충기 같은 현관조차 사라지는 경우도 많이 존재한다. 쉽게 맺을 수 있는 소셜 네트워크의 관계는 그만큼 인간의 관계를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구별지어 놨고 온라인은 별도의 완충기도 필요없이 만들고 그 필요성 조차 생각하지 못하게 만들 때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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