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March 12, 2014

[내주변] 지상에 내려온 천사와 악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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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와 악마에 인간 세상에 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사람들은 지상에 내려온 천사를 찾고 싶어했다.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찾아서, 천사라면 당연히 아름답고 눈부시게 화려하고 인간의 모든 마음을 빼앗아 버릴만큼 매력적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나가는 사람 중에 자신의 마음에 드는 사람을 두고 혹시 저 사람이 천사가 아닐까 생각했다. 사람들은 오늘도 내일도 온통 천사가 어디에 있을까 고민하게 될 것이다. 천사는 정말 어디에 있는 것일까?


"만약 천사가 이 세상에 내려온다면 어디로 갈까?"

나도 이 질문이 떠나지 않았다. 세상에 찌들고 힘들고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나에게도 천사를 만나면 이 모든 고통을 이해해주고 아픈 것을 위로해주고 슬픔을 없애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인지 모른다. 내가 천사를 만나고 싶은 이유를 생각하니 천사가 이 세상에 내려온다면 세상에서 가장 힘들고 아프고 슬퍼하는 이들에게 먼저 갔을 것이라 믿었다. 현실의 나도 충분히 아프고 힘들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나보다 더 힘들고 아픈 이들을 찾아 떠나보았다. 그저 천사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말이다.

그렇게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을 찾아 나섰다. 그리고 그들의 아픈 삶을 그냥 지나치기 힘들었다. 비록 내가 가진 것이 적었지만 그 적은 것을 나누어 그들을 위해 기꺼이 나누어 주었다. 그들은 손을 잡고 고마워 했다. 그러나 그곳에는 천사는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더 힘들고 아픈 이들을 찾아 나섰다. 더 힘들고 아픈 이들이 없을 것이라 믿었지만 이 세상은 찾으면 찾을수록 왜이리도 힘들고 아픈 이들이 많은 것일까? 점점 나의 삶이 부족해서 불평으로 가득했던 예전의 한숨이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들에게도 조금씩 나누어 그들에게 필요한 것을 채워주었다. 그러나 여전히 천사는 없었다.



그런데 이상해졌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존재는 나라며 가장 불행한 존재는 나라고 믿었던 스스로의 믿음은 가난한 이들, 아픈 이들을 찾아 나서면서 점점 내가 가진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며 얼마나 많은 것을 가진 존재인지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나누어 쪼개어지는 내 물질적 풍요와 함께 물질적 욕심도 같이 쪼개어 사라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렇게 천사를 찾아 떠난 그 여정은 결국 욕심으로 채워진 내 마음을 나눔과 감사로 다시 채울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날 길거리에서 먹을 것을 찾고 있던 노숙인에게 손을 내밀며 먹을 것을 권하는데 그 분은 나를 보며 이야기했다.

"천사의 마음을 가지고 계시군요." 

만약 세상에 악마가 내려온다면 어디에 있을까?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곳, 자신의 욕심을 쉽게 채울 수 있는 '쉬운 길' 에 있을 것이다. 그런 곳에는 인간은 그것이 악마의 유혹인지 조차 알기 힘든 그런 곳이다. 그래서 악마는 결코 나쁜 것을 시키지 않는다. 대신 나쁜 것을 당연히 해야 할 이유를 제시한다. 그래서 우리가 화려하고 찬란한 천사의 모습을 찾으려고 노력할 때 우리는 점점 악마를 만나기 쉬워질지 모른다. 화려한 날개와 아름다운 모습으로 미화된 천사의 모습은 어쩌면 우리의 욕심이고 우리의 환상일지 모른다.

이 세상에 내려온 천사를 찾고 싶다면 조금 더 낮은 곳을 찾아야 한다. 그곳에 더럽고 보잘 것 없이 보여도 누군가를 도와주기 위해 마음을 쓰는 사람 가까이 있을 것이라 믿는다. 언젠가 자신에게 충분한 보상도 없이 누군가를 도와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심지어 어떤 이들은 낮은 곳의 사람들은 부지런하지 못해서 결국 도와줘도 그대로일 것이라고 냉소와 함께 그 대신 좀 더 자신을 위해 쓰며 즐기는 삶이 어떠냐고 주장하는 사람도 만나게 된다. 그러나 이 세상은 누군가의 어려움에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많은 이들이 있다. 그들에게 무엇을 위해 그렇게 돕는지 물어보면 그 누구도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다. 아마도 나는 돈도 명예도 주지 못하는 천사의 달콤한 속삭임이 그들을 붙잡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사를 만나고 싶으세요? 악마를 만나고 싶으세요? 

선택은 우리 스스로에게 있다. 천사를 만나고 싶다면 세상에서 가장 고통받고 아픈 이들의 눈물을 닦아 주고 기대어 쉴 수 있는 어깨를 대주는 사람을 찾기 바란다. 그 눈물이 흐르는 손에, 기대어 쉬는 어깨에 분명 천사는 스며들어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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