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May 17, 2013

사람 사이의 관계란 무엇일까?

Leave a Comment
스승에게 제자가 찾아와서 오랫동안 고민한 질문을 내 놓았다. 

"스승님, 사람 사이의 관계는 어떤 것인가요? 항상 어렵고 무엇인지 알 것 같다가 어느 순간 아무 것도 알 수가 없습니다." 

스승은 대답하지 않고 가만히 있다가 제자에게 몸에 품고 다닐 수 있는 크기의 칼을 가지고 오게 했다. 제자는 스승의 말대로 적당한 크기의 칼을 가지고 와서 스승에게 드렸다. 그러자 스승은 제자에게 칼을 칼집에서 뽑아 책상 앞에 나란히 놓고 제자에게 질문했다.


"너는 칼집이나 칼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어떤 쪽을 선택하겠느냐?" 

제자는 별로 고민하지 않고 스승에게 대답했다.

"저는 칼을 선택하겠습니다." 

칼을 선택한 제자에게 스승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금부터 하루동안 그 칼을 가져가서 절대 놓치 말고 몸에 지니고 생활하다가 내일 다시 여기에 오기 바란다. 그 다음 너의 질문에 대답해주겠다." 

집이 없는 칼을 가지고 다니는 것이 불편할 것을 예상한 제자이지만 스승의 가르침이 궁금하고 자신의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을거란 기대에 스승이 시킨대로 칼집이 없는 칼을 지니고 하루 내내 생활하고 다음 날이 되어 제자는 다시 스승을 찾아왔다.

"스승님, 칼집이 없는 칼을 지니고 다니니 너무 불편했습니다. 칼에 다칠까 걱정되어 노심초사 다녀야 했고 그러면서 몸에는 알게 모르게 상처들도 나고 모든 행동에 신경이 쓰이고 혹시나 칼에 다른 이들이 다칠까 불안해 하며 지내야 했습니다. 스승님 이제 어제 제 질문에 대답해 주시겠습니까?" 

스승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제자의 말에 이어갔다.

"사람 사이의 관계란 바로 칼과 칼집과 같은 것이다. 관계란 짝이 맞는 한 쌍의 칼과 칼집을 선택해서 각자 가지고 있는 것이지만, 칼집이 없는 칼은 항상 불안해 하고 조심하지 않으면 상처를 입게 되고 때로는 다른 사람들을 위험하게 만들지. 그렇기 때문에 좋은 관계란 너의 칼에 맞는 칼집을 가진 사람을 만날 때 불안을 잊어버리고 상처를 입지 않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아닐까?" 

제자는 조금은 만족스럽지 못한 마음으로 다시 질문했다.

"그렇다면 그런 칼집을 가진 사람을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요?" 

스승은 조금은 단호하게 제자에게 이야기했다.

"어제 너에게 칼과 칼집을 선택할 수 있던 순간 너는 별 고민없이 칼을 선택했다. 그러나 너에게는 분명 칼이 아닌 칼집을 선택할 수 있는 순간이 있지 않았느냐? 만약 모든 사람들이 칼을 선택한다면 분명 둘 모두 상처를 줄 것이고 뿐만 아니라 스스로도 상처 받을 것이다." 

람의 관계가 무엇일까 고민하던 순간 이미지처럼 칼이 떠올랐다. 대부분 칼과 칼집 중 선택을 한다면 칼을 선택할 것이다. 우선 무엇인가 힘을 가진 도구이고 칼집은 그에 비해 별로 쓸모가 없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그리고 칼과 칼집이 한 벌의 물건이라고 해도 칼이 더 중요한 물건이라는 막연한 공감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칼을 선택하는 것이 나쁘다고 이야기 할 사람은 별로 없다. 오히려 당연한 선택일 것이다. 그러나 사람 사이의 관계가 칼과 칼집의 비유와 같은 성격이라면 모든 사람이 칼만 가지면 그처럼 비극적인 상황은 상상하기 힘들 것이다.


때로는 자신을 보호한다며 휘두르는 칼에 자신 뿐만 아니라 많은 주위 사람에게 상처주는 사람, 때로는 무엇이 진실인지 신경쓰지 않고 자신이 가진 칼날을 믿으며 휘두르는 사람 등, 사람 사이의 관계는 마치 이런 칼을 품으면 자신이 상처받고 자신이 다치지 않기 위해 휘두르면 주변 사람들이 피해보게 만드는 칼과 같은 존재가 아닐까?

제는 자신의 칼에 맞는 칼집을 가진 사람을 찾는 것도 필요하지만 자신이 칼과 칼집의 선택권이 존재할 때 칼집을 선택하는 것도 필요할지 모른다. 자신의 칼에 맞는 칼집을 가진 사람을 만날 때 관계는 불안이 사라지고 상처받지 않게 될 것이다. 그러나 더 생각해봐야 할 것은 언제든 칼은 칼집에서 뽑을 수 있다는 것이다. 비록 지금 당장은 평화로운 상태라고 해도 인간은 언제나 위험한 존재이다. 영원히 상처받지 않는 방법을 생각하며 불안해 하기 보다는 칼을 품지 않는 방법을 생각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

니체에 따르면
자신의 삶의 문제를 주변 사람들에게 투사하며
의혹과 악의, 자기부정의 태도로 자신과 타인을
괴롭히며 살아가는 사람을 '병자'라 부른다.
그들은 가장 오래된 상처를 찢고,
오래전에 치유된 상흔에서 피 흘린다.
그들은 친구와 아내와 아이들과 그 밖에
그들의 주변에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악인으로 만든다.

─ 김정현의《철학과 마음의 치유》중에서 -

0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