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December 31, 2013

공공 의료는 왜 필요한가 ─ 의료의 공공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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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공의료 글타래 1/4 ] 공공 부분의 사유화 ─ 민영화에 대한 생각들
  [ 공공의료 글타래 2/4 ] 공공 의료는 왜 필요한가 ─ 의료의 공공성
  [ 공공의료 글타래 3/4 ] 공공 보험에 대해서 ─ 노동의 탈상품화
  [ 공공의료 글타래 4/4 ] 중증환자와 만성환자 ─ 질환 중심 분류

공 부분에 대한 사유화에 대한 생각들에 이어 의료 서비스, 특히 의료 서비스의 공공성은 왜 필요한지 생각해보려 한다. 이 논의를 전개하기 이전 몇가지 중심이 되는 질문들을 구성해보자.

의료 서비스는 공공 부분으로 생각해야 하는가? 
공공 의료의 기능은 무엇인가? 

공공 부분의 사유화에 대한 내용을 통해서 공공 부분이란 무엇이고 공공 부분이 왜 필요한지 그리고 사유화 과정은 공공 독점 (public monopolies) 에서 사유 독점 (private monopolies) 로 변경되고 소비자들은 선택권이 거의 주어지지 않은 체 사유화된 재화 및 서비스의 공급에 대해 받아들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국가 차원의 가격 통제가 존재하지 않으면 공급자가 설정한 가격을 받아들이거나 쓰지 못할 수 밖에 없다. (call or die ; pay or die) 그렇다면 의료 서비스는 사유화에 의한 장단점이 수도, 전기, 철도와 같은 부분과 비슷하게 나타날 수 있는가? 가장 직접적으로 의료비가 상승하는지는 가장 불안한 내용일 것이다.


우선 어떤 논의가 이루어질 때 개념을 먼저 정리하고 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본다. 즉, 짧은 몇 단어들이 서로의 갈등의 핵심이 되지만 정작 이런 개념들이 무엇인지 서로 정의 (definition) 되지 않은 체 소위 이념화되어 다른 나라의 선례 및 국내 환경을 고려해서 서로 토론을 하는 것이 아닌 서로의 반대를 위한 말초적인 갈등을 만들어 가는 요소가 많아진다. 그리고 공공 부분의 사유화 과정의 논의 속에서 소위 '의료 민영화' 라는 이름으로 통용되어 핵심적 용어가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2.1. 의료 민영화는 무엇인가? 

민영화 (Privatization) 이란 표현 대신 사유화란 표현을 사용해서 '의료 사유화' 라 불러도 상관없다. 이는 의료 서비스에 참여하는 의료인 및 의료법인 (법인이라 법적으로 인격적 지위를 부여한 단체) 이 민간 자본 (사유 자본 ; Private Capital 이후 민간 자본) 의 민간 투자에 의해 의료 서비스를 수행하는 것을 이야기한다. 의료도 공공 부분과 사유(민간) 부분으로 구별하게 된다면 결국 국가 산하 행정기관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의료 서비스 이외에는 전부 민간 의료이다. 즉, 국가가 운영하는 국립병원이나 시(市; city)에서 운영하는 시립병원, 군대나 경찰과 같은 행정기관 산하의 국군병원이나 경찰병원, 그리고 보건소 등을 제외하면 모든 의료 서비스는 민간 부분이다. 따라서 의료 사유화 과정 특히 공공 의료의 사유화 과정은 현재 (2013년 12월) 대한민국에서 논의되는 중심 내용이 아니다. 즉, 현재 의료 민영화란 이름으로 논의되는 과정은 정확하게 '비영리 의료 법인의 영리 사업 합법화' 더 줄인다면 '비영리 의료 법인의 영리화' 가 더 정확한 표현이 될 것이다.

2.2. 의료 병원의 형태에 대해서... 

공공 의료를 논의하기 전에 우선 의료의 범위를 편의상 소규모 개인 병원은 제외하고 일정 규모의 병상수를 가지는 병원에 대해서 생각할 것이다. 따라서 의료 대신 병원으로 편의상 먼저 생각해보자. 병원은 크게 세가지 분류로 나누게 된다.

ⓐ 정부 소유 (Government owned) 병원
ⓑ 비영리 (Non-profit) 병원
ⓒ 개인 (Private) 병원 

분류에 따르면 공공 의료의 영역은 ⓐ 정부 소유 병원만 해당한다. 이외 ⓑ 비영리 병원 및 ⓒ 개인 병원은 민간 자본의 투자를 허용하게 된다. 미국의 경우 정부는 연방 정부 뿐만 아니라 주 정부까지도 포함한다. 그리고 주 정부의 재정이 악화되어 더이상 정부 소유 병원을 운영할 수 없는 경우 비영리 병원 및 개인 병원으로 전환되기도 한다. 이 경우가 정확한 의미의 '의료 사유화' 과정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비영리 병원과 개인 병원은 어떤 차이가 있는가? 가장 큰 차이점은 비영리에 있다. 비영리 (non-profit) 이란 의료 서비스를 통해서 수익 (benefit) 을 내지 못한다는 것이 아니라 이윤 (profit) 을 만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여 나온 이윤이 발생해도 이를 외부에 투자하거나 자본을 투자한 사람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 즉, 주식회사로 주주 (shareholder) 에게 이윤의 배당이 이루어질 수 없고 이윤은 다시 재투자되어야 한다. 따라서 비영리 병원과 개인 병원을 구분하는 방법은 이윤이 발생했을 때 이 이윤이 어떻게 쓰이는지 확인하면 된다. 그렇다면 왜 이윤을 만들 수 있는 개인 병원을 포기하고 비영리 형태를 선택하는가? 가장 큰 이유는 비영리 병원 형태를 선택하면 얻을 수 있는 많은 혜택이다. 우선 세금 및 다양한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고 교육 기관의 협력 (affiliated) 병원으로 교육 투자 혹은 기부를 받을 수 있다. 교육 협력 병원이 되면 교육 수련의 (residency) 를 수용할 수 있다. (수련의는 장점이 될 수 있지만 많은 경우 수련의의 미 수련도에 의해 선호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외에도 지역에서 중심이 되는 종합병원이 되면 지역의 지원도 있다. 미국 병원은 임상을 비롯한 진료, 치료의 역할도 있지만 기초 의학 연구쪽에 대한 지원과 정부 지원이 크기 때문에 이를 유치할 수 있는 유리한 입장이 될 수 있다.

환자 (고객) 중심의 의료 서비스로 경영 혁신을 이룬 사례로 자주 소개되는 Ronald Reagan UCLA Medical Center

반면 개인 병원은 비영리 병원의 혜택은 얻기 힘들지만 독자적인 수익 사업을 수행할 수 있다. 단순히 치료, 요양을 통한 수익이 아니라 미용과 비의료 영역의 제품을 판매하는 방법, 법률로 정하지 않은 비의료 대체 치료 (alternative therapy) 등을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개인 병원의 능력에 따라서 매력적인 마케팅으로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는 형태이다. 그러나 꼭 이윤을 내기 위해 개인 병원을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 상당 부분은 종교 단체 및 선교 목적 혹은 특수한 경우 비영리 지정을 위한 충분한 투자가 안되어 자선가의 개인 투자가 이루어지는 경우도 겉으로 수익을 제대로 내지 않고 적자 운영을 한다고 해도 형태상으로는 개인 병원으로 분류될 수 있다. 또한 개인 병원에서 만들어진 이윤은 부동산 및 금융 투자에도 투자할 수 있고 이를 통한 손해로 개인 병원의 손해가 발생해도 상법으로 문제가 없으면 괜찮다.

2.3. 비영리 의료의 영리화 

비영리 의료 법인, 병원은 법률상 제한적으로 영리 사업을 할 수 있다. 환자의 편의를 증진할 수 있는 영역에 제한되어 영리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장례식장이다. 이를 떠나 논의 핵심이 되는 내용은 비영리 의료 법인은 그대로 있고 해당 비영리 의료 법인이 자회사 혹은 비영리 의료 법인이 투자한 회사가 영리 사업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런 내용의 소위 '간접 영리 사업 허용' 이 어떤 결과를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천천히 살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영리 사업이 꼭 의료비를 높이는 요인이 된다고 단정할 수도 없고 때로는 대체 치료를 통해서 환자의 삶의 질 뿐만 아니라 실제 효과를 보이기도 하기 때문에 이를 단정하여 좋다 나쁘다를 정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료 영리화가 어떤 결과를 만들 수 있다는 직접적인 이야기보다는 오히려 현재 미국과 한국의 의료 환경을 비교하고 공공 의료가 어떤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지, 공공 의료 기능이 약해질 때 예상될 수 있는 문제들을 먼저 생각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의료 영리화는 비율적으로 ⓒ 병원 영역을 확대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 공공 의료의 비율이 줄어드는가? 비영리 병원이 개인 병원처럼 이윤을 추구할 수 있게 된다면 실제 비영리 병원의 기능을 줄이는가? 그렇다면 비영리 병원의 기능은 무엇인가? 마지막으로 개인 병원 (영리 병원) 이 증가하면 의료비는 증가할 것인지 하나씩 살펴봐야 할 것이다.


미국의 경우 2013년 12월 기준 미국 보험 협회에 등록된 일정 규모의 병상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 140~160 병상) 을 가지고 응급 대응 (emergency response) 이 가능한 병원을 대상으로 살펴보면 정부 : 비영리 : 개인 의 비율은 1,185 : 2,752 : 819 이다. 정부 소유 병원만 공공 병원으로 본다면 미국은 25% 가 공공 병원이다. 그렇다면 비영리 병원은 공공 병원의 성격으로 봐야 할지, 개인 병원의 성격으로 봐야 할지 생각해봐야 한다.

미국 정부 소유 병원 중 가장 유명한 병원이자 미국 병원 중 환자 만족도가 가장 높은 병원인 UCLA 로널드 레이건) 병원이다. 비영리 병원은 존스 홉킨슨 (Johns Hopkins) 병원, 마이요 클리닉 (Mayo Clinic) 을 비롯해 거의 대부분의 대학병원 및 지역 중심 병원들이 비영리 병원이다. 개인 병원 중 알려진 병원으로 뉴욕에 있는 마운트 사이나이 (Mountain Sinai Hospital) 이 있다. 경증환자의 경우를 제외하고 중증환자 및 규모가 있는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가 갈 수 있는 상급 병원은 대부분 비영리 병원인 것을 알 수 있다.

가끔 개인 병원의 성공적 사례의 하나로 이야기되는 싱가포르를 보면 상당한 오해가 존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싱가포르는 기본적으로 영국의 의료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때문에 싱가포르는 국가 주도의 공공 의료가 중심이고 이외 개인의 필요에 의해 더 좋은, 더 편한 의료 서비스를 받고 싶다면 싱가포르에 허가된 개인 병원 (영리 병원) 을 사용할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라플스 병원 (Raffles Hospital) 이다. 상업 업무 지구의 한 곳에 깔끔한 건물 하나가 병원의 전체이고 밤에 보면 불켜진 병실도 그리 많지 않다. 가끔 이 병원에서 샴쌍둥이 분리 수술을 무료로 해준다고 하는 언론의 보도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의료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고 의료 서비스라기 보다는 일종의 고급 요양 병원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할 때가 많다. 그리고 대부분의 소비자는 일부 고소등층 서양 거주자 (western expats) 들이 대부분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고비용 의료 치료를 받을 가능성이 낮아지고 예방 의학의 큰 혜택을 받는 계층이기 때문에 이런 형태의 개인 영리 병원도 점점 수익율이 떨어지고 국가 차원에서도 그 수를 줄여야 하지 않는가 논의되고 있다.

싱가포르 라플스 병원 - 개인 영리 병원으로 호텔이라고 보는 것이 더 가깝다.

한국을 생각해보자. 한국은 기본적으로 병원을 놓고 보면 비영리 의료 법인이다. 규모가 큰 병원은 대부분 대학 부설, 병설 병원이기 때문에 가시적인 영리 사업들도 모두 합법의 범위이다. 그러나 의료 법인과 관련 회사가 병원의 브랜드를 통해 합법적 형태 (자회사가 아닌 분리된 법인 및 기업체 등) 로 관련 사업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보다 한국은 병원의 분류 형태로 볼 때 비영리 병원은 90% 이상이고 공공 병원의 경우 약 6% 이다. 공공 의료 비율이 다른 국가에 비해서 상당히 낮다는 것은 먼저 기억해야 할 부분이다.

2.4. 공공 의료의 기능에 대해서... 

공공 의료를 정부 소유의 병원 기관으로 한정하면 많은 문제점들이 발생할 수 있다. 한국의 경우 이런 의미에서 공공 의료는 그 기능이 거의 수행되지 않거나 최소 수준만 유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비영리 병원이 정부의 혜택을 받으면서 대신 정부 소유 병원만으로 불가능한 공공 의료의 역할을 나누어 수행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즉, 정부가 비영리 병원에게 혜택을 주는 가장 큰 이유는 의료 서비스가 가지는 공공성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이다. 공공 의료의 기능은 다양하지만 몇가지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복지적 기능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기능은 복지적 기능이다. 복지적 기능은 저소득층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종의 시혜적 차원이 아니다. 그보다 '익명성을 가지는 피해자에 대한 의료적 지원'이다. 쉽게 말해 부자이든 빈자이든 일단 생명에 위협이 되는 응급 상황에서 생명을 살릴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따라서 저소득 층에 대한 차별적 복지 정책이 아니라 누구나 다 누릴 수 있는 보편적 복지라는 성격으로 생각해야 한다. 응급실에서 의식 불명의 환자가 왔을 때 환자의 신원이 누구인지에 따라서 의료 서비스가 달라질 수 없기 때문이다. 공공 의료가 가지는 복지적 기능은 다른 표현으로 국민 후생이라 말할 수 있다. 

2. 예방적 기능 

공공 의료의 사유화 과정 혹은 영리화 과정을 논의하면서 의료비가 상승하는지, 의료비 부담에 의한 경제적 위기 등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다루어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잘 다루어지지 않는 부분이기도 하다. 공공 의료의 가장 큰 역할 중 하나는 예방적 기능이다. 이는 일반적 상황에서 보건 예방 차원에서의 문제가 아닌 소위 국가 규모 (미국은 주정부 차원) 의 전염병 (epidemic) 이 발생했을 때 이를 통제하고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역할을 공공 의료가 담당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개인 병원의 경우 전염병이 확산될 수 있다면 병원 업무를 중단하고 문을 닫아도 가능하다. 이런 경우 병원의 기능이 상실하게 되면 적절한 치료와 격리가 이루어지지 않고 확산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3. 전시적 기능

영어 표현이라 어색하지만 영어로 Martial Status (계엄 상태)를 이야기 한다. 대표적인 예가 테러, 사건, 사고에 의해서 발생한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주)정부는 이에 적절한 전시에 준하는 계엄 상태를 선포할 수 있다. 실제로 보스턴 폭탄 사건이 일어났을 때 피해자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보스턴 시내에 있는 다수의 비영리 병원들이 전시 상태로 전환하고 환자의 상태와 치료 능력 (의료인 및 시설) 에 따랏 분산 배치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경우 정부 소유 병원과 비영리 병원은 전시 상태에 맞는 야전 상태 (Field Manual) 에 맞게 병원이 변환되어 통제 지휘 체계도 변경된다. 

만약 모든 의료 형태가 개인 병원이라면 개인의 이해관계에 따라서 병원이 국가의 통제에 따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상시적으로 공공 의료 기능을 살리면서 민간 자본을 유치할 수 있는 방법으로 비영리 병원은 상당히 효과적인 형태이다. 따라서 이를 유도하기 위한 적절한 혜택을 주고 이에 대해 공공 의료의 기능을 함께 수행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2.5. 의료 시스템과 의료 복지에 대해서... 

많은 경우 미국의 의료 문제, 예를 들어 돈이 없으면 치료도 받지 못해서 사망하는 경우, 가장 흔한 경우는 심지어 저소득층을 위한 의료 보조 제도 - 메디케이드 (Medicaid) 를 가지고 있어도 개인 병원은 거부하거나 (병원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비영리 병원의 경우에도 메디케이드 환자 할당수요만 충족시키면 받지 않거나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거부하기도 한다.


그러나 의료 서비스는 의료 시스템과 의료 복지의 두가지 차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만약 모든 국민들이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완전 보험 제도가 보장된다는 가정을 하게 되었을 때는 모든 국민들이 의료비 걱정없이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가정 하에서 의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는 것은 의료 시스템의 문제이다. (a matter of medical systems) 그러나 대부분 우리가 보고 있는 미국의 어두운 의료 현실은 대부분 의료 보험 제도를 포함한 의료 복지 제도의 문제점이 더 많다. 지역에 따라 큰 편차가 존재하지만 미국 의료 시스템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캘리포니아의 공공 의료 (UCLA 를 포함한 University of California ; 캘리포니아 대학 산하 병원) 제도와 보스턴의 비영리 병원 시스템인 Partners HealthCare 를 살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 두 시스템의 비교는 비영리 병원도 공공 의료만큼  높은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문제는 이와 연결된 의료 보험의 문제들이다. 미국의 의료 보험은 대부분 사보험이고 공공 보험의 역할이 심각하게 약화되어 있기 때문에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보스턴의 Partners 시스템은 지역중심의 조합주의 성격의 보험 제도를 제공하기도 한다.

따라서 의료 사유화 / 영리화에 대한 논의의 과정에서 생각해야 할 것은 혼재된 상태로 이념적 대립 상태에서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 시스템과 의료 복지를 분리해서 의료 시스템 예를 들어, 공공 의료의 충분한 비율이 충족되는 구조인지, 지역별 공공 의료의 균형적인 제공이 가능한가 와 같은 시스템 측면의 접근과 보험을 포함하여 저소득층에 적용되는 의료 보장 (보조) 제도 및 공공 보험과 사보험의 구조와 같은 복지 차원의 접근을 분리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2.6. 의료비는 상승하는가? 

의료 사유화 / 영리화를 통해 병원의 구성 비율이 변화하거나 기존 비영리 병원이 자회사 등을 통한 영리 사업을 확대 투자할 수 있는 상황이 가능해진다면 의료비는 상승할 것인가? 란 질문이 가장 두려운 질문이 될 것이다. 누구나 아프지 않기를 원하지만 일단 아프게 된다면 의료비 부담이 최소화되기를 바랄 것이다. 의료비는 고려해야 할 대상이 많다. 우선 우리나라의 의료비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미국의 저명한 의학 논문에 "심장 CT (Cardio CT) 를 통해 심장질환 진단율 향상에 효과적인가?" 라는 제목이 뜬적이 있다. 만약 한국의 임상에 있는 의료인이나 심장 CT 를 위해 환자가 얼마를 부담하는지 안다면 조금은 황당한 반응을 보일 수 있다. 약 1년전 기준으로 심장 CT 를 받았을 때 국가 의료 보험 적용 기준 이십만원이 안되게 청구된 기억이 있다. 그러나 미국은 보험이 적용이 되어도 이보다 비싸고 보험에 따라서 적용이 안되는 경우도 상당수 많고 기본적으로 약 3,000불 (3백만원 이상) 을 지불해야 한다. 사실 동일한 의료 처치, 수술 등을 비교해 놓고 보았을 때 한국의 의료비는 상당히 싼 편이다. 실제로 미국에서 가장 넓은 범위로 보장되는 보험 적용을 받고 예상되는 치료비'만' 계산하도 한국 왕복 항공권과 치료비 뿐만 아니라 6개월 이상의 장기 복용 약값까지 다 포함한 총 금액의 두배에 해당하는 경우도 경험했다.

문제는 이런 심각한 차이가 의료 시스템의 문제인지, 보험의 문제인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 있다. 여기에는 환자 (소비자) 가 부담해야 하는 의료비와 보험이 부담하는 의료비이 존재하는데 실제 환자가 부담하는 의료비만 체감되는 이유도 있다. 따라서 실제 의료비의 총 규모는 환자가 모르게 보험이 병원에 주는 의료비가 체감되지 않는 것이다. 그렇지만 모든 의료 서비스에 대한 비용은 한국의 경우 공공 보험의 힘이 더 크게 작용하여 실제 필요한 치료를 제공해도 과잉 진료, 혹은 불필요한 치료를 이유로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이런 의료 수가에 대한 현실적인 반영 혹은 의료인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할 수 있는 합의체가 운영된다면 좀더 좋아질 수 있다고 본다.


심장 혈관 (관상 동맥) 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경우 이를 확장시켜주기 위해 혈관 안쪽에 스텐트를 삽입하는 시술 (PTCA) 의 경우에도 삽입되는 스텐트 3개까지는 보험에 적용이 되지만 그 이상은 보험이 되지 않기도 하고, 항암 치료를 처음 받을 때는 보험 적용이 잘 되어 부담이 적을 수 있지만 재발하는 경우 치료 약까지도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서 재발의 경우에 오히려 경제적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공공 보험은 존재하지만 실제 환자에게 필요한 시술을 항상 예상할 수 있는 범위와 합리적인 이유로 시행될 때 보험이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행정 편의주의적인 기준 혹은 공공 보험 조차도 수익을 고려한 판단을 내리는 순간 실제로 공공 보험에 의지하던 많은 사람들이 오히려 경제적 파산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이다. 결국 공공 보험이 제시하는 수준에 맞게 알아서 아파야 하게 되는 것이다.

2.7. 의료의 완전 시장을 생각하면... 

공공 보험의 문제점들을 살펴보기도 했지만 반대로 공공 보험은 합리적인 운영에 의한다면 보다 많은 사람들의 의료비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충분히 좋은 통제 도구가 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사유 병원 (비영리 + 개인 병원) 의 비율이 높고 점점 공공 병원의 비율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실제로 개인이 느끼는 의료비의 부담이 크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국가 주도의 공공 보험이 의료비를 통제하는 핵심적 역할을 강력하게 행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런 통제적인 상황에서 의료비에 대한 변화를 생각한다는 것은 상당히 복잡해지기 때문에 모든 보험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의료의 완전 시장이란 가상의 모습을 생각해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다. 편의상 이 가상의 의료 시장에는 공공 병원 / 개인(사유) 병원만 존재한다. 그리고 보험이 전혀 없기 때문에 의료비는 병원이 제시하는 가격이 되고 만약 적절한 경쟁 구조를 가져 같은 의료 서비스라도 경쟁 병원의 낮은 가격으로 시장 가격 (의료비) 는 떨어질 수 있다.

미용 성형외과 : 아주 쉬운 예로 이와 비슷한 현상을 목격할 수 있다. 우선 보험이 완전 적용되지 않고 많은 경쟁 업체에 의해서 가격이 떨어지는 경우, 바로 미용 성형외과를 생각할 수 있다. 이 경우 공공 병원은 크게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미용 성형외과가 공공성을 가지는 경우라면 모든 국민이 한순간에 심각하게 못생겨져 모두 자신감을 잃어 정신 질환이나 자살과 같은 사회문제가 발생하여 온 국민의 얼굴 성형을 국가에서 해준다는 판타지 같은 경우가 아니라면 거의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요가 존재하는 시술/수술의 경우에는 성형외과들은 두가지 전략을 제시한다. 첫번째는 가격 경쟁력이다. 두번째는 기술 경쟁력이다. 어떤 경쟁력을 통해서든 성형외과는 이윤을 높이기 위해서 무척 애를 쓴다. 대부분 더 만족스러운 외모를 얻기 위해 환자들은 조금 비싼 돈을 투자한다고 해도 기술이 좋은 성형외과를 선택하기도 한다. 

개인의 자신감을 높여준다는 점이나 긍정적인 부분을 모두 인정한다고 해도 미용 성형외과의 경쟁적 구조는 많은 부작용을 만들 수 있다. 다양한 문제점을 생각할 수 있지만 그 모든 문제들의 한가지 공통점은 환자들은 기본적으로 욕심에 의해서 선택하는 소비자들이기 때문에 병원도 보다 많은 환자를 받아 수익을 얻기 위해 위험성을 숨기거나 효과를 과장하여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즉, 환자들은 자본을 얻기 위한 도구가 되기 쉽다는 점이다. 경쟁을 통해 저렴한 가격으로 시술/수술을 받을 수 있다고 해도 의료 서비스의 질도 높아진다고 할 수 있는지는 현재의 미용 성형외과의 현실을 보면서 각자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출산 산부인과 : 공공 의료와 함께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을 생각해보자. 우선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완전 시장이라고 해도 공공 부분의 특징처럼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내용을 생각해보자. 산모는 어떻게든 아이를 낳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꼭 필요한 의료 분야로 출산에 관련된 산부인과를 생각해보자. 돈이 없는 저소득층이라고 해서 아이를 낳지 말거나 출산을 위해 집에서 옛날처럼 산파 할머니를 불러야 할 수도 없다. 따라서 이런 저소득층이나 충분한 의료비를 낼 수 없는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완전 시장 가정임을 다시 한번 상기) 사람들을 위한 공공 의료가 존재해야 한다. 반대로 소득이 높은 사람들은 상대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인 병원들이 더 늘어날 것이다. 산부인과 전공의 한명이 있는데 낮은 임금에 몰려오는 산모들에 쉬는 시간도 거의 없고, 시설은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공공 의료에서 근무할지, 좋은 시설에 여유있는 시간과 고소득층의 출산을 돕고 높은 수입을 보장받을 수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할지 묻는다면 질문 자체가 참 비참해진다. 즉, 보험의 역할이 줄어들고 소득에 의한 의료 서비스의 편차가 심해지는 의료의 완전 시장에 가까워질 수록 의료 서비스조차도 소득에 따라 접근성이 나누어지게 된다. 

물론 사명감을 가지고 공공 의료의 산부인과를 지키는 사람들도 있지만 정부가 이들에 대해 생계를 위한 충분한 보상을 해주지 않는다면 단순히 착한 의사의 사명감으로 희생을 강요하는 사회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의료 사유화 / 영리화 과정이 확산되면서 낮아지는 출산율에 의해 인기도 사라지는 산부인과 영역이 오히려 고급 개인 병원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좋은 시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특별히 많은 환자를 받지 않고 고소득자 몇명만 받아 운영해도 충분한 고급화 전략가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현재 지역적 공공 의료가 부족해서 강원도 지역의 산모들이 경기도까지 찾아오는 경우나 강원도 전방에서 근무하던 산모가 제때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경우를 생각하면 공공 의료의 중요성을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이라고 본다. 또한 상상을 초월하는 산후조리원과 및 영유아에 관련된 의료 서비스 뿐만 아니라 아기 용품까지 영리화가 허용된 이후 출산 산부인과가 확장할 수 있는 영역은 금맥과 같다는 느낌이다.

2.8. 공공 의료와 공공 보험을 다시 생각하며... 

보험이 존재하지 않는 의료 완전 시장을 생각하면 이득이 되는 부분보다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은 내용들이 더 많이 떠오르는 것은 사실이다. 시장 구조의 형태로 살펴본다면 의료의 사유화/영리화를 추진하는 것은 공공 보험의 역할이 줄어들 가능성을 증가시킬 것이라 본다. 그 뿐만 아니라 미용 성형외과와 출산 산부인과와 같은 특징을 통해 살펴보아도 공공 의료 / 공공 보험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어느 하나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할 때 우선 저소득층에 따른 의료 서비스의 접근성이 줄어들 수 있는 가능성을 예상할 수 있다. 반대로 공공 보험은 더 많은 사람들을 필요한 의료 혜택을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환자의 선택에 의해 원하는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지만 고소득층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정부의 제도적, 경제적 지원을 받아야 받을 수 있는 공공 부분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돈을 가진 사람만 의료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

명제에 동의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반대로 돈이 없다면 제때 치료받지 못하고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면 이는 옳은 것인가? 이 질문에 쉽게 그렇다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수도나 전기는 당장 쓰지 못하면 불편하고 단기간에 생존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공공성이 유지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수도와 전기와 같이 상시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의료는 필요한 순간 받지 못하면 생존에 직접 관계가 되거나 삶의 질을 크게 훼손되는 중요한 부분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즉, 모든 사람이 병에 걸려 죽지도 않지만 그럴 수 있고, 사고를 당하는 사람보다 당하지 않는 사람이 많지만 항상 자신은 해당사항이 아닐 것이라고 확신할 수도 없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불안과 두려움을 가지고 있지만 공공 보험을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자연스럽게 많은 사람들은 공공 보험 뿐만 아니라 사보험의 좋은 소비자가 될 것이다. 스웨덴이나 싱가포르 같은 나라의 미디어에서 사보험 광고를 거의 볼 수 없는 이유이다. (물론 외국인들과 같이 공공 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은 좋은 소비자이기도 하다) 그만큼 공공 보험의 신뢰도와 사보험의 가입율은 상관관계를 가진다.


이 시점에서 좀 더 냉철하게 생각해야 하는 부분은 사보험 시장이 어떻게 의료 시스템의 구조를 바꿀 수 있는가이다. 사보험은 우선 공공 보험의 불신을 먹고 자란다. 그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사람들은 만약 받을지 모를 의료 서비스에 대해서 항상 불안하고 대비하지 않은 경우 생길 수 있는 경제적 파산이 두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사보험은 개인 병원과의 공생을 바탕으로 보다 높은 이윤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공공 의료의 기능이 점점 줄어들 수록 사보험 시장은 점점 없으면 불안하게 만들고 결국은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수도와 전기와 같은 대상이 될 것이라고 본다. TV 및 케이블의 광고 대부분이 사보험 가입을 위해 고령화 & 질병 가능한 위험한 사회를 강조하며 사보험을 광고한다.

이런 맥락을 냉철하게 보기 위해서라도 의료 시스템에 대한 논의보다 오히려 의료 보험을 중심으로 한 의료 복지 제도와 사보험 시장의 확장이 의료 사유화/영리화를 꼭 동시에 생각해야 한다.


  [ 공공의료 글타래 1/4 ] 공공 부분의 사유화 ─ 민영화에 대한 생각들
  [ 공공의료 글타래 2/4 ] 공공 의료는 왜 필요한가 ─ 의료의 공공성
  [ 공공의료 글타래 3/4 ] 공공 보험에 대해서 ─ 노동의 탈상품화
  [ 공공의료 글타래 4/4 ] 중증환자와 만성환자 ─ 질환 중심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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